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shutterstock
[캐스터] 네! 5회 초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5회 말이 시작됩니다. 선두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1구! 몸쪽! 어? 맞았나요?
[해 설] 네! 유니폼에 스친 것 같은데요? 타자가 스쳤다고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캐스터] 네! 이렇게 선두타자가 몸에 맞는 볼로 진루를 합니다. 투수는 억울하겠어요?
[해 설] 아무래도 그렇죠! 몸에 맞은 것도 아니고 옷을 살짝 스쳤으니 매우 아쉬울 겁니다. 아쉬워도 잊어야죠! 잊고, 타자와 승부해야 합니다. 아까와 같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요!
[캐스터] 네! 초구! 바깥쪽 볼! 2구! 네 조금 빠졌네요. 투볼! 몸쪽! 연속 볼 셋이네요?
[해 설] 살짝살짝 빠지는 게 아니라 많이 빠지니까, 타자가 속지를 않는 거예요.
[캐스터] 네! 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네요. 연속 사사구! 무사 1, 2루가 됐습니다.
“안타 없이 주자가 2명이 됐네요?”
“그래서, 이번 타자와의 승부가 중요해졌어. 다음 타자는 분명 초구를 노리고 나올 거거든. 앞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니까, 이번에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서 들어온다고 생각할 거야. 투수와 포수도 그걸 알아. 그렇다고 그걸 피해서 던지거나 유인구를 던졌다가 볼이 되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될 수도 있으니, 참 어려운 승부가 되겠어!”
“타자 입장에서는, 앞 타자한테 연속 볼을 던졌으니, 제구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초구를 그냥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 더군다나 무사 1, 2의 찬스를 얻었는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병살타라도 나오면 찬물을 끼 얻는 꼴이 되거든. 그래서 타자도 투수 못지않게 긴장되는 타석이 될 거야! 초구에 승부를 걸지가 궁금하네. 대담하지 않으면 초구를 노린다는 건 쉽지 않거든. 투수와 포수가 그런 걸 이용하면 좋은 승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캐스터] 네! 세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초구! 타격! 잘 맞았습니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정확히 가릅니다! 장타 코스! 주자 2명 모두! 홈으로, 홈으로 들어옵니다! 타자는 3루! 3루까지 들어갑니다. 싹쓸이 3루타! 이제 점수는 3점 차로 다시 벌어집니다.
[해 설] 아! 이건 좀 크네요! 점수를 주는 과정이 안 좋았어요. 사사구로 내보낸 주자를 장타 한 방으로 들어오게 했거든요. 이제 무사 주자 3루예요!
[캐스터] 네! 원정팀 입장으로서는 참 찝찝할 것 같아요! 안타 하나로 두 점을 내줬거든요.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초구! 아! 바운드! 뒤로 빠집니다! 3루에 있던 주자, 여유 있게 홈인! 4-8! 이제 점수는 4점 차까지 벌어졌습니다.
[해 설] 이번 점수도 너무 아쉽잖아요! 안타 없이 또 한 점을 주거든요?
[캐스터] 아! 결국, 투수가 교체네요!
“결국, 타자가 투수를 이긴 거네요?”
“결과로 봤을 때는 그렇지. 근데 좀 아쉽네. 잘 던지던 투수가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아까 실수 한번 하고 무너진 것과 비슷한 거네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번의 경우는 그것과는 조금 달라!”
“다르다고요?”
“아까는 본인이 실수해서 발생한 거잖아? 물론 이번에도 실수라고 말한다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건 실수라고 하기보다는 작은 것에 흔들렸다고 봐야 할 것 같아!”
“작은 것에 흔들렸다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자! 잘 들어봐. 투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몸에 맞는 공으로부터 시작됐잖아?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보면 실수가 아니지. 타자의 몸에 맞을 정도로 공을 잘못 던진 게 아니니까. 운이 나쁘다고 봐야지. 하지만, 투수는 그 이후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 아쉽더라도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지금까지 던졌던 패턴대로 던졌다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을 거야.”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작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들었는데, 그것과는 다른 건가요?”
“야구 씨가 얘기한 작은 것과 내가 얘기한 작은 것이, 표현은 같은데,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야 하는 무게감은 달라야 해.”
“작다는 건 같지만, 받아들이는 건 달라야 한다. 알쏭달쏭하네요. 그 기준이 뭐죠?”
“오~ 좋은 질문이야. 기준이라기보다, 잘 못 받아들일 때가 많다는 거야. 쉽게 얘기하면, 빨리 잊어야 할 것은 크게 담아두고, 잘 새겨둬야 하는 것은 쉽게 잊는다는 거야. 이런 일이 있었어!”
