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한국에 온 이후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글이 너무 길다. 글이 길면 읽지 않는다.”
미국 신문이나 언론의 기사에 비하면 아주 짧은 편인데 글이 길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기사가 길고 상세하지 않으면 어떻게 내용을 상세히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내 안에 생겼다.
대부분 한국 언론 기사는 매우 짧으면서 자극적이다. 그것에 길들어져 있는 독자들은 조금만 길면 읽으려 들지 않는다. 지금 한 번 뉴욕 타임스, LA타임스 등 미국 유수의 언론 사이트에 가서 기사를 읽어보라. 대부분의 긴 기사는 유료화되어 제공된다. 즉 길고 상세한 기사가 언론이 내세우는 가치 있는 기사다. 미국 언론은 기사를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긴 기사는 당당히(!) 유료 뉴스로 묶어둔다.
한국은 일단 긴 기사는 나쁜 기사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유료화는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누구의 잘못인가? 언론의 잘못이다. 독자들이 싫어한다고, 그러면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될 수 있으면 짧게 기사를 쓰려는 것이 한국 언론의 관행처럼 되었다. 이전에 종이 신문이었을 때는 이해가 됐다. 제한된 지면에 많은 기사를 담으려면 함축된 기사가 필요했다. 지금 인터넷 신문의 시대는 다르다. 좀 더 상세하게 길게 기사를 써도 별문제 없다.
과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업체에 연회비를 내고 보도문을 뿌린 적이 있었는데 그 회사 대표는 늘 나에게 “기사가 깁니다. 줄여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러려면 내가 왜 보도문을 냅니까? 그냥 내주세요”라고 답변했다. 그 대표 왈 “길면 언론이 기사를 써주지 않아요”라고 답했고 나는 “그런 언론에는 기사 안 나가도 됩니다. 기사를 보고 가치가 있으면 그중에서 언론사가 필요한 부분을 요약하는 것이 기자가 할 일이지 짧은 글을 그대로 복사하기, 붙여넣기 하면 그게 언론입니까? 그게 기자입니까?”라고 말했다.
나는 이어 “그런 언론에는 보도문 안 나가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닌, 제대로 된 기자가 아닌 자들이 복붙한 기사가 여러 곳에 올라간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나는 1년이 지난 후 더는 그 회사의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수많은 사람이 나에게 ‘긴 기사는 읽지 않는다’라고 말해줬다. 한국 사정을 잘 안다고 나에게 훈수를 두는 것이다. 늘 그랬다. 상세한 기사를 쓰지 못하는 언론은 절대 유료화로 갈 수 없다는 걸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인터넷 기사는 모두 무료이고 무료 기사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짧게 써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하지만 나는 인터넷 기사를 유료화해야 언론이 생존한다고 믿는다. 미국 언론은 이미 오래전 유료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게 맞는 모델이고 나는 맞는 모델을 따르는 것이다. 왜 망하는 모델을 따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