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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스크린 너머의 정치 – 정치 테러, 위협받는 민주주의 [Special Report]

등록일 2025년05월20일 18시2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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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의 19일 영등포구 유세의 현장. 방탄유리가 세워져 있고 경호원들은 고공에서의 공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NjT

 

방탄스크린 너머의 정치 – 정치 테러, 위협받는 민주주의

 

2025년 5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의 타임스퀘어 광장.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 복합상업시설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거리 유세가 열렸다. 이날 현장은 평소보다 훨씬 삼엄한 경비와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의 유세 현장에 처음으로 ‘방탄유리 스크린’이 공개적으로 설치되었다.

 

이 방탄유리는 2시간 전 용산역 앞 유세 현장에서 사용되었던 구조물을 분해하여 차량으로 직접 운송, 타임스퀘어로 이동 설치한 것이다. 이처럼 방탄 장비는 유세마다 설치하고 해체를 반복하며 옮겨 다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징적 조치가 아니라, 후보를 겨냥한 실제 테러 협박이 수차례 접수된 정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설계된 경호 시스템의 일환이다.

 

무대 주변에는 일반 경찰과 민주당 자체 경호팀 외에도, 사복 경호요원과 감시 장비를 갖춘 인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무대 주변의 고층 건물 방향을 향해 망원경과 망원 카메라를 사용하며, 창문에 나타나는 수상한 움직임을 실시간 감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누군가 창가에 머무르거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되면, 무전기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즉시 경로를 조정하는 보안 프로토콜도 가동 중이었다.

 

이처럼 이날 유세 현장은 단순한 연설 장소가 아닌, 물리적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응 시스템이 작동된 공간이었으며, 민주주의의 표현 공간이기도 했다. 그 한복판에 서서 이재명 후보는, 방탄유리 너머로 국민을 향해 연설을 시작했다.

 

정치인 신변 보호를 위해 방탄유리를 동원하는 것은 결코 일상적인 풍경이 아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신동욱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가 국민 앞에 방탄유리를 설치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연일 방탄복을 입고, 3중 철통 경호에 돌입하더니, 이제는 국민 앞에 방탄유리로 둘러싸 ‘자신만의 벙커’를 만들었다. 이쯤되면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죄의식에 사로잡힌 ‘도피자’ 아닌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가 왜 이렇게까지 대한민국 국민을 두려워하나. 국민 앞에 당당히 서지도 못하는 자가 어떻게 국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서나. 그 자체로 두려움의 고백입니다. 국민이 이재명을 위협합니까. 아니면 진실이 이재명을 위협합니까. 방탄유리로 가리고 싶은 것은 본인의 죄, 그리고 그 죄를 꿰뚫는 국민의 눈입니다. 이재명이 두려워하는 것은 테러가 아닌 법의 심판, 국민의 심판입니다."

 

방탄스크린 설치를 도피와 유죄의 상징으로 몰아가는 억지 프레임이다. 방탄유리는 일반 국민이 아닌 극단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임에도, 이를 ‘벙커’나 ‘두려움의 고백’으로 표현하며 감정적 언어로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실의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고, 정당한 대응을 정치적 음모로 치환하려는 선전적 주장에 불과하다.

 

그만큼 지금 한국 정치는, 물리적 위협과 정치적 극단주의가 일상화되는 비정상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렇게 극단화되는 데에는 윤석열 일당과 국민의힘이 크게 한몫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한 협박은 단순한 정치적 반대가 아니다. 그는 이미 몇 차례 테러 수준의 위협을 받아왔다. 그리고 2024년 초에는 실제 칼로 테러를 당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칼날이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면 어쩌면 그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비단 한 명의 정치인, 혹은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허약하게 만들고 있는가를 비추는 거울이다.

 

국제 비교 – 유세 중 정치 테러, 세계는 어떻게 마주했는가

 

정치인을 향한 물리적 공격은 극단의 정치를 반영하는 최종 증상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 또한 이러한 고통을 겪어왔다.

 

조 콕스가 테러로 사망하자 시민들이 영국 의회 광장에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사진- Philafrenzy

 

영국 – 조 콕스, 정치적 신념을 지키다 살해당하다 (2016)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사회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을 때, 노동당 하원의원 조 콕스는 지역구 유권자와의 만남 도중 괴한의 총격과 흉기에 피살되었다. 가해자 토머스 메어(Thomas Mair)는 백인우월주의자이자 극우 성향의 외톨이였다. 그는 쿠 클럭스 클랜(KKK), 나치 독일, 아파르트헤이트 등과 관련된 문서를 수집했고, 콕스를 "배신자", "좌파 공모자"로 인식했다. 집에는 나치 상징, 폭탄 제조법, 반유대주의 서적이 널려 있었다. 그는 재판에서 “영국이 우선(Britain First!)”을 외쳤고, 살해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보이지 않았다. 조 콕스는 평등, 인권, 유럽통합을 옹호하던 정치인이었고, 그 진심은 극단주의자의 증오에 의해 끊겼다.

