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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슬라이더는 패스트볼과 커브볼의 중간 성질의 매력적인 구질로, 그 특유의 움직임으로 투수들의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커브볼이 종으로 떨어지는 반면, 슬라이더는 횡으로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구질은 패스트볼보다는 약간 느리지만, 커브볼보다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타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슬라이더의 그립은 특별하다. 검지와 중지를 나란히 붙여 잡고, 중지 아래쪽에 바깥쪽 실밥이 오도록 하며, 엄지는 포심을 잡을 때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위치한다. 이러한 그립은 슬라이더의 효과적인 구사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선수들마다 슬라이더 그립이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서는 슬라이더가 투수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변화구 중 하나로 오래전에 자리 잡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은 대체로 강력한 장타력을 갖추고 있어, 슬라이더가 정확히 구사되지 않을 경우 큰 장타를 허용할 위험이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긴 팔은 슬라이더의 옆으로의 변화를 쉽게 커트하거나 짧은 타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와 더불어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해 필요한 팔꿈치의 과한 사용은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슬라이더는 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가 되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려면 슬라이더를 잘 던져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구수 중 약 21퍼센트가 슬라이더다. 이는 포심 패스트볼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구질이다.
트위터에서 '피칭 닌자'로 알려진 롭 프리드먼(Rob Friedman)의 계정을 팔로우하면, 타자들이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헛스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스위퍼(the sweeper)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슬라이더의 변종이다. 스위퍼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슬라이더와 달리, '타이트한' 꺾임보다는 훨씬 큰 수평 이동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스위퍼는 전통적인 슬라이더보다 구속은 느리다.
평균 메이저리그 슬라이더가 수평으로 약 15cm 정도 움직인다면, 스위퍼는 보통 약 38-40cm나 꺾인다. 스위퍼는 그 움직임이 프리스비와 비슷해서 '프리스비 슬라이더'라고 불리기도 한다.
슬라이더는 투수의 패스트볼과 유사하게 보여 타자를 속이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스위퍼는 공이 플레이트를 가로질러 크게 꺾이는 것에 효과를 둔다. 스위퍼의 큰 움직임은 타자가 공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게 만들어, 종종 평범한 땅볼이나 헛스윙을 유도한다.
스위퍼는 그 독특한 움직임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들의 새로운 무기로 자리잡고 있으며, 야구 팬들에게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슬라이더로 돌아가면, 슬라이더를 19세기에 던졌다는 기록은 없다. 따라서 변화구종 중 비교적 최신의 구질이라고 할 수 있다. 슬라이더에 관한 문헌을 찾아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기록이 나타난다. 명예의 전당 투수 밥 펠러는 그의 1948년 저서 'Pitching to Win'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가장 새로운 변화구 중 하나는 슬라이더로, 거의 모든 투수가 사용하는 구질이다."
1940년대에는 대부분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이 슬라이더였지만 1930년대에는 뚜렷한 기록이 없다. 조지 블레홀더가 1930년대 초에 이 구질을 개발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혹자는 ‘그의 슬라이더는 컷 패스트볼(커터)과 더 유사했다’라고 주장한다. 슬라이더의 기원은 다른 구종과 달리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그 기원을 찾는데 흥미를 갖고 있다.
슬라이더를 대표하는 옛날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빅유닛’ 랜디 존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스티브 칼튼,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프랭키 로드리게스, 오클랜드 애슬레닉스의 데니스 에커슬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C.C. 사바시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잭 그레인키, 뉴욕 양키스의 데이빗 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클로저 롭 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존 스몰츠 등이 있다. 요즘은 오타니 쇼헤이,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맥스 슈어저 등이 슬라이더(스위퍼)의 장인으로 손꼽힌다.
이 중 존 스몰츠는 '언히터블'로 불리는 강력한 슬라이더로 명성을 떨쳤으나, 과도한 슬라이더 사용으로 인한 팔꿈치 부상을 경험하며 이후 슬라이더 사용을 줄였다. 이처럼 슬라이더는 그 효과와 위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투수들에게는 끊임없는 도전과 기술의 발전을 요구하는 구질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선동열, 김광현, 윤석민, 안우진 등의 슬라이더가 명품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