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매회 반복)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서울. 이곳은 한때 민주주의의 심장이었으나, 이제는 차가운 군홧발 아래 신음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자유를 위해 싸워온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정당한 권력은 폭력으로 대체되었고, 국회와 언론은 무력에 의해 장악되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던 날이었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국회의사당은 군인들에 의해 봉쇄되었고, 의원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총구 앞에서 무력했다. 언론은 무너졌고, 방송국은 계엄군의 손에 넘어갔다. 거리는 침묵에 휩싸였고, 사람들은 숨죽이며 다가올 날들을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사는 침묵 속에서도 움직인다. 무너진 국회와 억눌린 언론 뒤편에서, 자유를 향한 작은 불씨가 살아남아 있었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은 저항자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필사의 투쟁이며, 한 시대의 비극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침묵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역사는 이를 기억할 것이다.
제11장 무너지는 독재의 벽
2025년 1월 5일 새벽. 서울은 다시 폭풍의 심장부가 되었다. 제2차 계엄의 시작. 사실상 내전 선언이었고, 국제전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무장한 시민군이 시청 앞 광장에 집결했고, 그들 중 일부는 탈영한 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총기와 방탄복, 통신 장비까지 갖춘 이들은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이 말이 시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었다.
한강 북단을 기점으로 계엄군이 봉쇄선을 구축했다. 박은수 총장은 마지막 명령이라도 되듯 참모들에게 전달했다.
“저항은 용납하지 마라. 그러나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라. 국제사회가 우릴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지시였다. 계엄군 내부에서도 균열이 심해졌고, 일부 지휘관은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장교 김정수는 자신의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더 이상 국민에게 총을 겨눌 수 없다. 내가 나가서 말하겠다.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의 선택은 곧 톨레그램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우리는 시민을 지키는 군인이지, 독재자의 개가 아니다.”
그의 메시지는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다시 지하로 숨어들어간 추영숙 의원은 비밀 지하방송을 통해 톨레그램으로 전국에 메시지를 보냈다. 계엄은 풀렸다지만 통신은 계속 제한된 상황이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지금 싸우지 않으면, 내일은 없습니다.”
시민군 내부도 단순히 하나로 뭉친 조직은 아니었다. 무장만 한 채 방향을 잃은 이들도 있었고, 누군가는 복수를 외쳤으며, 누군가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소리쳤다. 그 갈림길에서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라는 질문이 사람들 마음에 떠오르고 있었다.
국제사회도 침묵하지 않았다. UN은 긴급 안보리 소집을 선언했고, 미국과 EU는 윤석준 정부의 2차 계엄 선포를 ‘위헌적 쿠데타’로 규정했다. 외신 기자들이 차단된 통신망 속에서도 현장을 취재하려 애썼다.
1월 7일 밤, 서울 종로에서 첫 대규모 교전이 발생했다. 시민군이 경찰청 건물을 장악했고, 계엄군은 곧바로 헬기와 장갑차를 투입했다. 그날 밤, 도시는 화염에 휩싸였고, 지붕 위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렀다.
무너지는 것은 단지 건물이나 질서가 아니었다. 이 나라의 권력 중심, 그 오래된 신념과 거짓의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박은수 총장은 작전지도 위에서 멍하니 한 점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이건 군사 작전이 아니다. 이건… 문명의 경계선이다.”
윤석준은 여전히 대통령실 벙커에 머물렀다. 외부의 반발과 내부의 균열 속에서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엔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 직인이 찍힌 계엄령 문서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마치 박종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주규처럼 말이다.
계엄의 그림자 속, 반란의 불꽃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