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무속인 이선진 씨.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군산의 한 점집을 수십 차례 방문해 군인들의 운세를 문의하고, 특정 인물들의 충성도를 점쳤다고 한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무속인 이선진 씨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노 전 사령관이 처음에는 개인적인 운세를 보기 위해 방문했으나 2024년부터는 국가적 사안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선진 씨는 “노 전 사령관은 특정 군인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 와서 ‘이 사람이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지’, ‘나와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물었다”며 “군인들의 운세를 통해 이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운이 없어 멈출 것인지도 점쳤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이러한 질문들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관련해 노 전 사령관이 점을 본 정황도 드러났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가져와 점을 보게 했다”며 “내가 ‘보통 군인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노 전 사령관이 ‘이 사람이 나중에 장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에는 장관이 되기 전이었는데, 노 전 사령관이 이미 김 전 장관의 승진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에서 “노 전 사령관은 친구의 소개로 처음 점집을 찾았고, 이후 수십 차례 방문하며 다양한 인물들의 사주를 봤다”고 밝혔다. 이 씨는 “주로 군인들의 사주를 물었으며, 네이버 검색을 통해 얼굴을 확인하며 상담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군 장성도 있었고, 일부 사업가들의 사주도 봤다”고 덧붙였다. 김병주 의원은 질의에서 "당시 계엄을 모의하면서 점을 본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는가"라고 질문했고 이 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2023년부터 내란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김병주 의원은 질의 중 결론을 지었다.
특히 2023년 말 노 전 사령관은 A4 용지에 빽빽하게 적힌 다양한 연령대의 군인 및 사업가 명단(약 20명)을 가져와 사주를 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당시 명리학 공부를 하면서 관련 내용을 노트에 적어 두었지만 현재는 분실된 상태”라고 말했고 부 의원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A4 용지는 노 전 사령관이 도로 갖고 갔다고 이선진 씨는 덧붙였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특정 세력을 제거하거나 군 내부의 지휘 강화를 위해 무속적인 조언을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항상 군 관련 질문을 했고, 특정 인물들이 조직 내에서 끝까지 충성할 수 있는지 등을 점쳤다”며 “나중에서야 이러한 질문들의 의미를 인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 의미는 계엄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씨는 노 전 사령관이 2024년부터 못마땅한 질문을 자주해서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