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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탓 할 수 없는 인재(人災)-이태원 참사

후진국형 재난에서 언제 벗어날 것인가

등록일 2022년10월30일 20시0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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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가 종일토록 톱뉴스로 이태원 참사를 다뤘다.

 

왜 이런 일이?

 

큰 사건이 발생하고 희생자가 많을 때 우리는 늘 이런 질문을 한다.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건에는 ‘참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이다.

 

대한민국은 대형 참사 공화국이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세월호 사건 등은 ‘인재(人災)’로 불릴 정도로 관련된 사람들의 대처 무지, 대처 부족, 욕심이 많은 희생자를 냈다.

 

이태원 참사는 어떨까? 현재,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들어간 상황이고 곧 그 결과가 나올 텐데 벌써 ‘인재’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외국인 25명을 포함한 153명이 이태원의 해밀턴 호텔 앞 좁은 내리막길 길에서 압사됐던 것은 누구의 탓인가?

 

필자가 속한 한 단톡방에는 오늘 종일 토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 단톡방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한 전문가는 “이럴 때 누군가의 탓을 돌리고 문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면 다음에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어렵다. 누구의 탓을 한다는 것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논평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소방청의 담당자가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손을 떠는 것을 보았는데 그런 분이 문책을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필자도 ‘특정인 누구’보다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며칠 전부터 ‘이태원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는 이태원 발 SNS 글과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을 문제로 보고 준비하는 것에 관한 관심을 보인 나라의 지도자들은 거의 없었다. 시민들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행사였기에 정부가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0만 명 이상이 비교적 작은 커뮤니티에 몰려들 것을 알았더라면 사전 대책이 필요했던 것은 분명하다.

 

해밀턴 호텔 앞길에 자동차 주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든가 좁은 내리막길은 위험하기에 부분적인 통제를 하는 행정적 조치는 분명 필요했다.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구청은 사고 하루 전 "이태원 일대 방역·소독을 실시, 이태원 일대 식품접객업소 지도점검, 세계음식거리, 클럽거리, 지하철 역사 등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에 집중한다며 ‘핼러윈데이’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압사사고에 대한 준비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두 가지(자동차 주행 막고 내리막길 관리)만 시행됐어도 이런 대형 참사는 막을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는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말한다. 넓은 공간이 아닌 좁은 공간에 10만 명 이상이 몰려드는 것을 언론이 보도하고 SNS에서도 일부 시민이 지적했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이런 대형 재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가 없던 것은 이번 사건을 “후진국형 재난”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특정한 누가 책임져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적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 같은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위기관리(방지) 매뉴얼이 있어야 하고 관계자들에 대한 훈련이 잘되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형식적인 훈련으로는 안 되고 꼼꼼하고 철저한 훈련이어야 한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비록 주최측은 없더라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OO제곱미터 안에 OO명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이 되면 OOO 준비를 해야 한다'는 위기방지메뉴얼이 있었다면 이런 대형 참사는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매뉴얼이 있었다면 경찰은 다른 단속과 교통 관리보다는 재난 상황에 더욱 신경 썼을 것이다.

 

핼러윈이라 경찰복을 입고 온 사람들에 대해 진짜 경찰로 생각하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들렸다. 경찰 코스튬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울리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자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논평가는 같은 토론방에서 “이태원 사태에 대한 책임 주체를 찾는 데 연연한다면 이러한 사고는 되풀이될 것이다. 시스템 구조적인 실책이기 때문에 어떤 몇몇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덮는다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본질에서는 세월호와 다르지 않은 사건인데, 아쉽게도 우리는 세월호에서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 이런 사건·사고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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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편집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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