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WHO가 지난 5일 엔데믹을 선언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전보다는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젠 습관이 된 듯, 가방 속에는 늘 여분의 마스크가 있고, 문을 나서기 전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이 현상에 대해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동조 효과(conformity effect)'를 들어서 설명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우리 역시 마스크를 쓰게 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그때 우리는 마스크를 벗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더해, 마스크가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보호막'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보호막은 바이러스로부터의 보호를 넘어, 사회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한다.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임명호 교수의 말을 빌리면, 마스크는 우리에게 익명성을 부여하고, 사회적인 시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마스크를 통해 우리는 얼굴의 일부를 숨길 수 있다.
특히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인 청소년들에게는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는 외모에 대한 기준을 미디어 등을 통해 끊임없이 부여하고 있다. 그 대상이 되지 못할 경우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이런 외부적 시선에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까지도 SNS를 불태웠던 해시태그는 '개말라' '뼈말라'였다. 마른 몸매를 동경하며 극단적인 식이조절을 하는 '프로아나' 10-20대 여성이 많다는 뜻이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의 합성어로 거식증을 동경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마스크는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일시적으로나마 자유를 얻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양할 것이다. 여전히 외부의 바이러스가 걱정이 될 수도 있고, 황사 등의 미세먼지가 심해져서 일 수도 있다, 또는 직업상 마스크를 써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요인들 중, 필자는 마스크가 주는 '자유' 역시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