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문시연 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다. 사진- NjT.
숙명여대가 김건희 여사의 석사학위를 공식 취소함에 따라, 국민대가 박사학위 과정 입학 및 학위 수여의 무효화 절차에 들어가며 학문적 부정 논란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두 대학의 잇따른 조치는 단순한 개인 학위 검증을 넘어 고등교육 전반의 신뢰성과 학문 윤리, 공정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숙명여대는 김 여사가 1999년 제출한 석사 논문 '파울 클레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해 2022년부터 검증 절차를 진행해왔다.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표절률은 48.1%에서 최대 54.9%에 달했으며, 학교 측은 이를 바탕으로 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김 여사가 대학원 진학 시 기초로 삼은 학위가 무효화되며, 후속 학위와 경력 전반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대는 2008년 김 여사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제출한 박사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에 대해 입학 자격부터 검토할 방침이다. 국민대는 “석사학위가 무효가 되면 박사과정 입학 자격 또한 상실되며, 이 경우 입학과 학위 수여 모두 무효로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대는 숙명여대의 공식 결정 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당사자 동의 확보와 함께 공문 발송, 관계기관 정보공개 청구를 병행하고 있다. 이후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운영위원회와 대학원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해, 입학 무효 여부를 심의하고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결론은 이르면 한 달 내로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단지 학위 취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계 내에서는 김 여사 논문 검증 절차가 오랫동안 지연되어온 배경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대학 당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숙명여대 총장인 문시연은 총장 선거 당시 김 여사 논문 검증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공약으로 96%에 달하는 학생 지지를 얻었다. 당시 그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통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후 문 총장은 2024년 국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결과에 대해선 함구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키웠다. 이에 숙명민주동문회는 문 총장에게 보다 단호한 결단을 요구하며 “학문적 책임과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는 계속 지연됐다.
학계 일각에서는 문 총장의 모호한 태도에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이에 대해 질문했으나 문 총장은 외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낙담한 듯한 그의 태도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외압이 있었는지 김건희 특검에서 조사해볼만한 내용이다.
숙명여대 총장 선거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구성원 전체의 직선제로 진행되었으며, 문 총장은 1차 투표에서 39%, 2차 투표에서 56%의 지지를 받아 최종 선출됐다. 그는 취임 직후 “어느 구성원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가 화합하여 학교 행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 여사의 학위 취소 논란은 이제 단순한 개인 논문 검증을 넘어, 고등교육 기관의 학문적 진실성과 공정성,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