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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김야구(若具​)의 슬기로운 직장생활(5)]

수비 실책도 이겨내는 사람이 에이스다.

등록일 2023년01월23일 12시3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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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홈팀 투수가 1회와는 달리 2회는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내려갔다.


뒷자리에서 안 되겠다고 투덜거리던 아저씨는, 어느새 다시 열성 팬이 되었다. 못할 때는 죽일 놈이었다가, 잘하면 내 새끼가 되는 것이다. 프로 선수가 성적으로, 냉정하게 평가를 받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항상 잘할 순 없다. 야구 통계도 그렇게 말한다.

 

10번 중에서 3번만 안타를 쳐도 우수한 타자로 인정한다. 선발투수는 부상이나 큰 변수가 없는 이상 25번 내외로 출전하는 데, 그중에 10승만 해도 우수한 투수로 인정받는다. 50%도 안 되는 승률인데도 그렇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 나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못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잠깐의 과정을 결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캐스터] 네! 홈팀 투수가 2회에는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네요.


[해 설] 아무래도 베테랑 투수니까요. 영점만 잡으면 위력을 발휘하죠!


[캐스터] 네! 2회 말, 첫 번째 타자가 타석에 섰습니다. 초구! 타격! 유격수 정면! 1루로~ 아웃! 잘 맞았는데, 유격수 정면으로 갔네요! 가볍게 원아웃을 잡습니다. 2회에는 투수들이 좀 안정을 찾은 것 같은데요? 투수전이 되겠어요?


[해 설] 네! 워낙 잘 던지는 투수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야구는 변수가 워낙 많아서, 지금 단정 짓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9회까지 큰 점수로 이기다가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캐스터] 어제 경기가 그랬잖아요! 원정팀이 8회에 6점을 내서, 3점 차를 뒤집었잖아요? 잘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무너질 때도 있고요.

 

“땅”

 

[캐스터] 타격! 빗맞은 타군데요? 많이 가지는 못합니다. 내야와 외야~ 사이에 떨어집니다! 행운의 안타!


[해 설] 네! 절묘한 행운의 안탑니다. 저 안타가 변수가 될 수 있겠는데요?


[캐스터] 짧은 안탄데, 변수까지야 될까요? 수비 실수가 나온 것도 아닌데요?


[해 설] 오히려 잘 맞았으면 괜찮은데, 저런 안타는 투수로서는 굉장히 기분 나쁘거든요. 안 내보내도 될 주자를 내보냈다고 생각하면서 신경이 쓰이는 거죠! 그게 변수라는 거죠. 안타가 자체가 아니라요.


[캐스터] 아! 말씀을 들어보니, 그럴 수 있겠네요! 주차 딱지 끊겨서 내는 돈은, 액수에 상관없이 매우 기분 나쁜데 그런 느낌이겠네요? 안 내도 될 돈을 낸 느낌?


[해 설] 하하하! 그렇네요! 맞습니다. 손해 본 느낌!

 

[캐스터] 말씀대로 투수가 신경을 많이 쓰네요. 주자를 계속 의식하고 있어요. 안정된 것 같은 투구가 조금씩 벗어납니다! 볼 투에서 3구! 1루 주자 스타트! 여유 있게 2루에, 네 2루에 들어갑니다. 볼이 많이 빠지네요!


[해 설] 이러면 더 기분 나쁘겠는데요?


[캐스터] 안 내보내도 될 타자가 2루까지 갔으니…. 그렇겠네요! 투수가 흔들릴 수 있겠어요! 포수가 마운드로 올라갑니다. 타이밍을 좀 끊어가려는 의도겠죠?


[해 설] 네! 아무래도 지금은 투수의 마음을 안정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캐스터] 오래 있지는 않네요. 포수가 마운드 방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옵니다. 볼카운트는 쓰리 볼! 볼카운트가 몰렸네요. 이렇게 허무하게 주자를 내보내면 안 될 텐데요?


