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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서울의 봄’ 팩추얼 드라마(factual drama) 인기 왜? [김헌식 칼럼]

-사실을 넘어 역사적 미래 의식의 상상력 중요

등록일 2023년12월14일 11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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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사극이 화제라고 하면 영화 ‘서울의 봄’을 생각할 수 있다. 방송 드라마에는 화제작 KBS ‘고려거란전쟁’이 있다.

 

아울러 얼마 전에 종영한 MBC 드라마 ‘연인’도 대단히 화제였다. 그런데 ‘연인’은 조선과 청의 병자호란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다루었지만, 로맨스 사극에 더 가깝다. 정통 사극이라는 점에서 보면, 퓨전 사극에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사실적인 설정과 연출로 깊은 감동과 함께 많은 감성적 공감까지 얻어냈다.

 

여기에서 더 나가고 있는 사극이 ‘고려거란전쟁’이다.

 

정통 사극 ‘고려거란전쟁’은 팩츄얼드라마 '임진왜란 1592'를 연출한 김한솔 피디의 작품이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서 팩츄얼 드라마라는 좀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 나온다.

 

팩추얼 드라마(factual drama)는 사실에 바탕을 두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팩션 보다는 더 사실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다큐적 요소가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의 경우에도 디테일한 고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고위급 장교들이 많이 등장하고 각 부대별로 다르기에 이런 군복을 고급으로 꼼꼼하게 260-80벌에 준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배우 황정민은 3시간 30분 이상 전두광의 대머리 분장을 해야 했다. 12.12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9시간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 예컨대, 반란군의 참모총장 체포 상황, 국방부 장관의 잠옷 바람 택시 줄행랑, 보안사령관의 체포시도, 공수부대 동원, 김오랑 소령과 정선엽 병장 등의 사망 사례, 포병부대 반란군 포격 계획 등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만, 마지막에 반란군 수괴 전두광(황정민)과 이태신(정우성) 장군이 광화문에서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허구이지만, 전체적으로 굵직한 역사적 사실 사이에 있는 빈틈을 연출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고 있다. 무엇보다 쿠데타를 일으킨 자들과 이에 대응하는 진압군 사이에 일어난 실제 사건의 추이를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관객이 보고 싶은 사건의 추이를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점이다. 이것은 편집의 힘이기도 했다. 사실 연출자와 작가의 세계관이나 해석 그리고 결말의 과잉 메시지는 관객들은 피로하게 하거나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점에서 팩추얼 방식은 똑똑해진 관객들에게 부합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도 사실에 매우 충실한 사극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특히, 전쟁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정통 사극과 다른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거란전쟁’에서는 특정 인물을 영웅화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비록 강감찬(최수종)이 활약을 크게 하지만, 중심은 고려와 거란이 벌인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나이는 어리고 국정 경험이 없는 현종(김동준)이 거란의 침입이라는 중대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흥미진진하다.

 

흥화진을 지켜내는 도순검사 양규(지승현)의 분투는 대단히 호평을 받았고, 패잔병을 모아서라도 곽주를 탈환하려는 그의 모습이 찬사가 있었다. 지채문(한재영)와 대도수(이재구)의 활약은 환호성을 받았지만, 원종석(곽민석)과 탁사정의 배신은 혀를 차게 만들었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현실의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 적절하게 버무렸다. 고려거란전쟁이라는 대사건 속에서 각 인물이 어떤 행동을 했는가에 초점을 더 맞추기 때문에 진행은 박진감 있고, 시청자의 이해는 명확하며 공감은 확실하다. 사건과 배경, 업적과 실패 사이의 인과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일목요연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유형의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일까?

 

최근의 흐름이 변증법적으로 모아진 결과물이다. 이전에는 담론의 형성과 주장이 중요한 시대가 있었는데, 이때는 현실을 벗어나 이데올로기화되는 문제가 있었다.

 

역사적 사실은 물론 문화예술도 이것의 수단이 되었다. 그 뒤에 한동안 팩트체크라는 말이 유행했다. 실제로 팩트체크를 지향하는 보도는 물론이고 각종 콘텐츠가 제작되었고 지상파 방송프로그램 시간에도 편성이 되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의 범람에 가짜뉴스가 증가하면서 중요하게 부각이 되었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기존 언론과 방송이 권위를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의 나열이 아니었다. 사실의 나열은 이제 국민도 웬만하면 다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고려거란전쟁이나 12.12 군사쿠데타도 마찬가지다.

 

사실의 확인,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낀다. 그 사실 자체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제시해주는 함의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어떤 관점에서 사실을 연결지으며 맥락과 의미의 해석을 하는가가 본질과 진실 관점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사실만 부각하다 보면 객관주의가 오히려 다른 식으로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특히, 팩추얼 방식은 이 시대에서 문화예술의 역할과 기여라고 할 수 있다. 사실에 기반을 두고 연출적 상상력으로 우리 시대의 화두를 꺼내는 방식은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문화예술콘텐츠가 할 수 있는 큐레이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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