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ed by Midjourney
사업에 연관되어 대화를 하다보면 ‘1조원의 가치가 있는 회사’라는 말을 가끔 듣게 된다.
1조원. 굉장한 가치다.
1조원의 가치가 있는 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고 한다. 국내에 유니콘 기업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20-30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1조원이 인간을 존중하지 않은 가운데 나오는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최근 어떤 사업과 관련하여 실망스러운 경험을 했다. 어떤 사업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연관 업체가 우리 측과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해 그것을 중간 역할을 하는 기관의 대표자에게 들려주며 자신에게 유리한대로 협상을 이끌려고 했다.
사적인 대화를 녹음해서 문맥 밖에서(out of context) 그 내용을 들려주니 오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는 명백한 명예훼손이고 업무방해다. 무엇보다 몰래 녹음한 파일에 목소리가 들어간 당사자는 굉장한 상처를 입었다.
나는 이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기로 결심했다. 업무 방해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고 인권을 무시하는 싸구려 행동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아주 짧은 사과문이 왔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해 당사자들은 “일을 그르치기에 더는 문제시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다”라고 권고했다. '한국 사회는 그렇다'고 했다. 그게 옳은 일이 아닌데 한국 사회는 그런 분위기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해당 기업이 1조원이 될 것으로 보았는데 지금은 그 1조원이 의미 없는 1조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1조원은 쓰레기다.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명예와 지위는 쓰레기다. 한국은 돈과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돈은 필요하고 사업을 하는데 돈이 없으면 참으로 힘들다. 돈은 사업에서 혈관과도 같다. 혈관이 제대로 안 돌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사업도 그렇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혈관이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일까.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혈관의 돎이 무슨 의미이며, 돈을 버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 회사가 1조원의 가치를 뽐내더라도 그 일에 더는 깊숙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을 존중하는 분들과 가고 싶다. 그런데 그런 분들을 한국에서 만나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