[캐스터] 이렇게 몰리면, 1루가 비었으니 채우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해 설] 제4구! 가운데 스트라이크! 네, 타자가 볼 하나를 지켜봅니다.


[캐스터] 이제는 투수도 그렇고, 타자도 승부해 볼만한 카운트가 됐습니다. 5구째! 타격! 내야에 높이 떴습니다. 투수가 손을 들어 방향을 알려줍니다.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루수, 어? 무슨 일인가요? 놓쳤어요!


[해 설] 3루수가 공을 놓쳤네요. 공이 라이트에 겹치면 공이 사라지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주자는 3루까지 가진 못했지만, 어쨌든 아쉬운 수비네요!


[캐스터] 투수는 망연자실! 무릎을 잡으며 고개를 떨굽니다. 3루수도 매우 허탈해하는데요?

 

[해 설] 아쉽기는 하겠지만, 지나간 플레이는 잊고, 다시 집중해야죠!


[캐스터] 네! 투수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타자를 맞이합니다. 무사 주자 1, 2루. 초구! 타격!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아! 빠졌어요! 2루 주자는 3루에 멈췄다 다시 홈으로 들어옵니다. 아! 연속으로 실책이 나왔어요.


[해 설] 점수를 안 주려고,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짧은 타구라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는 힘들어 보였는데. 중견수가 너무 급했어요. 잡고 던져야 하는데, 잡기 전에 던질 생각이 강했네요. 놓치면 안 되는 공인데…. 더 안 좋은 건, 타자가 2루까지 갔거든요. 주자가 득점권으로 들어갔어요!


[캐스터] 빗맞은 안타를 시작으로, 연속 실책이 나오면서, 안 내줘도 될 점수를 주게 됩니다.

 

본부장님은 마치 당신이 놓치신 것처럼, 온몸을 비틀며 아쉬워했다.


“아~ 이런 상황에서 에러가 또 나오네!”

“이건 아까보다 타격이 더 커 보이는데요?”

“그러게. 이번 이닝에 잘 막지 않으면, 무너질 수도 있겠어!”

 

투수는 손에 묻히는 하얀 모래주머니 같은 것을 잡더니 땅에 세게 내리꽂았다.


실수한 수비들에 대한 마음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중견수는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상대 팀 공격의 불꽃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순간, 끄지는 못할망정, 기름을 부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잘하고 싶은데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그 마음을 나도 조금은 이해가 됐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닌데, 사람들은 보이는 것으로 단정 짓고 평가한다. 그렇게 무심하게 내뱉는 가시는 한번 박히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빠지더라도 박혔던 자국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희한한 건, 그 자국을 다른 무언가로 메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투수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일까?


다음 타자에게 연속 볼 네 개를 던졌다. 그것도 스트라이크 존과 멀리 떨어진 위치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투수코치와 포수가 함께 마운드로 올라간다. 투수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투수코치는 몇 마디 말을 하고 투수와 포수의 등에 손을 가볍게 올리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포수는 투수에게 한마디 더 하고 자신의 위치로 갔다. 그리고 내야수들에게 뭔가 사인을 보냈다.

 

[캐스터] 무사에 주자는 만루가 됐습니다. 투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투구를 해야겠습니다.


[해 설] 네! 지나간 건 빨리 잊어야 합니다.


[캐스터]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 준비를 합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타자가 볼을 한번 봅니다.


[해 설] 아무래도 앞 타석에서 연속 볼넷이 나오니 한번 지켜본 것 같습니다.


[캐스터] 네! 포수가 받은 공을 투수에게 던지면서 고개를 끄떡이네요. 2구! 타격! 1루쪽 땅볼! 빠른 타구! 1루수가 잡습니다! 투수가 빠르게 들어와서~ 아웃! 그 사이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이동을 합니다. 1사에 주자는 2, 3루가 됩니다. 투수는 숨을 고르며 마운드로 걸어갑니다.

