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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리는? 아니 죽이는 시발점이 될 듯

전공의들의 노력을 위로하기는커녕 체포하려고 드니 안 맞는 거다

등록일 2024년04월17일 19시4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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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같은 협회 언론홍보 위원장 김성근, 같은 협회 차기 당선인 임현택,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의료개혁은 진정 총선용이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진행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지지율 상승세를 탄 적이 있었다. 대다수 국민은 의료 개혁을 통해 좀 더 여유로운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의료개혁을 밀어부치는 게 좋아보였다. 윤 정부는 정말로 오랜만에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고 윤 정부에 매우 부정적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칭찬을 듣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하고 교수들도 전공의들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수만 명의 의사들이 여의도에 모여 집회를 열어 ‘의대증원 원점에서 시작하자’고 외쳤고 의료계 전문가들이 현재 추진 중인 의대 증원 2000명은 무리라는 견해가 계속 전해지면서 국민도 새로운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게 되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큰 병원의 근간이 되었던 이들의 존재가 더욱 필요했고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 대표를 만나고 싶다”며 3일 동안 일정을 잡지 않고 대표자를 기다렸다. 총선 직전의 일이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격적으로 윤 대통령을 만나 전공의들이 원하는 것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라는 짧은 글을 남겨 충격파를 던졌다. 정부 측은 전문의 대표자에 경청했다고 말했지만 박단 위원장이 보기에는 경청하는 척만 했던 것이다. 

 

실제 그런 것같은 움직임이다. 총선이 끝나자 정부 측은 총선 전의 스탠스를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6일 후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대국민을 향해 ‘사과인듯 사과 아닌 듯한’ 모두 발언을 했고 여기에는 의료사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안 변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두 발언이었다. 3일 동안 일정도 잡지 않고 전공의 대표를 기다리겠다는 그의 간절한(?) 마음은 오직 총선의 승리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상당히 안타까워했다. 16일 정기 비상대책회의를 가진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측은 17일 낸 입장문에서 “어제 총선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께서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 발표 내용에서 그러나 현재의 의정 대치상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 현재의 상황이 단순히 의료 개혁을 언급하고 합리적 의견에 더 귀 기울이겠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윤 대통령은)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번 잘못 진행되는 정책은 다시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사회는 당장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결정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비대위의 입장문을 발표한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당장 시작해도 언제 좋은 결론을 맺을 수 있을 지 모를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우리에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를 이른 시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정 대치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간다면 이제는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의료현장은 사라질 것이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내년에 전문의 2,800명이 배출되지 못한다. 이는 한 해의 공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소위 필수의료의 현장은 더욱 암담한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 의사 3천명이 배출되지 못한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배출되지 못하면 가깝게는 군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공중보건의 배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 수련시스템도 언제 정상화될 지 알 수 없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전공의는 전체 의사 수에 7%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숨은 노력과 희생은 의료계 전체를 높은 수준으로 떠받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료계 일원들은) 톱니바퀴가 되어 유기적으로 하나의 체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수준이 됐다. 하나의 톱니바퀴라도 고장나는 순간, 전체가 무너지는 시스템이다. 그 모습을 우리는 지금 지켜보고 있다. 의사 수의 7%인 전공의가 빠진 것은 그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기에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대체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상황이 조금 더 길어지면 교수들의 사직서의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의 압박으로 많은 대학병원들이 구조조정과 도산의 위기에 빠질 것이다”라며  “보건의료계열, 행정직군 등 우리의 동료들이 직장을 잃을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중증, 응급 등의 분야에서 적절하게 환자들을 돌볼 수 없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필수의료를 살리자는게 정부의 의도인데 중증의료와 응급의료 분야가 붕괴되는 시발점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대한의사협회의 견해다. 

 

김성근 위원장은 “다시 한번 대통령께 부탁드린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대통령이시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충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목소리임을 들어 주시기 바란다.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리하여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제자리를 찾아 고통받는 환자들을 잘 치료할 수 있게 해주시고 우리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길을 열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정부는 현재 2000명이 의대증원의 합리적인 숫자이니 의료계에서 통일화되고 합리적인 숫자를 갖고 오면 숫자를 수정하겠다고 의정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 사실 2000명 자체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도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복잡한 의료계의 상황을 무시하고 단순 계산으로만 2000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2000명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는데 다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숫자를 갖고 오면 수정하겠다는 말은 그야말로 억지 주장이다.

 

이것이 현 윤석열 정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억지 주장을 하고 듣지도 않는다.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고 듣지도 않는다. 질문을 막아버리고 항의를 입틀막해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다시는 대화의 상대로 초대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불통이 의료개혁 진행 과정에서도 여실히 증명된 것이다.

 

현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대증원이 아니라 그동안 피땀흘리며 의료시스템을 견고하게 하는데 고생을 한 전공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에게 면허증을 거론하고 발언을 하는 의사들을 잡아가려고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계속 연출했다. 박민수 2차관은 의사들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 일삼았다.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11일 낸 성명서에서 “지난 두 달 간의 혼란과 갈등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이면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과 필수의료분야 의료진들의 희생으로 유지되어온 비뚤어진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라며 “이미 시작된 필수의료의 붕괴와 지역의료의 소멸은 10년, 15년 뒤의 의사 숫자보다 훨씬 더 가깝고 커다란 문제이다. 그러나 의사 숫자에 대한 갈등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실종된 상태이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서울의대 비대위 측은 이어 “전공의들이 돌아올 병원은 그들의 값싼 노동력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닌, 그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수련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 병원이어야 한다. 병원은 의과대학 학생들이 돌아올 학교는 생명의 존엄함과 함께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헌신에 대한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도 국민이지만 의사도 국민이다. 환자도 혜택을 누리고 의사도 기쁨을 누리는 그런 시스템이 무엇인지 정부는 고민하며 견교한 철학을 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의사, 국민와 충분히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필수의료, 지역의료, 의대증원이 의미 있는 토론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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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편집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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