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하기 전, 기자에게 책사인을 해주고 있는 여덟 번째 히든 라이터
<더 히든 라이터> 기사를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했다.
지인 찬스(?)를 거의 다 쓴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천을 받기로 했다. 인터뷰하신 작가님 추천을 받으면, 알지 못했던 작가님을 만나는 기회가 생기니 이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직전에 인터뷰를 해주신 최병훈 작가님으로부터 시작됐다.
최병훈 작가님도 소개로 알게 된 작가님이다. 모르는 분을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만나는 순간부터 마칠 때까지,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설렘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선한 영향력으로 살아가시는 분이 있다는 것을 직접 듣는 게 참 좋았다. 마음이 정화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음 인터뷰할 작가님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소개해 주신 작가님이 바로, 도정미(도여사) 작가님이다. 얼마나 좋은 느낌으로 작가님을 마음에 담고 있는지, 책까지 직접 선물로 보내줬다. 연락처를 전달받았는데, 이름이 아닌, ‘도 여사님’으로 저장된 걸 알았다. 말로만 그렇게 부르신 것이 아니라, 실제 전화번호도 그렇게 저장하신 거다. 작가님도 이름보다는 ‘도 여사’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실 듯하다. 그래서 필자도 호칭을 ‘도 여사’님으로 하려고 한다.
‘도 여사’님은 대전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가서 가계도 둘러보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마침 서울에 촬영이 있다고 하셔서,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인연이 됐으니, 대전에 꼭 가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분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는 어떨지 기대가 됐는데, 더 기대된 건 지금까지 살아내신 여정 때문이었다.
책 내용까지 가지 않아도, 겉표지와 안 표지에서부터 치열하게 살아낸 삶에 여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작가님은 “살아낸다.”라는 표현을 쓰신다. 필자도 이 표현을 좋아해서 글을 쓸 때 자주 사용한다. 뭔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렇게 살아내신 그리고 살아내실 여정을 자세히 알고 싶어, 책장을 넘겼고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본다.
Q.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 도여사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독자분들을 위해 여사님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떡볶이 팔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저자 ‘도정미’라고 합니다. 제 성이 특이해서, 도 여사라고 많이들 부르세요. 그래서 나이가 좀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 많지 않아요. 아! 도 여사는 또 다른 뜻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여전히 나타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자기 이름대로 살게 된다는 말. 그래서 “나는 어떤 의미로 살고 싶은 걸까?”라고 저 자신에게 묻다가 하다가 삼행시처럼 지어보게 됐어요. 도 여사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여전히 나타나는 사람이고요.
‘도정미’라는 이름은 아빠가, 바를 정(正) 아름다울 미(美)를 써주신 건데요. ‘도’자는 원래 수도 도(都)자를 쓰는데요. 길 도(道) 자로 바꿔서, ‘바르고 아름다운 길을 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길’로 바꿔서 내가 장사하는 길이, 그리고 살아내는 길이 바르고 아름다운 길이 돼서 누군가의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 하는 꿈이 생긴 거죠. 그래서 이 책도, 한 자리에서 장사를 9년 정도 한 제 노하우를 담았어요.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몇만 명이 되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요. 책 50권 읽는 것보다 자기한테 좋은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는 거예요. 자기한테 금방 스며들고 금방 배울 수가 있다고요. 그래서 혹시라도 저같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나 혼자 막막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으로 책을 썼어요. 같은 동네에서 장사하시는 분들한테 이 책을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이기도 하고요.
Q. 맞아요. 저도 이 책보고 정말 꿀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만약 제가 장사하고 있다면, 바로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요. 참, <상도>라는 책에 보면,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요. 참 감명받은 문장이거든요. 작가님 책에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데, 작가님에 장사 철학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도 좋고요.
