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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칼럼] 내 어둠의 끝은 어디인가?

빛을 만날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갈 수 있는, 어둠

등록일 2023년05월03일 09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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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전설의 고향’

 

어릴 때 숨죽이며 봤던 드라마다.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 화면은 그 자체로 스산했다. 모든 내용에 귀신이나 저승사자가 나오는 건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그랬다. 30년도 넘었지만, 가끔 떠오르는 내용 혹은 장면이 있다. 그만큼 강렬했다는 의미다. 강렬했던 이유는 너무 무서운 내용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도 감동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내용만큼은 틀림없다.

 

노환으로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아들이 있었다. 두 모자는 외딴곳 허름한 초가집에서 살고 있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어려운 형편에도 아들은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데는 정성을 다했다.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병에 좋다는 건 찾아다니며 구할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세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악화했다. 아들은 이런 상황을 너무 안타까워하며 노심초사하였다.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였을까? 하루는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산속 깊은 곳 어딘가를 가면 무덤이 있는데, 그 무덤에 파고 묻혀있는 뼈를 달여서 어머니에게 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밤중에 가야 했다. 아들은 고민에 빠졌다. 한밤중에 가야 한다는 무서움도 있었지만, 누군가의 무덤을 파야 한다는 게 꺼림칙했다. 거기다 그 뼈를 가져와 다려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어머니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망설임에 마침표를 찍어준 건,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아들은 아파 신음하는 어머니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아들은 한밤중에 산신령이 알려준 곳으로 갔다. 말대로 무덤이 있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 잠시 교차했지만, 아들은 무덤을 파기 시작했고 그 안에 있던 뼈를 가지고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뼈를 정성스레 달였다. 누워있는 어머니를 부축해서 조금씩 입에 넣어드렸다. 그렇게 계속 어머니께 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기력을 회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거다. 기쁨도 잠시, 아들은 죄책감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뼈를 가지고 온 게 너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그 무덤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속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한낮에 무덤을 찾아갔다. 하지만 무덤은 보이지 않았다. 한밤중에 왔던 길이라 잘못 왔는지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분명 그곳이 맞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곳은 다름 아닌, 산삼밭이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굵직한 산삼들이 군데군데 있는 것이 보였다. 아들은 그때 깨달았다. 자신이 파헤친 건 무덤이 아니라 산삼밭이었고, 어머니에게 끓여드린 건 사람에 뼈가 아니라 산삼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야기를 본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산삼이 있으니 그걸 캐서 어머니에게 달여드리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무덤이라고 하고 사람의 뼈라고까지 했는지를 말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아들의 간절함과 믿음을 시험하려고 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충분히 해낼 테니 말이다. 아니면 간절하게 구했으니 더 값지게 그리고 감사하게 여기라는 의미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아들의 확신이 어머니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헤맬 때, 빛의 기약은 없다. 그래서 어둠이 힘들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서 그 끝에 빛이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 길은 어렵지 않을 거다. 결국, 빛을 보게 된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알 수 없으니, 어둠 안에 있는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

 

확신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기도 하고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내 마음이 무겁다면 확신이 없다는 방증이 된다. 간절하게 믿고 있는 것이 옳은 길이라면, 그 어떤 어둠의 길에서도 빛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 마음이 필요하다. 확신이 결과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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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객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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