“어떤 일이요?”
photo by shutterstock
“2년 차 직원이 새로운 거래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 거래처 담당자는 프로젝트 경험이 거의 없는 신입과 같은 사람이었지. 영업팀에서 몇 년 근무하다가 마케팅으로 온 지 얼마 안 됐거든. 우리 담당 직원이 그런 부분을 알아서 그랬는지, 진짜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는데, 거래처 사람이 심포지엄 진행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어. 우리 담당자도 일을 썩 잘하는 친구가 아니라서, 신경이 좀 쓰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여러모로 좀 챙겼지, 혹시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어찌 되었든 행사는 잘 끝나게 됐어. 거래처 담당자가 앞으로 잘해보자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그럼 잘 된 거 아닌가요? 뭐가 문제였던 거죠?”
“행사를 마치고 정산서가 오가는 중에, 거래처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온 거야.
참석자 교통비 계산이 안 맞는 것 같으니 확인 좀 해달라고. 우리 담당자한테 확인해달라고 얘기했는데, 계속 맞는다고 우긴다는 거야. 그래서 나한테 전화한 거지! 나보고 확인 좀 해달라고. 그래서 우리 담당자를 불러서 확인해보라고 얘기했는데, 이 친구는 계속 맞는다고 하면서 씩씩대는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엑셀 수식 잘 걸려있나 확인해 좀 보라고 얘기했어.”
“아! 이번에도, 저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엑셀이군요!”
“그렇군! 하하하!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그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며 거래처 담당자가 잘 몰라서 그렇다고 또 그러는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해보고 알려달라고 하고 보냈어. 확인 결과! 엑셀 서식이 잘못 걸려있었던 거야. 중복으로 계산이 됐던 거지.
이 친구가 얼굴이 빨개져서 나한테 더듬더듬 얘기하는 거야. 완전 우리 실순 거지. 그 거래처 담당자가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무시했는데, 자신이 잘못한 것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 그래서 내가 거래처 담당자에게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다시 정산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닌 거야. 그 이후로 그 거래처와 거래가 있었겠어? 없었겠어?”
“아…. 혹시 그 이후로 거래가 끊겼나요?”
“그랬지. 다시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그 사건이 그 담당자한테는 매우 컸나 보더라고. 하긴, 실수도 실수지만 그렇게 우겨댔으니 계속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어? 다른 회사 담당자들한테, 우리 회사는 실수가 많은 업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까. 거래처 담당자가 이상하다고 말했을 때, 한 번이라도 검토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야. 5분도 안 걸리는 검토 한번 하지 않아서, 발생한 피해가 엄청나게 큰 거지. 근데 그 직원이 진짜 실수한 건 다시 검토하지 않은 게 아니야!”
“또 다른 실수가 있었나요?”
“빨리 잊어야 할 것은 오래 기억하고, 오래 기억해야 할 것은 빨리 잊었다는 거야! 거래처 담당자가 컴플레인한 것은 감정이 상할 수도 있지만, 빨리 잊어야 하는 거야. 그걸 가지고 기분이 나쁘니 어쩌니 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상대방에 대한 불평이 가득하니, 무슨 얘기를 해도 다 튕겨버리게 되는 거지.”
“맞아요! 마음에 안 든 사람의 말은 신뢰가 안 가죠!”
“하지만, 상대방이 컴플레인한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고 자세히 들여다봤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야. 조금 전에 얘기해 준 그 상황만 봐도 쉽게 이해되지 않아?”
“그렇네요! 사람은 미워하되, 일은 정확하게 해라! 뭐 이런 말씀이네요! 하하하!”
“하하하! 그렇게 표현되나? 아무튼, 그 직원은, 자신에게 이의를 제기한 모습에 대해, 담당자가 잘 모르면서 그런 거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지! 그냥 기분 나쁘게만 생각한 거야. 반대로 그 기분 나쁨은 빨리 잊고 수정사항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검토했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그 거래처 담당자와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돼.”
“그렇겠네요!”
“누군가가 나의 작은 실수를 지적하거나 문제를 제기했을 때, 그 내용은 크게 새겨들어야 해. 어쩌면 그것이 내가 수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이 얘기한 느낌에 대한 기분은 빨리 잊어버리도록 해. 간직해서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으니까.”
“상대방이 전달한 기분 나쁨은 작지만 빨리 잊고, 상대방이 전달한 메시지는 작지만 크게 들어라! 이렇게 정리하면 될까요?”