 

가브리엘 기퍼즈, “단어에 의미가 없다면, 정부란 무엇인가?” (2011)

 

2011년 1월, 미국 애리조나의 한 마트 앞. 민주당 하원의원 가브리엘 기퍼즈는 '유권자와의 대화' 행사 도중 머리에 총격을 입고 쓰러졌다. 6명이 사망했고, 13명이 부상당한 대형 테러였다. 가해자 재럿 리 러프너(Jared Loughner)는 정치적 성향이 명확하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반정부주의자이자 ‘의미 없는 언어’에 대한 집착으로 기퍼즈에 대한 분노를 키워온 인물이었다. 그는 “말에 의미가 없다면 정부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퍼즈가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느끼며 적개심을 키웠고, 결국 공격에 나섰다.
 

정치인이 유권자와 대화하는 공간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그 공간이 총격으로 무너졌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타임 매거진 커버로 실린 트럼프가 피격 당한 후 주먹을 불끈 쥔 모습.

 

도널드 트럼프, 귀에 총상을 입고도 “승리의 주먹” (2024)

 

2024년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했다. 귀에 총상을 입었고, 청중 중 1명이 사망,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해자 토머스 크룩스(20세)는 옥상에서 사격을 감행했다. 크룩스는 내성적인 성격의 청년으로, 특정 정치적 성향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가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은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유세장 구조를 사전에 파악하고, 드론을 띄우며 사격 지점을 확인했던 점에서, 이는 단순한 충동이 아닌 사전 계획된 정치적 암살 시도로 간주되었다.
 

구조적 공통점 – 정치 테러는 어디서 오는가?

 

정치인에 대한 테러 사건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보여준다:
 

  • 대부분의 가해자는 외톨이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인물이었다.

  • 이들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위선자’ 또는 ‘배신자’를 제거해야 한다고 믿었다.

  • 극우 또는 반체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거나, 음모론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 정치인을 상징이 아닌 ‘적’으로 인식하며 테러를 정당화했다.


결국, 정치 테러는 개인의 문제이면서도 사회구조와 문화의 반영이다.

 

2024년초 칼로 테러를 당했던 이재명 당시 대표의 목에 선명한 칼자국. 사진- NjT

 

한국의 지금 – 민주주의가 방어막을 요청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차 방탄스크린은 결코 과잉대응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정치인을 향한 물리적 위협은 몇 차례 있었고, 특히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정치적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서 정치인을 ‘타도 대상’으로 표현하는 방식, 조롱과 비난을 넘어 물리적 위협과 실행 계획을 거론하는 글들, 그로 인한 공포는 정치인의 용기를 필요 이상으로 시험하게 만든다.

 

이재명 후보 측이 내세운 “진심은 유리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는 국민 앞에서 서는 것 자체가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경청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 현장은 최근 잇따른 테러 협박과 정치적 위협을 반영하듯, 철저한 사전 보안 점검과 위험 분석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유세 당일보다 먼저 도착하는 ‘선대위 선행팀’은 해당 지역에 미리 들어가 현장 전반을 면밀히 답사하며, 경로와 유세 장소를 직접 확인한다. 이들은 단순히 무대 위치나 동선만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사각지대는 없는지, 도주로와 대피로는 확보돼 있는지, 혹은 군중 밀집에 따른 압사 위험이나 차량 돌진 가능성 등 물리적·보안적 위험 요소를 분석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건물 옥상, 창문, 사각지대, 인파 통제 불가능 지역 등이 발견될 경우, 해당 장소는 즉시 제외 대상이 되며 유세는 진행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에는 몇몇 장소가 일정 직전 보안상의 이유로 변경된 사례도 있다.

 

또한 유세가 실제로 진행되는 중에도 경호팀은 주변 건물이나 고층 구조물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 활동을 수행한다. 특히 고층 빌딩이나 개방된 창문이 있는 장소에서는 망원경, 쌍안경, 레이저 거리측정기 등을 사용해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지를 연설 내내 감시한다. 예컨대 지난달 서울 영등포역 인근 타임스퀘어 유세 당시, 경호원들이 무대 뒷편 고층 건물의 창문을 육안과 장비로 계속해서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이 과정에서 출입이 가능한 창문 근처에 사람이 나타날 경우 무전으로 즉각 보고하는 절차도 진행되었다.

 

이는 단지 과잉 대응이 아니라,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처럼 건물 위에서 이뤄진 장거리 총격이 실제로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 정치권에서도 그와 유사한 ‘고지 위험’에 대비하는 보안 매뉴얼이 도입된 것이다.

 

이처럼 유세 현장 곳곳은 단순한 연설의 공간이 아닌, 실제로 위협 요소를 제거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치밀한 작전 구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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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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