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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 고양이는 맹수다

- 인간의 선택적 동물권의 편향. HSK

등록일 2023년02월18일 21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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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최근 한 탐조 유튜버가 올린 영상 때문에 '길고양이 편'과 '새 편'으로 나뉜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남단 서귀포시 마라도 주민들이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보내는 데 동의했다. 이유는 생태 보호였다. 마라도 길고양이들이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 등을 해치기 때문이다. 마라도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에 위치한 중간기착지이자 난대성 해양 동식물의 터전으로 천연보호구역이다. 이곳에서 '신비의 새'라 불리는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원래 마라도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들였다. 고양이는 쥐만이 아니라 뿔쇠오리를 공격했다. 80마리 이상이면 20년 안에 쇠뿔 오리가 멸종이다. 현재 100여 마리 이상이다. 더 멸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018~2019년 조사 당시 뿔쇠오리 개체 수 가운데 5% 이상이 피해를 봤다. 마라도만이 아니라 홍도와 흑산도에서도 섬에 사는 새들을 길고양이가 무차별 공격한다. 국립공원에서도 이런 사냥 행태는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고,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립공원에서 포획한 들고양이는 1200마리 이상이다. 도심에서도 위험스럽다. 창경궁 춘당지에 사는 천연기념물 원앙도 길고양이들이 공격했다.

 

길고양이가 이렇게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인간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1년에 2~4번 번식하는데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번식 횟수는 은신처가 많고 먹을 게 많을수록 잦아진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번식을 더 늘리게 한다. 사람의 개입으로 개체 수가 지나치게 늘었고, 다른 동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가 지나쳤다. 사람들의 선한 의도가 오히려 생태계를 위협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등 7대 광역시의 길고양이 수는 67만~68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 10만 마리, 경기도 35만 마리 정도인데 전국에 100만 마리 넘게 살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렇게 많으니 도심에서 케어 테이커고양이를 돌보는 시민들과 일반 시민과 갈등은 증폭되어왔다. 배변의 악취, 발정기 고양이 울음소리 등이 소음 공해를 일으키고 고양이에게 주어지는 급식이 개체 수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 접수된 길고양이 불편 민원은 2013년 고양이 소음 민원 중심에서 최근 급식소 위생관리, 과도한 사료급여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로 캣맘cat mom· 길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밥을 주며 관리하는 사람들의 돌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고양이와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다. 이제 고양이를 학대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높아졌지만, 고양이 개체를 증가시키는 사람들에 대해 원성이 더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노출이 적은 곳에서 정기적으로 서울시는 한 번에 먹을 양을 70g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캣맘이나 케어 테이커들은 너무 적다는 태도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 길고양이 급식소가 1.9∼2.4마리당 1개씩 있어 과도하다는 것이다.

 

사실 고양이는 이중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도심지나 주택가의 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반면, 국립공원 등에서는 야생생물법상 들고양이로서 포획 등의 조처 대상이 된다. 야생동물과 알ㆍ새끼ㆍ집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심과 자연이 만나는 공간에서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이다. 모호한 경계의 공간에서 길고양이의 야생동물 사냥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자연 상태의 다른 동물이 오갈 수 있는데 고양이는 무차별적으로 가리지 않고 사냥한다. 국립공원에 아니라서 포획을 할 수 없으니 번식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마포구 난지 한강공원, 노원구 중랑천 상류 등에 있는 23만2276㎡ 면적의 야생동물보호구역 6곳에서는 길고양이에게 급식을 되도록 하지 말아 달라고 권고했다. 가축화되었다가 다시 야생으로 특히 국립공원에 돌아간 고양이는 달리 관리 되어야 한다.

 

번식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중성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말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성화된 길고양이는 8만 3558마리 정도다. 최근 5년간 연평균 7만 1000여 마리가 중성화됐다. 올해 9만 마리 이상을 중성화할 예정인데 중성화한 뒤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것을 ‘TNR 사업’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몸무게 2㎏ 이상인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er)을 한 뒤에 방사(Return)한다. 지자체들은 일반적으로 지역 동물병원 등과 계약을 맺고 진행한다. 지자체 측에서는 중성화를 마친 길고양이 1마리당 10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병원에 지급하는데, 병원 측에서 지원금을 받으려면 증빙자료를 제출한다. 그런데 정작 어려움은 지원금이 적은 것도 있지만 캣맘이 고양이 포획에 개입하기 때문에 어려움과 함께 비용이 상승한다.

 

그럼 이런 ‘TNR 사업’은 효과가 있을까? 서울 등 7대 광역시의 길고양이가 2년 사이 13만여 마리 줄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1년 사이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10.3%에서 49%까지 증가했고, 같은 기간 길고양이 개체수는 20만3615마리에서 9만889마리로 줄었다. 새끼고양이(1살 이하) 비율은 같은 기간 40.1%에서 13.7%로 낮아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키라르고 TNR 사업을 분석한 논문에서는 지역 길고양이(Free-Roaming Cat)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455마리에서 206마리로 55% 줄었다. (2019년 2월 국제학술지 '수의과학 프론티어스' 발표) 미국 비영리조직 '베스트프렌즈동물협회'(BFAS)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트레일지역 사례를 보면 2004년과 2020년 사이 길고양이가 99.4% 감소한 경우가 있다. 2004년 175마리 길고양이가 있었는데 2020년엔 1마리만 남았다고 한다.

 

서울의 서초나 방배 등 중성화율이 80%를 넘어서는 곳은 민원도 많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75%가 목표라지만, 2021년 서울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중성화율을 50%로만 유지할 때, 2030년께 서울시 내 길고양이가 6만 마리 정도로 감소한다. 최소 50만7천788마리를 중성화해야 하는데 매년 6만7천705마리 이상을 중성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이 만만치 않다. 2022년에만 길고양이 중성화에 158억 원 이상을 들였다. 길고양이 한 마리에 20만 원 든다. 만약 80% 이상의 중성화율을 목표로 한다면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간다. 매년 최소 135억 4천 100만 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최근 5년 동안 전국적으로 TNR에 사용된 예산은 연평균 108억 9천 880만 원이다. 이 비용을 가난한 시민들에게 지급한다면 어떻겠는가 싶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중성화 사업이 제한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특정 지역에서만 할 경우 다른 곳에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2021년 기준 49%이다. 대한수의사회는 75%를 넘겨야 하는데 광역시 중성화 비율은 13% 이하에 그친다고 했다. 미국 농무부 농식물검역소(APHIS)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이런 중성화의 한계 때문에 입양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동물 단체는 중성화율 등에 의존하면 유기를 방치하게 되어 광견병들을 다른 동물에게서 매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선한 의도가 낳는 악한 결과에 대해서 간과한다. 종(種) 차별주의가 작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고양이만 예뻐한다. 고양이만이 야생에서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동물 개체 수는 외모로 차별받는다. 길고양이는 귀여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생태 교란자가 되었다.

 

인간이 어떻게 보든 엄연하게 고양이는 맹수다. 새나 다람쥐는 고양이에게 살상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런 인간의 선택적 동물권의 주장이 편향이며 이에 대한 성찰은 여전히 요원하다. 생태에 대한 인간의 치우친 욕망이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고양이는 가축화되지 않는다. 야생에서 잠시 인간에게 와 있을 뿐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존재다. 한때 각광받았던 비둘기는 분변이나 털, 재산과 생활 공간 피해로 2009년 유해동물로 지정되었다. 더 이상 먹을 것을 주는 것도 불법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지금 길고양이에 대한 자발적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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