“오호호! 역시 청출어람이야! 그리니까, 야구 씨도 선임이 하는 이야기 중에서 기분 나쁜 게 있더라도, 다 잘되라고 하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빨리 잊도록 해. 대신 이야기의 내용은 잘 새기도록 하고. 그러면 멋지게 성장할 수 있을 거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좀 소심해서 작은 말투, 표정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곱씹는 성격이라 좀 힘들었거든요. 내일부터는 다 털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랬구나! 참, 내가 야구 씨한테 곱씹게 한 뭐가 있나? 하하하!”
“아…. 딱히 생각나진 않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그리고 중요한 건, 누군가의 컴플레인이나 조언을 기분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다시 점검하는 기회로 만드는 거야! 그 기회를 잘 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겸손한 마음이고. 사실 경력이 쌓일수록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내가 다 아는 것 같거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 겸손한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이!”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말씀하시면서, 먼 곳을 바라보시는 본부장님의 모습을 바라봤다.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한 모습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당신이 지금까지 겸손하지 못한 시간을 되돌려 바라보는 것 같았다. 물리적으로는 잠깐이지만, 느낌으로는 꽤 오랫동안 멈춰져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 시간 동안 나도 겸손한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photo by shutterstock
[캐스터] 네! 4-8! 넉 점의 점수 차에서 새로운 투수가 올라왔습니다. 아웃 카운트는 아직 하나도 올라가지 않았어요?
[해 설] 네! 1점 차까지 따라왔는데, 생각보다 쉽게 점수를 내줘서 아쉬울 겁니다. 그래도 아직 후반 공격 기회가 남아있으니, 희망을 버리면 안 되겠어요!
“점수 차이가 벌어져도 이런 희망을 걸 수 있는 게 무엇 때문인지 알아?”
“음…. 말씀하신 대로 공격의 기회가 아직 남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축구, 농구와는 다르게, 점수 차이가 나거나 후반에 가까이 가도, 희망을 걸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있지!”
“글쎄, 뭘까요? 아, 생각이 안 나네요!”
“바로! 야구는 시간에 제한이 아니라, 횟수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지!”
“횟수의 제한이요?”
“그래! 횟수의 제한. 얼마 전 야구 중계에서 어떤 해설자분이 하신 얘기인데, 바로 공감되더라고. 얘기를 듣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
“횟수의 제한이라….”
“축구와 농구 같은 스포츠는 시간제한이 있잖아? 지고 있던 선수들이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해서 점수를 낸다고 해도, 휘슬이 울리면 끝나는 거잖아. 축구를 많이 봐서 알겠지만, 만약 5분의 시간이 남았다고 하자. 그럼 1점에서 많으면 2점까지는 운이 좋으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3점 이상이 나면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그죠!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그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야구는 9회에 5점 이상의 점수도 따라잡고 심지어 10점의 점수 차를 따라잡은 경기도 있어. 물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는 거야. 마지막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면, 초조해져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최소한, 시간에 쫓기지는 않게 되는 거지. 사람은 시간에 쫓기게 되면 불안해서 잘하는 것도 실수하게 되잖아! 그런 거 보면, 야구는 규칙이 참 공평한 거 같아.”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네요. 사실 축구 볼 때, 이기고 있는 팀이 살짝 부딪혔다고 쓰러지고 누워서, 시간 끄는 거 보면 속 터지거든요.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선수들하고 할 때는 미칠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건, 선수들이 게임의 규칙을 잘 활용한다고 봐야지. 관중으로서는 속이 터지는 일이지만. 암튼, 그러고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은 시간의 제한도 있고 횟수의 제한도 있네?”
“시간의 제한이 있다는 건 매일 체험하고 있지만, 횟수 제한은 어떤 게 있나요?”
“그러고 보니, 야구 씨는 아직 횟수 제한을 느낄 기회가 없었겠구나?”
본부장님은 해야 할 말을 잊고 있다가, 마침 생각나서 말을 해줘야겠다는 표정으로 말씀을 이어가셨다. 이번 회에도 야구 경기를 보는 시간보다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photo by shutterstock
“거래처에서 디자인 시안을 요청했다고 하자. 그럼 우리가 디자인 시안을 2~3개 정도 해서 보내지?”
“네, 며칠 전에는 신제품 론칭 심포지엄 경쟁 입찰한다고 해서, 신 대리님이 디자이너한테 시안을 받아서 제안서에 넣으시는 거 봤어요!”
“그래, 그런 경우에는 더 중요하지! 그렇게 시안을 처음 보냈다고 하자. 그런데 거래처에서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럼 다시 디자인 시안을 몇 개 잡아야 하지 않아요?”
