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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 전도연이 아기를 원하면...

아이를 낳으려는 중년들에게 편견을 가하는 일은 줄여야 HSK

등록일 2023년02월23일 22시0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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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 경쟁의 민낯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반찬 가게를 하는 집의 학생이 일타 강사의 도움을 받아 전교 1등을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더구나 예전의 인연으로 강의도 듣기 쉽지 않은 일타강사가 개인 과외를 무료로 해준다. 이 드라마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일타 강사도 흙수저 출신이다. 결국, 이 드라마를 통해 인지할 수 있는 내용은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누구나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 어쨌든 금수저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흙수저 판이 ‘일타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계급적 계층적 그리고 지역적 조건과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천재 캐릭터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왔다. 이제는 개별적인 우연과 인연을 통한 각자도생 방식이 사교육과 연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교육 관련 드라마에서 어린 학생들이 많아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었고, 12만 명이 줄었다. 이는 작은 중소 도시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이대로 가면 가까운 2030년에 잠재 성장률이 0%대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는 점은 괜한 게 아니다.

 

지난 4년간 어린이집이 8천 개 없어졌다. 어린이집 근무 인원을 대략 한 곳당 열 명만 잡아도 8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어린이집이 그러니 학원도 많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쓰는 용품 생산업체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악순환이다.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고용 불안과 미취업, 그리고 경제적인 상황을 꼽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자유 선호는 부차적이다. 물론 이런 요인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 분석 대상은 주로 현재적 변수들이고, 부모의 관점이다. 특히, 간과된 것이 여성들의 문화 심리가 빠진 점이기도 하다.

 

자녀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문화 심리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자녀와 동반 자살을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잘될 수 있다면 사교육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역할을 중시하는 가족주의 문화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이 심한 것은 잘 된 자녀 덕을 보기 위해서라고 더는 할 수 없다. 전근대적 경제 체제에서는 자녀들을 많이 낳아서 가족 생산력을 늘리거나 노후에 부모 봉양을 자녀에게 지도록 했다. 이 때문에 효라는 개념이 발달하게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이는 타당하지 않고 국가의 복지정책 확대는 가족 중심의 봉양 문화와 배치된다. 자녀의 미래가 전도유망하기를 바라고 그것이 자신의 성취감으로 자랑거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가 생각할 때 출산은 자신이 없어진다.

 

한국경제는 여성의 노동 참여를 통해 성장을 이뤄왔다. 그들은 한쪽으로는 경제 노동과 다른 한쪽으로는 출생 육아를 요구받았다. 이마저도 조부모에 의존하는 가족형 양육시스템이 지원돼야 한다. 이에 따라서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많지 않다. 직장에 따라서는 부설 어린이집, 유아 돌봄/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교육 무상 교육 논의가 예전보다 많이 진척되었고 고등학교도 이에 해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그렇게 나아지지 않는다.

 

많은 설문 조사에서 1위로 꼽히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다. 이에 대응해 각종 출산 수당을 주는 제도가 시행되었는데, 이에 대해 오히려 비웃음도 많다. 준다면 1억 원은 줘야 한다고 말이다. 15년간 약 280조 원이 들어간 출산 정책에도 효과가 없으니 이런 파격적인 공약도 생뚱맞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왜 1억 정도가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이는 사교육비에 해당한다. <동아일보>의 설문 조사 결과 의대생의 경우 고교 재학 기간 월평균 10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는 44.3%(109명)이었고, 14.6%(36명)는 한 달 2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2021년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41만9000원)의 2배 이상이다.

 

여기에 대학 졸업장만이 능사는 아닌 시대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까지 들어가는 비용도 학원비를 포함해 지원하기도 한다. 여기에 결혼과 육아를 생각한다면 아찔할 수 있다. 이를 그나마 줄여주는 것이 많은 이익을 얻는 의사나 변호사 정도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이러한 맥락에서 1억 원을 출산 장려금으로 준다고 해도 출산율은 풀 반등하지 않겠다. 경제적인 원인만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문화 심리적 차원에서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병풍이라는 점이다. 일부 소수 아이를 위한 디딤돌이 될 뿐이다. 다른 이들의 발판이 되어야 하는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도 치열하게 몸과 마음 그리고 경제적 지원을 온 가족에게서 지원을 받고 경쟁에 나서지만 결국 소수에게 돌아갈 정해진 자리에서 배제될 운명이다. 이에 누군가는 채워야 하는 레이스에서 열패감에 시달리게 된다.
 

