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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본을 지배할 때, 시장은 등을 돌린다 [기자 칼럼]

등록일 2025년04월10일 18시0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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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미국은 다시 한 번 산업 부흥이라는 이름의 관세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고 있다. 조선업 부활 행정명령, 중국산 장비에 대한 고율 관세 검토, 그리고 유럽 등 비보복국 대상 일시적 관세 유예까지. 일련의 조치는 단편적인 경제 조치가 아니라, 트럼프의 국가 전략이자 정치 메시지다. 문제는 이 전략이 단순한 산업 보호를 넘어, 행정부 전반의 운영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부흥”을 선언하며, 미국 해운산업이 세계 시장 점유율 1%도 채 되지 않는 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조선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 조선업은 전후 최대의 쇠락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크레인과 장비에 대한 관세 검토 지시, 항만 유지비 부과, 우회수입 차단, 관련 부처 총동원 등이 포함된 행정명령이 발표됐다. '미국 해운안보 신탁기금'을 만들어 예산 지원도 약속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는 일시적으로 관세를 유예하되, 협상 기회를 90일간 부여하겠다는 ‘협상형 유예’ 정책도 병행됐다. 유럽 증시는 이 발표에 화답하며 급등했고, 미국 시장 역시 환호했다. 관세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글로벌 경제를 쥐고 흔드는 전략, 그 중심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중심 재편’의 야심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경제적 명분과 정치적 무기화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이러한 관세 정책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머스크는 밀턴 프리드먼의 자유무역 옹호 영상을 SNS에 올리고, 백악관 고문 피터 나바로를 “아무것도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며 직격했다. 미국의 거대기업과 대통령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은, 경제 영역이 더 이상 정책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 여부에 따라 줄을 서야 하는 무대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머스크가 주도하던 ‘정부 효율성부(DOGE)’는 트럼프의 제동에 따라 자문 기구로 역할이 축소됐다. 한때 개혁의 상징으로 불렸던 머스크의 영향력은 제한되고 있고, 이는 트럼프가 강한 중앙 집중형 국가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 정책이 정치적 복종의 시험대로 전락한 상황에서, 기업과 시장은 점점 정권의 기류에 종속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미국내 여론도 양가적이다.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삶을 나아지게 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25%에 불과했다. 반면 이민, 안보, 강경 무역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적 실익보다는 ‘강한 지도자’, ‘자국 보호자’로서의 이미지를 우선시하는 지지 기반이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이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그는 경제를 회복시키기보다, 경제를 정치적으로 통제하고 상징화함으로써 정치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단순히 보호무역 회귀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권력 집중이며, 산업 복원의 명분 아래 시장을 정치화하는 시도다. 현대자동차의 대미 투자 확대가 ‘관세 회피용 현지 생산’으로 환영받고, 교육부 폐지 선언이 ‘정치적 적폐 청산’으로 포장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그가 추구하는 ‘경제’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자본은 정치에 의해 움직일 수 있지만, 정치가 자본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려는 순간, 시장은 불신으로 응답한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지금 당장은 반짝 효과를 낼지 모르나, 그 끝이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무너진 불확실성의 수렁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관세는 무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무기를 어느 방향으로, 어떤 리더십으로 휘두르느냐가 바로 지금의 핵심이다.

 

#트럼프 #관세정치 #일론머스크 #산업정책 #미중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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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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