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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어게인'이라는 가상세계 [에디터 칼럼]

등록일 2025년06월18일 10시5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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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는 전 씨의 사진이 가짜임을 증명해냈다. 사진 - AFP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 그리고 친윤 세력은 마치 가상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탄핵된 윤 전 대통령은 최근 내란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다소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그동안 법원 출입 시 일절 발언을 하지 않던 그는, 이날 출석 후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기자의 질문에 뜻밖에도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은, '왼쪽에 있는 지지자들을 보는데 기자가 시야를 가리니 한 발짝 더 앞으로 가라'는 취지였다.
 

선진국 반열에 들었던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자 내란 혐의자가 한 말로는 상당히 낯설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대통령으로 믿고 외치는 지지자들과 함께 가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이들은 모두 ‘윤어게인’이라는 허구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극우 유튜버들과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G7에 초청받았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거짓이라 단정 짓고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내보냈다. 그들의 시청자들, 극우 지지자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믿고 싶은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직 역사 강사 전한길은 트럼프로부터 훈장을 받았으며,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면 트럼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서 훈장을 받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한눈에 봐도 완벽한 가짜 사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 세력은 이 사진을 보고 열광했다.
 

전 씨는 이어 “나를 건드리면 트럼프가 움직인다”, “내 뒤에는 미국·일본·영국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으면 외신 기자들이 자신을 돕기 위한 기사를 써줄 것이라고도 했다. 외국의 일부 극우 언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그런 기사를 써줄 리 없고, 그런 약속을 했을 리도 없다.

 

이처럼 망상에 가까운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극우 진영은 전 씨의 말에 열광했다. 한 누리꾼은 “처음에는 허풍인 줄 알았지만 전한길 선생님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훈장을 받는 사진을 보고, 미국이 배후라는 걸 믿게 됐다”며 “이재명 정부는 전한길 선생님을 건드리면 트럼프 대통령과 적이 되는 것을 각오하라”고까지 적었다.
 

국내에서는 너무 터무니없어 그 훈장 사진이 가짜인지조차 확인하려 들지 않았지만, 오히려 뉴욕 타임스, AFP 등 외신이 앞다투어 이를 다루며 실증을 통해 가짜임을 밝혀냈다.

 

트럼프가 전한길을 지원할 이유도, 그에게 훈장을 줄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극우의 가상세계에서는 전한길이 '독립투사'이고, 윤석열은 '윤어게인' 세계의 '황제'다. 그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다양한 가상 상황을 진실처럼 믿는다.

 

부정선거도 그 중 하나다. 실재하지 않는 상황을 실제로 믿고, 부정선거론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 선거관리 자원봉사자로 들어갔다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10여 명은 모두 부정선거 신봉자들이었다. 이 세계에서 이들은 ‘영웅’ 취급을 받는다. '독립투사'처럼 활동하다가 입건됐기 때문이다. 

 

‘리박스쿨’이라는 극우 성향 교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만들어내고 이를 학습하며, 또 이를 가르친다.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 콘텐츠는 사회에 분명한 해악을 끼친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도 그들의 세계관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의 눈에는 김 후보자가 이미 죄를 지은 자로, 감옥에 가 있어야 할 인물이다. 매일같이 하루 종일 공격하는 게 이 세계 사라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한 행위는 그러나 비정상적이다. 연일 과도하게 비판을 쏟아내는 일부 의원들 또한 정상이 아니다. 그들도 '윤어게인' 세계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극우 및 보수 언론이 이같은 주장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역시 가상세계의 일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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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US 에디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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