 

Photo by Shutterstock

 

 

하지만, 그것을 알더라도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은 학원과 과외에 나서야 한다. 워낙 모두 하기에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 친구도 없다. 1등을 차지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성, 인성 발달에 저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참여한다. 더구나 대개 한 자녀가 많기에 더욱 이를 우려하게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과 놀아야 하는 또래 발달 심리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병풍에 머물고 만다면 아예 그 경쟁 레이스에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각고의 과정을 거쳐서 사회 진출했을 때 맞게 되는 현실이 비정규직의 삶이라면 그 부담의 대부분은 여전히 부모에게 전가(轉嫁)된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구조화 속에서 자녀 양육에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정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위원회의 전문가들이 이런 병풍과 열패감의 구렁텅이에 처하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출산 인센티브나, 돌봄 제도, 공동 육아, 교육비와 교육프로그램의 지원 등 현상 타개를 위한 조치를 고안할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낮은 학력에 경제적 상황이 열악할수록 자녀를 많이 낳아 생산력과 부양력을 높이려 했지만 모든 자녀 양육에 관한 고비용과 후회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에 이마저도 후퇴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남행선(전도연)의 상황은 이런 무의식을 어쩌면 잘 대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남동생은 발달장애인이고 조카는 전교 1등을 하는 수재다. 남동생을 대할 때 일단 가족은 잘 돌본다. 남동생은 불안의 무의식이다. 조카는 바람직한 희망이다. 조카 바보 현상을 반영했다. 하지만 결국 남행선은 더 큰 부담을 지고 있고 책임감으로 더욱 밝고, 명랑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현실에서 이런 캐릭터를 보기 힘들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 물론 드라마상의 작위성이다.

 

희망은 없는 것일까? 중요한 현상은 뒤늦게 아이를 가지려는 이들의 증가이다. 이는 누구에게 정책이 맞춰줘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20대나 30대 초중반 여성에게 맞춰진 출산 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나이별 출산율을 보면 40대 초반 여성은 1년 전보다 0.4명 늘었다. 8명으로 역대 최고다. 35살 이상 고령 산모의 비중도 35.7%인데 1년 전보다 0.7% 증가다. 산모의 평균 출산 나이는 33.5살인데 0.2살 늘었다.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이런 통계를 보자면, 뒤늦게 아이를 갖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아이를 원하지만, 연간 약 20만 명 이상이 난임 진단을 받는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12.1%가 임신이 되지 않는다. 난임 환자가 늘고 있지만, 비용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본인부담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이 산재해 있다. 난자 채취 방식 등에 따라 적용 횟수가 제한돼 있고, 이후 시술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에만 시술비를 추가 지원해 맞벌이 부부는 상당수 시술비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난임 시술 사업이 2022년부터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거주지에 따른 지원사업의 역차별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재정이 튼실한 곳일수록 지원이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병원에 가는 시간을 내기도 버겁다. 난임 치료를 위해 3일 이내의 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사용하기 힘들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2년 5월 발행한 관련 보고서에서는 임금노동자 527명 중 21.3%만이 “난임 치료휴가를 사용했다.”라고 했는데, 21.6%는 “휴가 제도가 있지만 주변의 시선에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응답했다.

 

젊은 세대에 출산 정책을 맞추고 설득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이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들에게는 본인만이 아니라 그 자녀의 미래와 운명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를 사는 그들에게는 더욱 출산은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1억 원 지급은 몇십만 원보다 액수가 커 보일 수 있지만,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면 곤란하다.

 

아이를 낳으려는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아이를 낳으려는 이들에게 편견을 가하는 일은 줄여가야 한다. 아이들을 추가로 갖는 사람일수록 그 지원과 혜택은 몇 배 가중되어야 한다. 낳지 않으려는 이들을 추격하는 전략보다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가장 용기 있기에 위대한 행위이며 애국이고 국민을 사랑하는 사회적 공공적 선택이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만약 남행선(전도연)이 열 살 차이 나는 최치열(정경호)의 아이를 갖기로 한다면 대환영 행사와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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