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 사진- Arturo Pardavila III. https://www.flickr.com/photos/apardavila/19902524660
2025년 7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홈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선 클레이튼 커쇼(37)는 언제나처럼 왼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커브 던졌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비니 카프라(28)는 그 궤적을 읽지 못했다. 헛스윙 삼진. 바로 그 순간,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0번째로 통산 탈삼진 3,000개를 돌파한 투수가 되었다. 그것도 한 팀에서만, 왼손으로만 이룬 유례없는 기록이었다.
커쇼는 2008년 5월 25일, 20세의 나이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18년이 흐른 지금, 그 유니폼을 단 한 번도 갈아입지 않은 채, 여전히 다저스타디움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시대는 바뀌었고, 팀 동료들도 셀 수 없이 바뀌었지만, 커쇼만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커쇼의 커리어는 숫자만으로도 경외감을 자아낸다. 216승 94패, 평균자책점 2.52, WHIP 1.01, 통산 탈삼진 3,000개. 역대 최고 수준의 선발 투수 성적이며, 특히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평균자책점 2.50은 ‘라이브볼 시대’ 이후 최저 기록이다. 깨끗하고 반발력이 높은 ‘새 공(Live Ball)’을 자주 교체해 쓰는 시대를 라이브볼 시대라고 부른다. 즉 타자들에게 유리한 시대를 의미한다.
그가 정점에 있었던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메이저리그 모든 투수들 중 가장 압도적인 존재였다. 사이영상 3회, MVP 1회, 골드글러브 1회, 올스타 10회, 다승·ERA·탈삼진 타이틀을 모두 따낸 '트리플 크라운' 시즌까지 있었다.
하지만 커쇼의 진정한 위대함은, 단순한 숫자나 트로피 너머에 있다. 그는 야구계에서 가장 정교한 투구 메커니즘을 가진 투수로 손꼽힌다. 특히 그의 커브는 ‘야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궤적’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예술적인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MLB 공식 영상 클립에서 그의 커브는 슬로모션으로 수없이 재생되었고, 그 궤적은 팬들의 기억 속에 각인됐다.
또한 그는 특유의 템포 조절과 익숙한 딜리버리를 통해 타자의 시야를 무력화시키는 데 천재적이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슬러거였던 앨버트 푸홀스는 커쇼의 투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20년간 상대했던 투수 중 가장 패턴을 읽기 힘든 공을 던진 사람이었다. 무엇이 올지 알아도 맞추기 어렵다.”
그러나 커쇼의 길은 항상 순탄치 않았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잦은 기복과 불운한 경기 운영, 불펜의 지원 부재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팀이 매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커쇼의 '10월 부진'은 언론의 집중 타깃이 되었다. 그에게 따라붙은 '정규시즌의 왕, 가을의 유령'이라는 비아냥은 오랫동안 그의 이름 앞에 붙은 꼬리표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를 깨뜨렸다. 2020년 팬데믹 시즌, 다저스는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커쇼는 그 과정에서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완수했다. 6이닝 1실점 승리, 5.2이닝 2실점 승리를 거두며 통산 포스트시즌 ERA도 서서히 낮췄다. 그 해 그는 존 스몰츠와 저스틴 벌랜더를 제치고 포스트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207개)을 수립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커쇼는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어깨, 허리, 팔꿈치, 발가락까지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졌고, 경기 출전 수는 매년 줄어들었다. 2024년에는 단 7경기 출전에 그치며 평균자책점 4.50이라는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종료 후에는 왼쪽 무릎 반월상 연골 파열과 족저판 파열, 발가락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으며 사실상 재활 시즌을 보냈다.
그런 와중에도 다저스는 202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커쇼는 로스터에는 있었지만, 마운드에는 서지 못했다. 팬들과 언론은 이제 그의 은퇴 가능성을 진지하게 점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또 다시 돌아왔다. 2025년 2월, 커쇼는 다저스와 1년 계약을 체결하며 18번째 시즌에 돌입했다. 그리고 5월 복귀 후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며, 마침내 7월, 3000탈삼진의 문을 열었다.
이제 커쇼는 다저스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존재다. 샌디 코우팩스(쿠팩스로 알려짐), 단 서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오렐 허샤이저에 이어, '다저 블루'의 계보를 잇는 최후의 존재이자, 가장 오랫동안 버텨온 투수다. 다저스 통산 승수 2위, 통산 탈삼진 1위, 통산 WAR 1위, 통산 평균자책점 1위의 기록은 그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커쇼는 경기 외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기독교 신앙에 기반한 가치관과 봉사 활동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커쇼스 챌린지(Kershaw’s Challenge)’라는 재단을 운영하며 아프리카 잠비아에 보육원을 설립했고, 미국 내 저소득층을 위한 기부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매년 다저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핑퐁포 퍼퍼스(Ping Pong 4 Purpose)' 자선 탁구 대회는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기부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올스타 10회, 사이영상 3회, MVP 1회, 노히터, 트리플 크라운, 포스트시즌 최다 탈삼진, 다저스 최다 탈삼진, 그리고 3000K. 그 어느 기록 하나도 쉽지 않다. 하지만 커쇼는 그것을 천천히, 묵묵히, 그리고 우아하게 이루어냈다. 시간이 흐르고, 투수의 전성기가 짧아지는 시대에 그는 정면으로 그 흐름을 거슬렀다.