맨 처음 장사했을 때는요. 장사가 이윤을 붙여서 파는 건 줄 알았어요. 재료를 싸게 가져와서 가공하고, 가치를 붙여서 좀 더 비싸게 파는 거요. 그걸 잘하는 사람이 장사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달에 몇천만 원씩 벌고 1년에 1억 벌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보니까요, 한 사람이 크게 벌어주는 게 아니라 적은 돈을 벌어주더라도 꾸준히 오는 손님이 제일 중요한 거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만난 인연을, 두 번 세 번 만날 수 있게 하려면 저는 사람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사는 이윤을 붙여서 파는 게 아니라, 마음을 붙여서 파는 거라는 말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장사하시는 분들이나 배달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배달 나갈 때 포스트잇에 손글씨 써서 붙여주시곤 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그리고 우리 손님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해요. 그냥 허기지고 배고파서 먹는다기보다는, 음식들이 품고 있는 추억들이 있거든요. 그 순간에 행복한 미소 한번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필요한 거죠. 그 사람에게 무언가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사람에 관한 관심이 필요해요. 저는 장사를 하시는데 꼭 가졌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바로, 관심과 도와주려는 마음입니다.
사진= 도정미 작가 제공
Q. 관심과 도와주려는 마음은 장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품고 살아야 할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책을 보면서, 제 눈길을 꼭 붙든 표현이 있는데요. <휴먼커넥터>요. 사실 소름 돋았어요. 저도 얼마 전까지 이 퍼스널 브랜드를 썼거든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요. 작가님은 어떤 의미로 이 퍼스널 브랜드를 사용하시는지 소개 좀 해주실까요?
네. 저도 비슷해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제가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2가지가 있는데요. 책하고 사람이에요. 사람은 나한테 직접 물질적인 거, 그러니까 돈을 주는 사람들이 있고요.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사람도 있어요. 연결해서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하도록 그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자기하고 비슷한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미리 만나보고 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더 빨리 캐치를 하고 따라갈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거 없이 그냥 책으로만 보거나 영상으로만 보면, 뭔가 뚜렷한 시각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래서 저는 이미 이룬 사람과 이루고 싶은 사람을 같이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또 하나. 작곡가에게는 작사가가 필요해요. 그렇죠? 노래하시는 분들한테는 무대가 필요하고요. 이렇게 서로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맞아요. 그게 참 중요한 건데요.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한테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한테 질문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실패한 사람한테 가서 얘기 듣고 포기하거든요. 그게 참 알면서도 왜 그러는지는 사실상 잘 이해는 안 되긴 해요.
욕심 때문에 그러죠. 더 빨리 돈을 벌려는 욕심이요. 벌 때 좀 더 빨리 벌고 싶고 많이 벌고 싶고 그게 혹시 지름길일까 싶어서 달려드니까요. 사실 저도 그런 욕심에 돈을 날려본 적이 있어요. 그때, 돈을 잃고 나서 돈을 잃었던 이유를 알았거든요. 내가 돈을 잃었던 이유는 돈을 빨리 벌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었어요. 가상화폐 광풍 불었을 때, 돈을 잃었던 이유가 욕심이었어요. 솔직히 진짜로, 돈 번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어요. 건너 건너서 우리 회사에 과장님이 비트코인에서 돈 많이 벌었다는 둥 누가 테슬라로 돈 많이 벌었다는 둥, 이런 이야기만 듣고 저도 같이한 거죠.
저는 유튜브를 통해서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요. 영상에서 나오는 10분은 편집된 건데, 그걸 다 실제로 믿은 거예요. 마우스 몇 번만으로 돈이 막 껑충 뛰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거죠.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그게 전부라고 믿고 그렇게 하면 정말 10분 만에, 1년 동안 벌어야 하는 돈을 벌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진짜로 성공한 100만 장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안에 10년은 녹아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저처럼 두 번 정도는 깡통을 차봐야 부자가 된다는 말도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하면 전문가 소리 듣는다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버텼어요. 지금 9년 차니까, 이제 1년 남았어요. 그래서 저도 그때가 되면 전문가라는 소리 듣고, 누군가의 새로운 성장 롤모델이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책을 내기도 했고요. 혹시라도 아직 그런 욕심을 가진 분들이, 저처럼 이야기도 안 들어보고 섣부르게 시작해서 똑같이 실패하는 분이 나올 수가 있잖아요. 그전에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좀 더 간절하게 내게 됐어요.
