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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칼럼] 부당함에 침묵하는 그대에게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청하며

등록일 2023년01월23일 12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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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영화를 볼 때, 가장 영화 같다고 느끼는 장면들이 있다.


사람이 날아다니고 한 손으로 자동차를 부수고 건물 여기저기를 넘나드는, 그런 장면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소신을 절대 꺾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역사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실존 인물이라는 생각에, 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영화 같다’라는 표현은, ‘비현실적이다’라고 해석하면 되겠다. 여기에 감정을 좀 섞으면,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가 되겠다.

 

현실에서는 자기 소신을 꺾지 않기가 쉽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먹고살기 위해서다. 일해야 먹고사는데, 일하는 과정에서 참 많은 상황이 발생한다.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도저히 마음이 용납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억울한 상황이 그렇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야 일감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억울함을 벗기 위해 싸워서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졌다는 느낌이 떠나지 않는, 정말 뭐 같은 상황도 있다.

 

억울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오래된 일인데, 학회 행사였다. 학회 사무국 담당자하고 친하게 지내던 터라, 업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때 행사도 좋게좋게 잘 준비했다. 시작 전에는 사무국 담당자하고 농담도 하면서 하하 호호하고 있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학회 임원 한 분이 책자를 들고 나와 한 업체를 지목하면서, 사무국 담당자에게 왜 광고가 실렸는지 물었다. 사무국 담당자는 사색이 된 얼굴로,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 마음은 이렇게 답을 했다. “당신이 넣으라고 해서 넣었잖아!”

 

경위는 이렇다.
 

그때 당시 몇몇 업체에서 이슈가 생겼다. 학회는 그 업체들이 광고에 참여할 수 없게 조치를 했다고 한다. 나는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그 업체 중 하나가 버젓이 광고 지면에 실렸다. 그래서 난리가 난 거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학회 회장이 그 업체에 뭐 받고 넣어준 거 아니냐는 항의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매우 심각한 문제였던 거다.

 

사무국 담당자는 평소에도 건성으로 답을 했었다.

 

우리가 작업해서 컨펌을 받으려고 보내면, 대충 보고 알아서 잘 해달라고만 했다. 그래서 오타 등 우리가 잡아낼 수 있는 건 잡아내고, 이상하다 싶은 건 물어봐서 바로잡았었다. 하지만 광고가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건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사무국 담당자는 왜 광고를 넣었냐며 물었다. 묵혀두었던 분노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를 치고 올라왔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담당자님이 넣으라고 하셨잖아요?”

 

나는 있는 그대로 내 억울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사무국 담당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임원분은 빨리 수습하라고 한마디 하시고 가셨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회사 책임자까지 나서서 수습에 나섰다. 어떻게 수습이 됐는지 기억은 없다. 다만, 나의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하게 기억난다. 책임자는 나를 위로하면서도, 세상이 다 그런 거니 어쩌겠냐고 했다. 우리 같은 을은, 잘못하지 않아도 잘못했다고 해야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더럽고 치사해도 어쩌겠냐고 했다. 결국, 사무국 담당자는 나랑 일하는 게 불편하다면 담당자 교체를 요청했고 그렇게 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내가 사무국 담당자에게 사과했다.

 

그래야 관계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관계가 불편하면, 나뿐만 아니라 일하는 다른 사람도 불편하다. 편하게 넘어갔던 일에 딴지를 걸기 시작하고, 드러내진 않지만 까칠한 반응이 이어진다. 광고를 넣어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내 마음은 달랐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마음속으로는, 학회 임원이 있는 앞에서 그렇게 말한 것을 사과했다. 아무리 그 사람이 잘못했어도, 난처하게 만든 건 잘못이니 말이다. 최소한의 소신을 지켰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랬다.

 

소신 있게 밀어붙이는 용기를 갖고 싶다.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소신 있게 행동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한 대사가 있어 소개한다. “야! 불편하다고 무릎 꿇고 문제 생길까 봐 숙여주고 치사해서 모른 척해 주고 더러워서 져주고 이런저런 핑계로 그 모든 게 쉬워지고 당연해지면, 너는 결국 어떤 취급을 당해도 싼, 그런 싸구려 인생 살게 되는 거야!” 그렇다. 항상 그럴 순 없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모든 게 쉽고 당연한 게 아니라고, 말해줘야 할 때는 말해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되뇐다.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청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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