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F4.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 - 기재부
한국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상황도 암울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 실패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라는 두 가지 정치적 충격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급락하는 통화 가치, 소비 심리 위축, 고용 둔화,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는 달러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약세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등 고가 수입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원화 약세의 이점을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3%로 동결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FT에 "한국은행은 경제 성장보다 환율 안정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무역 보복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최대국으로 기록되었으며,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대규모로 진출했으나, 이로 인해 무역 흑자가 급증하면서 트럼프의 관세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우리 수출 주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성장률도 1.8%로 낮췄다. FT는 이는 2010년대 연평균 3% 이상의 성장률과 비교해 급격히 둔화된 수치라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이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윤 대통령이 최근 계엄령 시도로 구속되면서 국내 정치 불안은 더욱 심화되었고, 이는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FT에 따르면, 정부 통계에서 소매 판매는 지난해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가계 부채는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5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고용 감소를 기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대외 협력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