Q. 좀 전에 10분짜리 영상에 10년 노하우가 담겨 있다고 하셨는데요 책에 보면, 성공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10분짜리 영상에 10년 노하우가 담겨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라고 쓰셨더라고요. 저도 그 노하우가 너무 궁금한데요. 좀 알려주시겠어요? 독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네~ 10분짜리 영상을 보면요.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지 얼마나 좋은 차를 몰고 있는지, 그런 것만 보시잖아요? 대부분 그런 것만 보여주니까요. 결과만 보여주죠. 여기서, 그 과정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해요. 제가 책을 볼 때 부자 된 사람들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그런데 그 부자들은요, 지중해에 떠다니면서 배를 몰고 다니는 이런 걸 보려고 하지 않아요. 뭘 보는지 아세요? 혹시라도 나처럼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지 그런 걸 찾으려고 해요. 저처럼 죽으려고 혹시라도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이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다시 세상을 봤을까? 이렇게요. 그 프레임을 보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항상 볼 때 뭐든지,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찾아야 해요. 그걸 보는 눈을 갖는 게 꼭 필요해요. 책 제목이 <떡볶이를 팔면서 인생을 배웁니다>인 이유도 그거예요. ‘제가 떡볶이를 팔면서 월 천 법니다’ 도 아니고 ‘인생은 압니다’도 아니고 ‘배웁니다’라고 쓴 이유가, 저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저는 사람들을 볼 때 딱 두 부류로 보거든요. 돈 많은 사람 돈 적은 사람, 못생긴 사람 잘생긴 사람이 아니고요. 저는 제가 배울 수 있는 사람과 제가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봐요. ‘내가 이분을 만나서 도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항상 그분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아니면,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저 하나만 알려 주세요.” 하면서 쫓아다녀요. 재미있는 게 뭔지 아세요?
가끔 제가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저보다 돈이 많은 분이 좀 계시더라고요. 누가 누굴 돕는다는 건지. 그분들은 자기 정체를 미리 밝히지 않으니까요. 모르잖아요? 그런 분한테 대전에서 유명한 성심당 빵이라며 하나 드리고, 책 한 권 드리고 생일이라서 뭐 하나 드리고 했어요. 그분들이 볼 땐 귀엽죠. 50억 부자한테 가끔 만 원씩 용돈 주듯이 그랬으니 말이죠. 그런데 놀라운 건 말이죠. 부자들의 어깨를 춤추게 했더니, 저를 도와주시더라고요. “너는 성공하겠다. 여기 좋은 사람들 있는데 여기 와서 한번 들어볼래?”라고 하면서 부동산 강의하는 데 저를 데리고 다니시더라고요. 그렇게 제 주변에 있는 사람이 바뀌면서, 저도 성장을 하고 있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Q. 결국은 앞에서 말씀하셨던 휴먼 커넥터와 관련된 것도 나를 성장시키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말씀인데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게 '말'이잖아요? 책에도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셨는데요. 말을 예쁘게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는, 말을 잘하려면 잘 들어야 해요.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가 그거라잖아요? 저의 오랜 직업 중 하나가 텔레마케터였어요. 텔레마케터를 할 때 손님하고 대화하는 3가지 비법이 있어요. 하나는 경청이 있고요. 그리고 하나는 복창이 있어요. 앞에 있는 손님이 질문하신 거를 그대로, “네~ 이거 맞으시죠?” 하는 거죠. 제가 손님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잘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그리고 하나는 이름. 여기에 비밀이 다 들어가 있어요. 누군가 만날 때 그 사람에 이름을 기억해 준다는 건, ‘이, 사장님한테 나는 특별한 사람이구나!’, ‘이, 사장님 나한테 관심 있네?’라고 알려주는 거죠. 어떤 분은 썸인 줄 알고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메뉴 같은 거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우리 동네 남자분들 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아무튼.
이름 하나를 불러주고 기억해 주는 것만 해도 그 사람들하고 같이 호감도와 친밀도가 올라가요. 그래서 저는 항상 리뷰를 쓸 때도 앞에, 손님 이름은 꼭 써요. 저는 항상 이름을 불러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똑같이 호칭해도, 김 작가님보다 김영태 작가님 아니면 영태 작가님 이게 더 친해 보이잖아요? 이런 이름 하나도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이거는 어떤 스킬이라고 하기보다는, 자기 입에 딱 붙도록 계속해야 해요.
