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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수화가 더 빛을 볼 수 있었는데 왜?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청각 장애 로맨스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재밌게 보려면.

등록일 2024년01월25일 10시2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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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작이며 웰메이드 드라마인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종영했다.

 

청각장애인 남자 주인공과 비장애인 여성 주인공의 로맨스를 중심에 두고 장애인의 현실과 그들의 삶, 그리고 생각과 감정을 잘 공감 시키려 했다. 드라마에서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으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전면에 등장시킨 적이 없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은 이 드라마의 제작을 충분히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어도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주인공이 매력적이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잘 보여주었고 이 점을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이어받았다. 

 

특히 정우성, 신현빈 배우가 잘 자신들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음은 부정할 수 없다. 등장인물들이 거의 모두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는 캐릭터들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이들에게 상처 주고 힘들게 하는 이도 결국 나름의 내적인 갈등과 상처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 드라마는 폭넓게 더 주목받는데 한계를 보였을까?

 

아마도 정보의 과잉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 학자인 존 피스크(John Fiske)는 정보과잉(information overflow)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정보 수용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Generated by Midjourney

 

NHK 방송문화연구소는 2018년 12월 일본 젊은이들이 정보 과잉 시대라서 오히려 정보를 습득하는 범위를 좁히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 청년들에게만 발견되는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TMI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정보가 너무 많이 전달되면 수용자 즉 시청자는 피로증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좋은 콘텐츠인데도 점점 멀어지게 된다.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수화가 등장한다. 그것도 전면적으로 정말 많이 등장한다. 이전에 전조는 있었다. 어느새 점자보다는 수화가 미디어를 거의 다 차지한듯싶게 수화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 아무래도 동영상 콘텐츠의 공유와 확산이 쉽게 되면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수화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드라마에는 매우 많은 수화장면이 등장한다. 일단 정우성 배우가 차진우 배역을 통해 그 많은 수화 대사를 소화해 낸 것 자체가 대단히 높게 평가받아야 할 정도이다. 극찬을 받아 마땅하다.

 

여기에 정모은 역을 했던 신현빈 배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좋아하는 극중 차진우를 위해 수화를 기꺼이 배우고 사용하려 애쓴다. 수화를 쓰는 이는 또 있다. 차진우의 옛사랑 송서경은 이미 오래전에 차진우와 수화로 사랑을 나누었고, 현재도 그 마음은 여전했다. 아울러 여기에 차진우가 미술 클래스에서 청각장애인 학생들에게 대화할 때도 수화가 당연히 등장한다.

 

이런 설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드라마 제작진의 의도가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분명함을 드러내 준다. 여기에 차진우의 제일 친한 친구 기현도 수화를 사용한다. 그가 수화를 잘 사용하는 이유는 친구 진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아내가 청각장애인으로 수화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들이 나누는 방식은 수화를 통한 대화만이 아니다.

 

차진우는 노트나 종이에 글을 적어 표현한다. 그때마다 글씨와 자막이 동시에 화면이 보인다. 또한, 문자 메시지를 통한 표현도 자주 보인다. 여기에 편지도 덧붙여지는데 그 내용도 손글씨 자막으로 표현된다.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점이 도드라진다. 이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재환기 시키는 셈이 된다. 말을 듣지 못해도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장애인 커뮤니케이션은 수용자 즉 시청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낳을까?

 

처음에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갈수록 정보과잉성에 따른 피로증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 드라마는 정극 로맨스 스타일이기 때문에 주의 집중에서 그들의 마음과 내밀한 심정을 따라가야 한다.

 

사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는 그렇게 주의 집중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 숙성을 지니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본다면 더욱 주의 집중이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때문에 장르물이 갈수록 더 많아지는 이유가 될 것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유쾌하고 밝은 가운데 감동을 선사하려는 것이 주효했던 이유다. 더구나 에피소드를 1회에 한정하여 극적 완결성이 있었기 때문에 몰입도는 물론 기대감이 높았다.

 

무엇보다 비장애인이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설정이 많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장애인의 삶과 생각, 그리고 그들의 소망과 품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지만, 비장애인들이 그들을 통해 동일시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없었다.

 

예컨대, 차진우와 그의 학생들이 미술 작품 활동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꿈을 더 부각했으면 비장애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을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변호사 업무를 통해 활약하는 설정이 비장애인들에게 공감을 주는 것도 생각하여야 한다. 아울러 고래 캐릭터가 갖는 보편성도 충분히 공감의 포인트가 되었던 점도 빼놓을 수가 없다.

 

정보가 과잉이면 개인적 필터링(personal filtering)을 통해 인지적 구두쇠가 되어야 하는데 편안하게 보는 드라마조차 그렇다면 아예 외면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지향하는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해도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보는 적절하게 포함되어야 한다.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것은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 더욱 시선을 주거나 잡아주기에 버거운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그들이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 정말 중요하고 긴급한 내용이라면 모를까 깊게 디깅(파고 드는 행위)하기도 쉽지는 않다. 이런 점을 유의한다면 좋은 장애인 드라마가 더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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