커쇼는 말한다. “나는 여전히 야구가 좋다. 고통이 있어도, 마운드에 설 수 있는 하루가 감사하다.” 그의 이 말이야말로 커쇼라는 투수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의 통산 3000번째 삼진을 헌납한 비니 카프라는 경기 후 이렇게 말했다. “커쇼에게 당한 삼진이라면, 오히려 자랑스럽다.”
2025년 시즌이 끝난 뒤, 커쇼는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된다. 정말 마지막 FA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입에서 “끝났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커쇼의 시간을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다.
왼손 투수로서, 한 팀에서만 3000탈삼진을 기록한 사상 첫 번째 투수. 커쇼의 이름은 이미 명예의 전당에 가장 근접한 투수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다저스의 등번호 22번으로 기억될 것이다.
yes
MLB 역대 통산 탈삼진 순위 (Top 20)
순위 |
선수 이름 (활동 연도, 나이) |
탈삼진 |
이닝(IP) |
좌투우투 |
1 |
놀런 라이언 (27시즌) |
5714 |
5386.0 |
우투 |
2 |
랜디 존슨 (22시즌) |
4875 |
4135.1 |
좌투 |
3 |
로저 클레멘스 (24시즌) |
4672 |
4916.2 |
우투 |
4 |
스티브 칼튼 (24시즌) |
4136 |
5217.2 |
좌투 |
5 |
버트 블라일레븐 (22시즌) |
3701 |
4970.0 |
우투 |
6 |
탐 시버 (20시즌) |
3640 |
4783.0 |
우투 |
7 |
단 서튼 (23시즌) |
3574 |
5282.1 |
우투 |
8 |
게일로드 페리 (22시즌) |
3534 |
5350.0 |
우투 |
9 |
월터 존슨 (21시즌) |
3509 |
5914.1 |
우투 |
10 |
저스틴 벌랜더 (20시즌, 42세) |
3471 |
3483.1 |
우투 |
11 |
맥스 슈어저 (18시즌, 40세) |
3419 |
2891.0 |
우투 |
12 |
그렉 매덕스 (23시즌) |
3371 |
5008.1 |
우투 |
13 |
필 니크로 (24시즌) |
3342 |
5404.0 |
우투 |
14 |
퍼기 젠킨스 (19시즌) |
3192 |
4500.2 |
우투 |
15 |
페드로 마르티네스 (18시즌) |
3154 |
2827.1 |
우투 |
16 |
밥 깁슨 (17시즌) |
3117 |
3884.1 |
우투 |
17 |
커트 쉴링 (20시즌) |
3116 |
3261.0 |
우투 |
18 |
CC 사바시아 (19시즌) |
3093 |
3577.1 |
좌투 |
19 |
존 스몰츠 (21시즌) |
3084 |
3473.0 |
우투 |
20 |
클레이튼 커쇼 (18시즌, 37세) |
3000 |
2787.1 |
좌투 |
yes
클레이튼 커쇼 통산 성적 (2008~2025)
시즌 |
팀 |
ERA |
경기 |
선발 |
완투 |
완봉 |
이닝 |
삼진 |
WHIP |
평균자책 |
2008 |
LAD |
4.26 |
22 |
21 |
0 |
0 |
107.2 |
100 |
1.50 |
4.26 |
2009 |
LAD |
2.79 |
31 |
30 |
0 |
0 |
171.0 |
185 |
1.23 |
2.79 |
2010 |
LAD |
2.91 |
32 |
32 |
1 |
1 |
204.1 |
212 |
1.18 |
2.91 |
2011 |
LAD |
2.28 |
33 |
33 |
5 |
2 |
233.1 |
248 |
0.98 |
2.28 |
2012 |
LAD |
2.53 |
33 |
33 |
2 |
2 |
227.2 |
229 |
1.02 |
2.53 |
2013 |
LAD |
1.83 |
33 |
33 |
2 |
2 |
236.0 |
232 |
0.92 |
1.83 |
2014 |
LAD |
1.77 |
27 |
27 |
6 |
2 |
198.1 |
239 |
0.86 |
1.77 |
2015 |
LAD |
2.13 |
33 |
33 |
4 |
3 |
232.2 |
301 |
0.88 |
2.13 |
2016 |
LAD |
1.69 |
21 |
21 |
3 |
3 |
149.0 |
172 |
0.72 |
1.69 |
2017 |
LAD |
2.31 |
27 |
27 |
1 |
0 |
175.0 |
202 |
0.95 |
2.31 |
2018 |
LAD |
2.73 |
26 |
26 |
0 |
0 |
161.1 |
155 |
1.04 |
2.73 |
2019 |
LAD |
3.03 |
29 |
29 |
0 |
0 |
178.1 |
189 |
1.04 |
3.03 |
2020 |
LAD |
2.16 |
10 |
10 |
0 |
0 |
58.1 |
62 |
0.84 |
2.16 |
2021 |
LAD |
3.55 |
22 |
22 |
0 |
0 |
108.1 |
144 |
1.02 |
3.55 |
2022 |
LAD |
2.28 |
22 |
22 |
0 |
0 |
126.1 |
137 |
0.94 |
2.28 |
2023 |
LAD |
2.46 |
24 |
24 |
0 |
0 |
131.2 |
137 |
1.06 |
2.46 |
2024 |
LAD |
4.50 |
7 |
7 |
0 |
0 |
30.0 |
24 |
1.30 |
4.50 |
2025 |
LAD |
3.43 |
9 |
9 |
0 |
0 |
44.2 |
32 |
1.25 |
3.43 |
통산 |
|
2.52 |
441 |
438 |
25 |
15 |
278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