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사진- NjT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병기 의원이 '아들 국가정보원(국정원)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공식 해명한 사안이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원 자료 유출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김 의원 부인이 과거 국정원 고위 간부에게 아들 채용과 관련된 전화를 한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재점화됐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합동토론회 직후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서영교 의원들에게 다가서는 기자는 거의 없고 10여명의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김병기 의원에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MBC 단독 보도 때문이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김병기 의원은 "원내대표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사안은 반드시 수사기관에 의뢰할 것"이라며 "국정원 감찰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온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의원은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신이 국정원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원내대표로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출사표를 낸 바 있다.
MBC는 이날 김 의원의 부인 이씨가 2016년 7월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이었던 이헌수와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을 확보해 보도했다. 녹음에 따르면 이씨는 아들이 국정원 필기시험과 체력시험, 면접까지 모두 합격했음에도 신원조사 과정에서 탈락했다며 '젊은 사람 인생을 그렇게 망쳐 놓았다'고 항의했다. 이어 "프로세스만 믿고 기다렸는데 또다시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두 가지 방안을 추진 중이며, 경력직 공개 채용에서 아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통화가 있은 지 약 4개월 후 국정원은 경력직 공개 채용을 실시했고, 김 의원 아들은 해당 전형에서 최종 합격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김 의원은 "2017년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된 의혹이며, 그때마다 국정원과 감사원 감사를 통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 기조실장의 공식 업무폰을 포렌식한 결과 유출된 자료라는 점이 명확하다"며 "자료 유출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왜곡된 보도에 대해 분노한다. 이 문제는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의 문제다. 국정원 비밀 요원으로 근무했던 아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부터 반복적으로 나오던 사안이며, 이번엔 후배들이 다치더라도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자님들 대부분 조금만 자료를 찾아보면 다 나와 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그렇게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하면 제 아들은 국가정보원의 비밀 요원이기에 블랙요원이 되지도 못한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자료들 다 찾아보고 공식 기관에서 확인해 본 후에 저에게 질의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수사를 통해 자료 유출 경위뿐 아니라 이번 사안의 진실을 명확히 밝힐 것"이라며, "그동안 후배들이 다칠까 우려해 대응을 자제했지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정원에서 이 문제를 수사해도 공소시효가 지났을 수 있으나, 진실 규명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도 말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통화 당사자인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으며, 김 의원의 부인 이씨는 "일체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김 의원의 아들은 2014년 국정원 신입 공채에서 서류·필기·면접 전형을 모두 통과했으나 신원조사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후 2015년과 2016년 신입 공채에서는 각각 면접과 필기 단계에서 불합격했다. 이후 경력직 전형을 통해 최종 합격한 것이다.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공직 사회에서는 국정원의 채용 절차와 인사 자료 관리,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론 역시 분분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전화 내용이 청탁이라기보다는 항의에 가깝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의견에서는 "녹취록이 공개된 이상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문제는 청탁이 아니라 항의였다"며 "아들의 명예를 위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논란은 정치적 파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