이렇게 그 사람이 이야기를 먼저 듣고 “우리 정미가 그랬구나!”라고 공감을 해주는 거예요. “이렇게, 이렇게 해서 속상했구나?”라고요. 여기다, 앞에 ‘우리’라고 붙여주면 엄청 친밀해져요. “우리 영태 작가님!” 하면 뭔가 소속감이 느껴지잖아요? 제가 언니들한테 “우리 언니들!”이라고 하면 그 언니들은 자동으로 저한테 “우리 정미!, 우리 도 여사!”라고 불러요. 자기를 그렇게 불러준 걸 자동으로 인식을 하게 되거든요. 이거는 하나라는 친밀감 형성을 위한 거예요.
호칭을 먼저 불러주고, 여기에다 경청한 내용을 복창하는 거죠. 그리고 공감해주는 말 한마디 해주면, 말 잘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이거는 한마디인데도 충분히 하실 수 있겠죠?
Q. 제가 코칭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내용에 코칭의 핵심 기술이 다 들어가 있어요. 들으면서 놀랐는데요. 호칭 불러주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거 모두요. 여기서 가장 강조하는 게 ‘경청’인데요. 사실 경청은 늘 강조돼왔지만, 금방 잊게 되잖아요?
경청하게 된 중요한 이유 하나 있어요. 제가 <미라클 하트>에서 같이 상담 심리를 하다 보니, 밤에 전화를 받을 때가 있어요. 그분들이, 제가 힘들었을 때 죽고 싶었던 그 심정처럼 저한테 그렇게 연락이 와요. “도 여사, 자?”라고 오면, 저한테는 SOS 신호인 거예요. “언니, 무슨 일 있어? 왜 그래?”라고 해요. 근데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아요. “그냥 오늘 어떻게 해서 그냥 했어. 생각도 나고 잠도 안 오고….” 이렇게 좀 얘기를 하잖아요? 솔직히 힘든 거 다 있잖아요. 직장생활도 그렇고 남편도 속썩이고 자식도 그렇고 사연은 다 비슷한데, 그 순간에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가족이 됐건 친구가 됐건. 주저리주저리 듣고 있을 만한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죠. 사람들이. 그리고 자기 얘기를 누구한테 했다가는 가까운 사람한테 약점이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다 이제 저한테 전화한 거죠. 한참 얘기를 듣다 보면 처음에는 “죽고 싶어!”로 시작을 해요. 그런데 마지막에 끝날 때 보면, “나 얘기하고 싶어 죽겠어. 얘기하고 싶었어!”라는 게 맞아요. 사람들이 정말로 죽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내 얘기를 누군가 들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말을 하고 싶어. 근데 벽을 대고 얘기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게 사람 살리는 일이라 생각해요.
Q. 네~ 작가님은 경청을 참 잘하시는 분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경청하는 자세를 잊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결국은 한 사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걸 들어줄 한 사람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 한 사람이 나라는 생각을 하면, 누구의 말도 쉽게 흘려들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 네. 그거에 대한 중요성을 또 알게 된 게, 제가 밤에 전화 온 것 중에 못 받은 게 하나가 있었는데요. 동생 전화였어요. 8년 정도 됐죠. 전화가 뭐라고. 그것도 아예 몰라서 못 받은 게 아니라 귀찮아서 안 받은 건데 말이죠. 늘 그렇듯이, 그냥 술 먹고 전화한 거로 알았죠. 전화 못 받는 건 사실, 누구나 그럴 수 있는데. 이게 내 현실로 왔다고 하면, 전화기만 보면 그 생각이 나는 거죠. 그다음 날 경찰서 전화를 받았는데요. 동생이 자살했다고요. 경찰서에서 시신을 확인하려고, 현장 사진을 찍어서 저한테 보여준 거예요. 그걸 보고, 제가 사인을 해야 시신 인계가 되는 거예요. 이걸 엄마를 시킬 수 없는 거예요. 근데 그때 제 나이가 32살이었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어요. 저도 하기 어려운 나이였던 거죠.
