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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면, 빠른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
어떤 분야이냐에 따라 성과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공통된 마음은 거의 비슷하다. 시간과 경제의 자유다. 많은 사람이 시간과 경제의 자유를 꿈꾼다. 둘은 마치, 두 다리와 같다. 한쪽이 시간이면 한쪽은 경제다. 둘이 함께하지 않으면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시간은 많은데 경제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축복의 시간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긴 휴가 기간에 가끔, 이런 감정을 느낀다.
경제력은 갖췄는데 시간이 없으면, 그림에 떡이 된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경제력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무슨 소리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경제력을 갖추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 아닌가? 도구는 많은 데 정작 사용할 수 없다면, 과연 그게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림을 감상하듯, 가끔 통장에 찍혀있는 숫자에 ‘0’이 몇 개 붙어있는지 보는 게 낙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정말 중요한 게 빠졌다.
시간과 경제의 자유를 꿈꾸는 근본적인 이유. 바로 사람이다. 두 다리가 멀쩡해도 갈 곳이 없다면, 이 또한 불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돈이 있어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두 가지를 모두 가져본 적도 없거니와,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시간과 경제력을 다 갖추기 위해서 큰 노력을 했을 텐데, 무엇을 위해 그렇게 했는지 허탈한 마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단독 저서 2권과 공저 1권을 출간했다.
출간을 한 모든 작가가 그렇지만, 많은 기대를 품고 출간한다. 출간하는 작가들은 자기만의 이상(理想)적인 꿈도 있지만,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전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작가분도 계시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많은 분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얻은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바탕으로, 온전히 글을 쓰고 책을 펴고 또 기회가 되면 강연도 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 시간이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누적되어야 하고 그 시간에 녹여낸 경험과 노력이 어우러져야 한다. 거기에 운도 따라줘야, 비로소 열매를 맺게 된다. 열매를 맺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럴수록 열매가 맺어지지 않는 것에 초조해하거나 상황을 원망하기도 한다. 열매가 빨리 맺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지금이 열매를 맺을 때인가?’
열매가 맺었다고는 하지만, 온전하게 양분을 흡수하고 햇볕과 바람도 적절하게 맞아야 맛있게 여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겉만 그럴싸한 열매라면 어떨까? 그 열매를 베어 문 사람들은 인상을 쓰며 열매를 뱉어내고, 남은 열매도 미련 없이 버린다. 빨리 열매가 되었지만, 버려진 열매가 되는 것이다.
버려지더라도 빨리 열매를 맺고 싶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도가 가득한 열매가 되고 싶은가? 내가 아직 열매를 맺지 못하는 건 당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해야 할 것을 충실히 하면서, 그때를 기다리면 된다. 그날은 반드시 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