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이 김민석 의원의 학위 문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사건이 있다. 바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건이다. 2010년 발생한 이 사건은 단순히 연예인의 학력 위조 여부에 대한 의혹 제기를 넘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집단적 광기와 무분별한 음모론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타진요의 주동자 '왓비컴즈'는 자신의 학력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한 욕구에서 출발하여, 가수 타블로의 명백한 학력 증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음모론을 제기했다. 왓비컴즈는 타블로가 세계적인 명문대인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5년 만에 받을 수 없다며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일파만파 퍼져 많은 사람이 왓비컴즈의 말을 믿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국의 탐사취재 방송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관계자의 확인을 받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스탠퍼드의 입학사정관은 타블로가 두 개의 학위를 분명히 받았다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왓비컴즈와 타진요 회원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타블로의 가족까지 피해를 입히며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고,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낳았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타진요 측은 완패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확인을 해줬고, 공영방송이 그것을 취재·보도했으면 논란은 그것으로 끝났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는 분명히 집단적 광기였다.
타블로는 타진요 회원들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곽윤경 판사)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타진요 회원 이모 씨와 원모 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송모 씨 등 4명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모 씨 등 2명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한 공격 양상을 보면서 타진요와 같은 정치적 광기가 반복될 위험성을 엿보게 된다. 평소에 점잖아 보이던 중도 성향의 사람들도 TV와 유튜브에 나와 김민석의 칭화대 석사 학위 획득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해설을 한다.
칭화대의 중국법 석사(LL.M) 영어 과정은 총 24학점을 이수하면 되고, 논문을 한 편 써야 한다. 1년 과정이다. 칭화대는 미국 대학과 학점 교류가 가능했고, 공부한 것은 6과목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고 김 후보자는 설명했다. 그러니 미국과 중국에서 법학 학위를 받는 게 불가능한 일은 전혀 아니었다.
학위 문제는 사실 너무나 간단하다. 타블로는 재판부에 학위증명서, 교수 확인서, 논문 자료, 성적증명서, 출입국 기록, 여권 사진, 졸업증명서, 재학 당시 기숙사 사진, 스탠퍼드 대학 입학 전 국제학교 재학 증명서 등을 제출해 재판에서 승리했다.
김 후보자도 칭화대와 미국의 법대 졸업장 또는 성적표를 공개하거나, 제3자가 해당 학교에 졸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개' 상태로 두면 된다. 더불어 변호사 자격증이나 미국 변호사시험(BAR Exam) 합격증을 공개하면 학위 문제는 너무나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다.
이렇게 간단히 소명될 일을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의혹 제기를 지속하는 행태는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개인의 명예와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정치가 명분과 책임성을 잃고 타진요식 여론몰이로 흘러갈 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과거의 타진요 사건이 충분히 보여주었다.
지금 정치권은 과연 이런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있을까? 그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타진요가 너무 사회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자 2010년 당시 누리꾼 수만 명은 "한 인격체를 무참히 짓이겨 망가뜨린 집단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수십만 누리꾼들이 처벌과 사과가 아니라 정당 해산의 수순을 밟자는 청원을 더욱 강하게 밀어부칠 가능성이 크다.
사족을 달자면,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 시절부터 보수 정권 국정원이 그를 관리했고 검찰도 그의 정치 생명을 끊어놓으려 수년 동안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모든 공격을 이겨내고 대통령이 된 것처럼 김민석도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김민석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운 게 보수정권이고 검찰이고 윤석열인 것처럼 김민석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도운 주요 인물은 주진우와 국민의힘 그리고 이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한 검찰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