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의 포스터
최근 영화 ‘영웅’을 볼 기회가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했다. 나는 영화 자체를 평가하기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나에게 강력하게 뻗어온 에너지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였다. 이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영화라는 장르에서 표출되니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오늘날 내 자식, 내 가족, 내 친족만 챙기는 분위기 속에서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는 너무나 강렬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후 재판을 받는 중이었는데 변호사를 써서 사형은 면할 수 있었지만 조마리아 여사는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라는 편지를 썼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네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생에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이 편지는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고 원본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떤 언론이 팩트 체크한다면서 ‘구전’이고 ‘번역이 잘못되었으니 허구’라는 결론을 내기도 했는데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다. 역사적 기록물 중에 구전과 번역 오류가 얼마나 많은데 그것만으로 허구라고 결론을 지으며 팩트 체크하는 언론이라고 타이틀을 내세우는 것이 어처구니없다.
이 내용이 허구라고 믿는 한국인은 그 언론 외에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을 사실로 믿는다. 약간의 번역의 오류가 있을지라도 일본인이 쓴 책에 나온 것이기에 더더욱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나는 어머니의 심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보통의 어머니는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변호사를 써서 너를 꺼내주겠다”고 말하거나 “나라를 꼭 네가 살려야 하니? 왜 네가 그런 무거운 짐을 지고 가니?”라고 물었을 텐데 조마리아 여사는 ‘다른 마음먹지 말고 죽으라.’고 말한다. 그것이 효도라고 한다.
나에게는 안중근 의사도 영웅이었지만 조마리아 여사가 더 영웅으로 다가왔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의 심정, 그리고 모친 마리아의 심정이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를 통해 투영되었다. 우주를 만든 창조주의 독생자가 십자가 처형을 받아야 할 때 어머니 마리아는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내일은 크리스마스다. 예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왜 그의 탄생을 사람들은 기념하고 축하할까. 그가 인류의 구원자임을 믿기 때문이다. 그의 탄생과 이 땅에서의 삶은 구전으로 전해져 후에 기록되었다. 그 성경을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사실로 믿는다.
안중근 의사의 서거도 우리는 사실로 믿고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글과 행적도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을 살린 그 무엇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21세기에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영웅들의 희생 덕분이다. 희생이 없는 이 시대에 이 영화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