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1일 공개한 명태균 씨의 오디오 녹취록은 단순한 법조계 로비 의혹을 넘어, 한국 사회가 법치주의 국가인지 치법주의 국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민주당은 "법원의 상식 밖 결정과 검찰의 대응을 고려할 때, 보이지 않는 힘의 작동을 경계해야 한다"며 녹취 공개 이유를 밝혔다.
녹취록에 따르면, 명태균 씨는 2022년 6월 15일 지인과의 대화에서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영선 전 의원을 '선수'라고 지칭하며, "유명 법관 출신을 섭외해 판사를 압박하고, 유죄를 무죄로 바꾸는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 법대 인맥을 기반으로 판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섭외해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며 법조 브로커로서 여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번 녹취가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과 관련된 법원 결정의 정당성을 의심케 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동우회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회원 도움으로 윤석열이 석방되었다"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확인되면서, 법조계 내부에서 특정 인맥을 활용한 사법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은 법치주의 국가인가, 아니면 치법주의(治法主義) 필자가 만들어낸 신조어 국가인가?
법치주의는 법이 지배하는 체제를 의미하며, 모든 사람과 국가 권력이 법에 의해 통제되는 원칙을 따른다. 반면 치법주의는 법 위에 특정한 세력이 군림하여 법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민주당이 문제 삼는 ‘보이지 않는 힘’이란, 결국 법이 아니라 사람이 법을 다스리는 치법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법이 사회의 질서를 결정하지만, 치법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법을 도구로 삼는다. 만약 이번 녹취록에서 드러난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독립성이 아닌 정치적 영향력과 개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오로지 헌법 정신과 법리에 입각해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조 브로커 개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녹취 공개는 법치주의와 치법주의의 경계에서 한국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내용이다. 법이 사람 위에 존재하는지, 아니면 사람이 법 위에 군림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앞으로의 정치적, 법적 대응을 통해 명확해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법이 지배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법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