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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나훈아 21세기에 갖는 의미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그가 보여준 문화사회적 미래 가치에 주목해야!

등록일 2024년02월29일 21시1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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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취미 게임 notre1

 

가수 나훈아 사인이 들어간 편지 한 장이 공개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은퇴를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놓는다.’라는 표현도 있었지만,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며’라는 말이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니 충분히 은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편지로 콘서트 소식을 알게 되었으니 마케팅 방식이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매번 콘서트 티켓이 완판되어 왔는데 애써 이런 방식을 취할까 싶었다. 그가 과연 정말 은퇴를 하려는 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평소에 박수칠 때 떠나려 한다.’라는 말을 곧잘 했다고 하니 그런 맥락에서는 이해를 못 할 바도 아닐 것이다. 실제로 편지에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를 따르고자 한다.”라는 대목이 있다. 최고의 위치에서 떠나는 모습을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대로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편지가 크게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여전히 그의 영향력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70대를 훌쩍 넘겨 버린 나훈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한국 대중 가요사에서 공헌을 많이 했고 그것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나훈아는 요즘 흔하게 말하는 원조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젊은 날부터 흔하지 않게 자신이 노랫말을 짓고 곡을 붙이며 노래를 한다. 특히, 트롯 장르를 많이 부르는 가수에게는 흔하지 않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 ‘울긴 왜 울어’, ‘잡초’, ‘고향역’등 120여 곡의 히트곡을 냈고 전체 2600개의 노래 가운데 800여 곡은 자신이 만들었다. 흔하지는 않지만 다른 이에게 곡을 주기도 했는데, ‘땡벌’의 경우에는 강진에게 주어 히트를 시키기도 했고, 심수봉의 ‘여자이니까’도 나훈아의 작품이다.

 

무엇보다 그는 대중가요의 한국적 전통을 계승했다. 트롯(trot)을 아리랑이라고 불러야 한다고도 했다.

 

2021년 옥스퍼드 사전에는 한국어 26개가 등재되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트롯(trot)이다. 우리는 트롯이 미국에서 일제강점기에 건너왔기 때문에 외래어로 생각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폭스트롯(fox trot)이라는 춤곡이었고 그들은 폭스라고 줄여서 말한다.

 

춤곡을 음악 장르화 한 것은 한국이다. 일본강점기 이후에 일본의 음계나 리듬 영향을 받았을 뿐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사실상 나훈아는 트롯은 유행가요로 민요를 결합했고, 특히, 해방 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은 분위기에서 블루스 음악을 적극적으로 접목했다.

 

무엇보다 노래의 내용이 변한 흐름이다. 청년기 때는 고향이라든가 남북통일을 염원해서 부르는 곡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도시 현대인들이 느끼는 정서와 사유를 많이 반영시키려고 했다.

 

전반적으로 슬픈 상황에서도 희망과 힘을 잃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 음울한 엔카계열을 벗어나 신민요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확장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테스형’이나 ‘기장 갈매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앞서 ‘무시로’ 같은 대중적 실험성의 노래를 통해서 계보를 이어온 바가 있다. 가왕 조용필이 다양한 장르를 한국식으로 해석하고 창조하려 했다면, 나훈아는 현대 민요에 바탕을 두고 트롯이나 엔카 그리고 블루스 음악 등을 융합시키려고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독특한 그의 창법이 한몫하고 있다.

 

중저음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특유의 절묘한 고음을 내빼어 부르기도 해 명성이 높다. 더구나 고음과 중저음을 오가는 것이 아니라 꺾기를 하는데 그것은 단순 꺾기가 아니라 때로는 유장하게 때로는 휘돌아가듯이 질러서 감기도 한다. 이 때문에 풍류(風流) 사상에서 언급하는 바람의 흐름이라는 철학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 독특한 창법 때문에 그의 노래를 부르다 보면 모창 가수가 되어 버리기 일쑤이다. 그는 70대가 훨씬 넘었음에도 조용필과 같이 언제나 새로운 창작에 매진했다. 옛날 가수로 남아서 흘러간 노래만 방송 무대나 콘서트 현장에서 반복한 것이 아닌 영원한 현역 가수였다. ‘테스형’은 이미 29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각종 방송 콘텐츠나 밈을 통해서 수없이 파생 콘텐츠를 만들었고 심지어 국회 국정 감사장에도 등장했다.

 

2023년 발표한 ‘기장 갈매기’ 뮤직비디오가 355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 특히 뮤직비디오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혁신성은 대단했다. 스토리도 동네 의리의 사나이가 기장 갈매기를 자임하며 동네를 지키기 위해 조폭과 맞결투를 하는 내용이다.

 

한 편의 영화 같아서 씨네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충분하다. 액션 장면에 댄스까지 소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제작 스텝의 이름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제작 스텝은 밝히지 않는 것과 다른 협업적 창작자들의 권리 보장이다. 앞으로 널리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문화예술계에 미친 그의 혁신적 조치는 이만이 아니다. 조폭 관련 기자회견의 사례를 들 수가 있다. 2008년 당시 여배우를 두고 일본 야쿠자에게 시비가 붙어 신체를 훼손당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는 그대로 언론을 장식했고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나훈아는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물론이고 바지를 현장에서 내리려 하며 뜬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항변했다.

 

오늘날 이는 어떻게 보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우발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강력한 조치였다. 더구나 당시 연예인들은 아무리 명성과 인기가 있어도 언론의 보도 특히, 기자 앞에서 해야 할 소리도 못 했다. 그 후속 인터뷰는 더욱 직접적이고 강력했다.

 

“여러분(기자)들이 펜으로 사람을 죽이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파격적인 퍼포먼스 이후 나훈아에 대한 뜬소문은 사라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수들이 이런 허위 보도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았지만, 나훈아 사건 이후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처하는 것이 본격화되었고 법적 대응까지도 나서게 되었다. 이렇게 알게 모르고 아타스트의 권리 보장에 대한 이바지해온 셈이다.

 

이번 은퇴는 실제 이뤄질지는 알 수가 없다. 짐작할 수 있는 점은 나훈아가 여전히 창작의 혼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아티스트는 항상 창작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팬들이 그를 놓아주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더는 그의 활동에 대해서 수준을 왈가왈부 이야기하는 일은 그쳐야 한다.

 

나훈아에 대한 평가가 은퇴를 먼저 하는 것이 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럴 때 소중한 인간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럴 때 그는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터이다. 예술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공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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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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