그래도, ‘나는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난 원래 멘탈이 강해!’라며 했는데, 그런데도 8년을 기다렸어요. 그 시신 사진이 밤마다 계속 생각이 났어요. 제가 전화를 못 받아서 그런 것처럼 느껴졌고요. 그때 엄마는 전화를 받았대요. 하지만 엄마는 감지를 못했고 그냥 보통 때처럼 전화한 거로 생각을 했대요. 저는 혹시라도 제가 한마디 더 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후회가 남는 거죠. 그래서 그 뒤로부터 내가 나한테 주는 형벌이 있었어요. 잠을 못 잤어요. 처음에는 술 마셔서 잠을 못 잔줄 알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그게 저한테 주는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나를 잃더라도 10명을 살릴 수 있어요. 그게 나의 사명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 뒤로부터 사람들을 살리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게 된 거죠. 이건 엄마의 기도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Q.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정말 힘드셨겠어요. 그런 어려움을 겪으셨는데도, 하루에 한 사람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는데요. 돕는다는 표현에는 살린다는 의미도 담으셨고요. 어떻게 실천하고 계시는가요?
‘도 여사’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여전히 나타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제일 힘들었을 때가, 집 한 채 날리고 통장이 0원이었을 때 거든요.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이미 지난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내가 살아가는데 좀 가치 있고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래야지 좀 내가 살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게 결식아동 돕기였어요. 혹시 내가 가치 없다고 느껴지는 분들은 누군가한테, 하루에 한 개라도 도와주는 일을 하면 자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인스타를 보다가, ‘진짜 파스타’라는 가게에서 결식아동들이 카드를 갖고 오면, 파스타를 준다는 걸 봤어요. ‘나도 떡볶이는 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애들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나도 떡볶이를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회원가입을 했어요. 그래서 대전에 저희 가게가 있다는 걸 알려달라고 했죠. 애들이 오기 시작을 했어요. 그러면서 애들한테 떡볶이를 1인분에 8천 원 정도 해서 내주고,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니까 제가 가치가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존재해도 되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냉장고가 좀 비어도 마음은 밥솥처럼 따뜻해지고. 그날은 10만 원 팔아도 100만 원 판 것 같은, 부자 같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 일을 꾸준하게 하면서, 한 달에 1만 원이라도 기부하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혼자 하면 1만 원인데, 이걸 같이 하면 10만 원까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마침 감사 일기 쓰는 커뮤니티가 있었는데요. “내가 독후감 같은 글 잘 쓰는데, 언니들한테 내가 글 쓰는 거 알려줄 테니, 나한테 1만 원 내지 말고 여기에 기부 좀 해줘!”라면서 줌 미팅을 했어요. 언니들 10명 정도 모아서, 서평 쓰는 걸 알려드렸죠. 그리고 언니들이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여기다가 얼마씩 기부할 게!" 라면서 1만 원씩 모여든 거예요. 그게 10만 원이 되고 100만 원이 됐죠. 그래서 그 단체에 다 같이 기부하게 된 거죠.
저의 작은 도움이 하나가 이렇게 번지기 시작을 한 게, 이게 선한 영향이에요. 여기 시작이에요. 그래서 저로 인해서 다시 또 살아난 사람들이 있어요. 그 순간에 힘들어서 내가 손을 잡아준 것처럼. “앞으로 그럼 도 여사한테 어떻게 갚지?”라고 얘기하면, 제가 그분들한테 꼭 얘기하는 게 있어요. “언니가 나한테 갚을 게 아니라, 언니가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한테 내가 언니들한테 해준 것처럼 똑같이 손잡아줘. 그러면 언니들도 그 사람들을 살리는 거야!” 그랬더니 정말로 그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더래요. 한 시간씩 통화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더래요. 그럼 다시 저한테 피드백이 오죠. “도 여사! 나도 오늘 사람 살리는 마음으로 한 시간 통화했어!"라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다 느끼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서 본인들이 이걸 사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전파하시더라고요. 돈 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 같아요.
Q. 정말 대단하세요. 제가 요즘에 사람을 돕는 일에 진심인 분들, 그러니까 온 몸을 던진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네요. 최병훈 작가님도 그러시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인데요.