“그건 당연한 거고! 그냥 다시 시안을 잡아서 보내주면 될까? 그렇게 보냈는데 또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그렇게 몇 번까지 거래처에서 기다려줄까?”
“아…. 이게 횟수의 제한이라는 말씀이신 거네요?”
“그렇지! 거래처 담당자가 아무리 참을성이 좋다고 해도, 2번 정도 그렇게 되면, 참을성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을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시 시안을 잡는 거 말고요.”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횟수의 제한을 고려해서 생각하면, 조금만 생각해도 답이 나올 것 같은데?”
“너무 당연한 거 같아서 말씀드리기 좀 뭣 한데…. 거래처 담당자한테 물어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너무 당연한 거 같지?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안 하거든. 왜 그런지 알아? 싫은 소리 들을까 봐! 그렇게 디자이너랑 담당자 둘이서 끙끙대는 거지. 그런데 그렇다고 답이 나오겠어?”
“근데 물어보는 것도 그냥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데, 방법이 있나요?”
“당연히 그냥 물어보면 안 되지! 따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 어쩌면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처음 미팅할 때, 거래처 담당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처음에 의도를 잘 파악했다면 최소한 한 개 정도는 마음에 들거나, 나쁘지 않다는 피드백이 나와야 하거든.”
“하긴 2개를 보냈는데, 둘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좀 난감하겠어요.”
“그래서, 이럴 때는 찾아가는 거야. 찾아가서,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시안을 잡았는데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정확하게 의도를 파악하려고 한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면 되느냐. 하고 물어보는 거야. 그렇게 물어보는데 왜 물어보냐고 할 것 같아? 사람에 따라 뭐라고 할 수도 있지.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생각을 자세하게 설명하게 돼 있어. 그 담당자도 좋은 결과물이 나와야 하니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찾아가서 물어보는데 어떻게 생각하겠어?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그렇게 거래처 담당자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횟수의 제한을 최소화하는 거야! 최소한 한 번의 기회는 더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지.”
“아! 어떻게 보면 아까 말씀하신 그 담당자와 비슷한 케이스네요! 거래처 담당자가 하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들었으면 실수를 막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요! 이번 경우도, 제시한 디자인이 다 마음에 안 들었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은 원래 까칠한 사람이라고 쉽게 넘겼다면? 그렇게 의도를 물어보지 않고 디자인을 몇 개 더해서 보내줬다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횟수의 제한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거네요!”
“오~ 그렇지! 거래처 담당자의 작은 피드백을 쉽게 넘기지 않았을 때, 우리는 횟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거지! 어쩌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신뢰를 얻었으니까!
“그렇네요! 어떻게 제안하느냐에 따라, 기회의 횟수 제한도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에 대해 다양한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은 내가 하기에 달려있다. 흘려보내야 할 것에 매달려 마음만 쓰리게 할 것인가? 작은 메시지를 하찮게 넘기지 않고 잘 새겨서 기회의 발판으로 만들 것인가? 그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그렇게 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둘 다 작은 것이지만, 어떤 것은 버리고 어떤 것은 크게 써야 한다.
남겨두었을 때 마음이 쓰린 것은 버려야 할 것이고, 마음에 작은 울림이 있는 것은 크게 써야 한다. 그것이 그 둘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photo by shutterstock
*** Change & Chance ***
《작고 사소하다고, 그 무게감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뛰고 있으면 걷고 싶고, 걸으면 멈추고 싶고,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있으면 눕고 싶다’
조금씩 더 편안함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행동을 옮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게 되면, 조금씩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사용하게 되면, 작은 잘못이 큰 잘못으로 번져가기도 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말이 이를 가장 잘 표현해 준다. 바늘을 훔치는 것은, 금액적으로 너무 작아서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내 것처럼 마음대로 가져가도 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도 옮겨지기도 한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 쓴 글을 예전에 본 기억이 난다.
내용 안에 공통으로 표현된 내용이 있다. ‘처음에는….’ 마음과 행동 모두 처음에는 사소했다.
교도소에 들어올 만큼 큰 죄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과 행동이 커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도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된 거다.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과의 타협을 과감하게 끊어버릴 필요가 있다. 그것이 당장은 불편하거나 힘들 수 있지만, 결국 자신을 살리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작은 것을, 작다고 쉽게 여기면 안 된다.
세상에 큰 업적이나 문제는, 작은 것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흔들림도 작은 것에서 오고, 기회도 작은 것에서 온다. 사람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의지가 약하다. 자신과 쉽게 타협하게 된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은 마음을 쉽게 저버리면 안 된다.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흔들림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