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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에 법은 왜 멈추는가 — 글로벌 기준으로 본 쟁점 [Special Report]

등록일 2025년06월09일 23시2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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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련 모든 재판은 중단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84조는 헌법의 안정 장치다. 법의 권위는 평등에서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 앞에서 그 평등은 때때로 침묵할 때가 있다. 그 침묵은 어떤 개인에 대한 혜택이 아닌, 한 나라의 태평과 성대를 위해서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선언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이 조항은 대통령의 임기를 보호하는 방패인가, 아니면 권력의 특권을 비호하는 성역인가.

 

최근 일어난 논란은 그 답을 재구성하는 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고등법원에서 무기한 연기되었다. 법원은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을 중단한 이 결정을 두고 야권은 들끓었다.

 

“대통령이면 죄가 사라지냐”는 반문이 쏟아졌고, 야당은 법원이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논란은 단지 한 사건의 법리 다툼이 아니다. 헌법 구조 속에 묻혀 있던 한 문장의 침묵이 이제 정치와 법의 무대 위로 끌려나온 것이다.

 

우리는 이 순간, 국가 원수의 직무 안정과 헌법상 통치 기능의 연속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대통령 재판은 지금은 중단되어야 한다. 외국도 이런 경우 재판을 멈춘다.

 

외국은 어떻게 했을까?

 

미국은 헌법에 대통령 면책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2000년 미국 법무부 법률고문국(OLC)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거나 형사 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행정부가 헌법상 부여받은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을 본질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이다.” 면책 조항이 없어도 이렇게 판단을 하는 것이다. 한국은 면책조항이 있는데도 저렇게들 난리다. 

 

2000년 미국 법무부 법률고문국(OLC)은 "재직 중 대통령의 기소 또는 형사 재판은 헌법상 금지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유 기능을 수행할 능력을 본질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이다. OLC는 1973년 내렸던 동일한 결론을 27년 후 재검토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24년 후인 2024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 

 

OLC는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가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형사 재판은 대통령의 직접적 관여와 출석을 요구하며, 국정 수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대통령의 업무는 대체 불가하며, 국정 중단은 헌법 구조상 오직 탄핵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형사 재판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성이 훼손되면 행정부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크다. "배심원단 12명이 국가 최고 행정권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헌법 질서에 맞지 않는다"고 OLC는 밝혔다. 또한 대통령이 기소된 상태에서 재임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직과 국가 통치의 상징적 권위를 손상시키게 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절차는 퇴임 후 또는 탄핵을 통한 파면 후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OLC의 결론이다.

 

미국측의 공식 견해는 대통령 재판이 대통령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대통령은 단순한 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 통치 시스템의 핵심 축이다.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미국 법원은 남은 형사재판 절차를 임기 후로 연기했다. 대통령직 수행과 재판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통령은 죄를 지어도 법정에 서는 순간, 그 자리는 국가의 심장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미국인들에게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정에 토를 단 사람은 거의 없었다. OLC의 과거 결정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더 명확하다. 헌법 제67조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상세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대통령 임기 중에 그 어떤 법원이나 프랑스 행정당국 도 증언을 위해 프랑스 대통령의 출두를 요구할 수 없으며 프랑스 대통령은 제소나 취조, 예심 또 는 소추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모든 시효 또는 시효기간의 만료 로 인한 권리의 상실은 중단된 다.  이렇게 대통령으로 인해 중단 된 고소 및 소송은 대통령의 직 무가 중단된 후 한 달의 기한이 지나면 다시 재개되거나 대통령 을 다시 이에 관여시킬 수 있다. Il ne peut, durant son mandat et devant aucune juridiction ou autorité administrative française, être requis de témoigner non plus que faire l'objet d'une action, d'un acte d'information, d'instruction ou de poursuite. Tout délai de prescription ou de forclusion est suspendu. Les instances et procédures auxquelles il est ainsi fait obstacle peuvent être reprises ou engagées contre lui à l'expiration d'un délai d'un mois suivant la cessation des fonctions.

 

실제로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임기 중 수사 대상이었지만, 재판은 퇴임 이후에야 시작되었다. 프랑스는 헌법이 정치적 안정과 형사 정의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독일은 명문 면책 규정은 없지만, 대통령의 상징성과 국정 안정성 때문에 재직 중 형사소추를 피한다. 다만 관행상 대통령 재직 중 형사기소는 헌법상 탄핵 절차 후 또는 자진 사임 후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으로 자리잡아 있다. 형사소추 절차 개시 전에는 제61조에 따른 정치적 책임(탄핵)을 우선 적용한다는 헌법적 구조다. 즉, 한국처럼 탄핵이 있지 형사 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은 부패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재직 중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는 자진 사임 후 기소되었다. 관행과 헌법 정신이 대통령직을 제어했다. 통치 기능의 안정성을 중시한 결과다.

 

그렇다면 한국은? 헌법84조는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다고만 했다. 그런데 이번 재판 연기 결정은 ‘소추 금지’를 ‘재판 정지’로 확장 해석했다. 이에 대해 “재판은 기소 이후의 절차이므로 헌법의 금지 영역이 아니다”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헌법이 가진 본래 취지 — 대통령제라는 통치 체제의 연속성과 국정 안정 보장 — 를 무시한 협소한 해석이다.

 

법원이 정치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이 유예의 시간은 단지 법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정 기능의 마비를 방지하려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고도의 사법적 절제 행위다.

 

헌법84조는 단순한 기소 면제 조항이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한 국가가 “정치적 안정”과 “법 앞의 평등” 사이에서 헌법의 질서 유지를 위한 선택을 강제하는 조항이다. 대통령은 법 앞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 통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 책임을 다할 수 없는 구조적 방해는 피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 재판이 열리면 그 순간부터 국정은 법정으로 끌려간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민생과 안보, 외교를 통할해야 한다. 재판이 병행되는 대통령제는 그 자체로 헌정적 혼란을 야기한다.

 

대통령은 법의 심판을 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시점은 헌법이 보장하는 통치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임기 중 국정을 흔드는 재판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84조가 침묵 속에 품고 있는 깊은 뜻이며, 성숙한 민주주의가 택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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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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