다 던진 것처럼 보이죠? 근데 똑같아요. 그분도 먹고사는데 바쁘고 저도 먹고사는 일이 다 있잖아요? 자기 본업이. 근데 그 본업이 주가 되고 돕는 일이 부가 되는 게 아니라, 그분하고 저하고 공통점은,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사람 살리는 일 하고 연관이 돼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전혀 떨어지는 게 아니라요. 사람들은 보통, 내 주업과 부업을 분리해서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게 피자 8조각 내는 것처럼, 이게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있는 장소에서 역할만 바뀌는 것뿐이죠. 제가 하는 떡볶이 장사도 사람 살리는 일이고 밖에 나와서 누구를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사람 살리는 일이에요. 포커스는 다 똑같아요. 다만 내가 있는 식당에서는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외에는 돈이 되지 않아도 가는 거죠. 그래서 이쪽으로 더 쏠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돈이 되는 생산적인 것도 하면서 같이 겸할 수 있는 일을 또 하나 하는 것뿐이에요.
저는 그래서 떡볶이 장사하는 우리 가게에 책이 하나 있는데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항상 있어요. 우리 집에 떡볶이 먹으러 온 손님이 혹시 이 마음일까 봐서요. 그래서 말 한마디라도 걸어주고 이름이라도 불러주고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으니 다음에도 또 오라고, 꼭 얘기를 해줘요. 그래서 저는, “떡볶이를 팔지만 사람 살리는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 거죠. 그분도 낮에 다른 일을 하면서 당신 직원들 그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기 위한, 자원을 벌고 있는 거잖아요. 이게 연관이 다 돼 있어요. 온몸을 던져서는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흘러가는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저희는 그런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뿐이에요. 오프라 윈프리도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찻잔이 있고 그 안에 차를 이렇게 부어요. 자기의 찻잔이 채워지면, 차는 넘쳐서 접시에 고이잖아요? 이걸 나누는 거래요. 자기 찻잔부터 채워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공감해요. 근데 저희는 조금 달라요. 찻잔이 좀 채워지기 전에, 한 80% 정도 채우고 나머지 20%는 나눠요. 그런 부분은 좀 달라요. 보통은 자기 잔이 다 채워질 때까지 붓고 나중에 나누겠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잖아요? 나중에 성공하면 나누고 살아야지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근데 저희는 한번 그런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80% 정도 채우면 나머지는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어차피 흘러가야 하는 돈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내가 돈이 없으면 시간이라도 내주려고 해요.
Q. 오프라 윈프리보다 더 멋지시네요. 오늘 도여사님 뵙고 이야기 나누면서 기존에 생각하던 기준이 많이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은데요.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한말씀해 주시죠.
저는 저처럼 같이 장사하시는 분들이, 같은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전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고단한 삶이 보여요. 우리 가게 와서 1만 원이라도 팔아줬던 손님들이, 자기들도 힘든데 와서 떡볶이 한 그릇 사준다는 게 무척 고마웠어요. 그래서 그분들한테 꽃 하나 머리끈 하나 사탕 하나, 이렇게 쥐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기더라고요. 저와 같이 힘든 시기를 이겨낸 사장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저와 같이 살아내 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장사해줘서 고맙습니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기자의 한마디>
사람을 만나서 대화 나누는 것을, 책으로 표현하시는 분들이 있다. 사람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말이다. 어쩌면 한 권의 책보다, 한 사람이 살아낸 여정이 더 의미 있고 마음에 더 깊이 새겨지는지도 모르겠다. 도 여사님이, 그런 한 권에 책이라 느껴졌다. 일상적인 표현으로 쾌활하게 이야기하셨지만, 그 안에 담긴 치열함과 힘겨움도 느껴졌다. 그걸 이겨냈기에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녀의 자신감과 당당함 그리고 친근함이 부러웠다. 그래서 이것저것 묻기도 많이 하고, 조언을 얻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힘듦과 고통에 시간을 거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 힘듦과 고통에 한숨을 내쉬고 세상을 원망하며 산다. 누군가는 그 힘듦과 고통 안에서 의미를 찾고 사명을 발견한다. 소가 마신 물은 젖이 되고, 뱀이 마신 물은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물이지만 그 결과물이 완전히 다르다. 나에게서 나오는 것은 젖인가? 아니면, 독인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것인가? 도움을 주는 것인가? 나의 상황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마신 물이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무언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소와 뱀은 어찌할 수 없지만,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자신에게서 나오는 결과물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 우리는 그걸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본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