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박정훈 대령 무죄 선고
2025년 1월 9일, 군사법원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대령은 상부의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명죄 혐의를 받았으나, 재판부는 해당 명령이 명확하지 않았으며, 이를 지시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허위사실 유포로 상관 명예를 훼손했다는 군검찰의 주장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군 내부에서의 법적·윤리적 논란을 종결지으며, 군 조직의 정의와 진실이 법정에서 승리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외압과 책임 논란
박정훈 대령 사건의 시작은 202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채수근 상병은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수해 현장에 투입돼 실종자 수색 작전을 수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이후 사고 발생의 원인을 둘러싸고 지휘부의 과실과 부적절한 지시 의혹이 제기되었다. 특히, 현장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무리한 수색 작전이 강행되었다는 점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지휘부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박 대령은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 했으나, 상부로부터 수사 이첩 보류 명령을 받았다. 그는 이 명령을 거부하고 수사를 지속하며 군 내 책임자들의 과실을 밝히려 했으나, 이는 곧 군 내부와 정치권에서 거센 외압에 직면했다. 박 대령은 수사 외압의 핵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하며, 사건은 정치적 파문으로 번졌다.
무죄 판결의 의미와 법적 논의
박정훈 대령의 재판은 단순한 항명 사건이 아닌, 군 내 명령 체계와 도덕적 책임의 충돌이라는 중대한 이슈를 다뤘다. 군검찰은 그에게 군 기강을 해쳤다는 이유로 징역 3년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명령 자체가 불명확했음을 들어 그의 무죄를 선언했다.
법조계에서도 박 대령의 행동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하태훈 고려대 명예교수는 “항명죄는 명령이 적법하고 명확할 때만 성립한다”며, 불법적 명령을 거부한 박 대령의 행위를 항명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최후진술에서 “불법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군인의 진정한 사명”이라며, 정의와 진실의 승리를 호소했다.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파급력
박정훈 대령의 사건은 단순한 군 내부 문제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로 확대됐다. 채수근 상병의 유가족과 시민 107,528명은 그의 무죄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군사법원에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유가족은 “지휘관의 과실을 밝히려 한 박 대령을 처벌한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길 것”이라며 그의 무죄를 호소했다.
시민사회의 반응도 뜨거웠다. 군인권센터는 박 대령을 “군의 양심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지도자”로 평가하며, 시민들의 탄원 운동을 주도했다. 언론과 법조계 역시 박 대령 사건을 대한민국 군사 정의 체계의 시험대라 지목하며, 이번 판결이 가지는 사회적 함의를 강조했다.
박정훈 대령, 군내 정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다
이번 사건은 군 조직의 상명하복 체계와 개인의 도덕적 책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박 대령은 군인의 본분이 단순한 명령 복종이 아니라, 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불법에 저항하는 데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는 재판 과정 내내 정의와 진실을 강조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박 대령은 불법 명령의 부당함을 증언했다. 특히, 그는 “채수근 상병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향후 과제와 변화
박정훈 대령의 사건은 군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2심은 민간 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이는 군사 사법 체계의 신뢰성을 회복할 기회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군과 정치권의 권력 구조를 투명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 외압 의혹을 포함해, 군 지휘부와 정치적 개입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박정훈 대령, 정의의 상징이 되다
박 대령은 단순히 군인의 위치를 넘어선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그는 2024년 ‘한국인터넷기자상 사회공헌상’을 수상하며,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난다”며 불의와 맞선 자신의 결단을 국민과 공유했다.
그의 이야기는 군 내부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며, 동시에 한 개인의 용기가 조직과 사회에 미치는 변화를 증명했다. 이번 판결은 박 대령의 용기와 신념이 정당했음을 역사에 남긴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