 

“투수가 참 안쓰러워 보이네요.”


“투수가 참 힘들지. 그래서 팀 말고 개인적으로 승패를 기록하는 포지션이 투수인지도 몰라. 자신이 잘 던져도 점수가 나지 않으면 승을 올릴 수 없고. 자신이 잘 던져도 지금처럼 상대 팀에 운이 따르거나 수비수의 실수가 나오면, 질 수도 있는 거니까. 짐의 무게가 다르지.”


“그러게요. 지금 상황을 봐도, 어렵지 않게 이닝을 마칠 수 있었는데 점수를 내주고 계속 위기의 상황에 놓인 걸 보면 참, 답답하겠어요.”

 

“회사도 마찬가지야. 위로 올라갈수록 좋을 것 같지? 편해 보이고? 아니야. 책임져야 할 짐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는 거야. 자기 일도 해야지, 후배들 일도 봐줘야지, 실수라도 나면 그걸 또 해결해야 하니까. 투수의 저런 짠한 모습을 보면, 나를 보는 것 같을 때가 있다니까! 그러니까 야구 씨도 잘해! 알겠지? 하하하”


“넵! 명심하겠습니다!”

 

누군지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직급이 낮으면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까, 고민을 덜 해서, 머리보단 몸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몸은 좀 편해지는데, 머리와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직급이 낮아도 머리와 마음에 힘듦이 있다. 잘 풀리지 않는 숙제와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 무게와 크기는 다를지 모르지만, 신입도 다른 부분으로 머리와 마음이 힘들다. 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지금 견디는 힘든 머리와 마음의 힘이,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지는 인내의 힘줄이, 나중에 더 큰 힘듦의 당김을 이겨내 준다는 것을. 나는 지금 힘듦의 구덩이에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듦의 힘줄을 단련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캐스터] 네! 원아웃에 주자는 2루와 3룹니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왔습니다. 1구! 몸 쪽! 아! 맞았어요. 몸에 맞습니다. 이렇게 다시 만루가 되네요.
 

[해 설] 네! 몸에 붙인다는 것이, 공이 손에서 살짝 빠진 것 같네요. 참 어렵게 됐습니다!


[캐스터] 네! 타자가 투수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1루로 들어갑니다. 주자 만루에서,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신중하게 사인 교환을 하고 1구를 던집니다! 바깥쪽! 네, 볼입니다! 포수가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앉습니다. 2구! 타격! 큽니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집니다! 타자들 모두 들어옵니다! 타자 주자는 3루, 3루까지!


[해 설] 아! 포수가 바깥쪽으로 요구했는데. 공이 가운데로 쏠렸어요! 타자는 그걸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쳤네요. 승부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이 나왔습니다!


[캐스터] 네, 안타까운 장면이 나왔네요. 아! 투수코치가 올라옵니다. 네! 투수가 교체되네요!

 

 

Photo by Shutterstock

 

 

투수는 쓴웃음을 짓더니, 들고 있던 공을 1루수에게 던지고,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왠지 짠하네요.”


“그러게.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이런 상황은 수비수의 실책 때문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실책이 아니었으면, 점수도 안 내줄 수 있었고 금방 끝날 수 있었으니까요.”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 있지. 근데 지금 같은 상황은 종종 생기는 현상이야. 잘 던지던 투수가 수비의 실책으로 한 번에 무너지는 거지.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그것도 이해하기 힘든 실책이 나오면 투수는 흔들릴 수밖에 없겠지. 불안해지니까. 불안한 마음은 제구력에 영향을 주게 되고, 공이 조금씩 빠져서 볼넷을 내주게 되는 거야. 볼넷을 내주면서 불안에 크기는 더 커지는 거고.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진다는 것이 복판에 몰리면 지금처럼 장타를 맞게 되고.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투수가 한 이닝에서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지는 거지.”

 

“투수는 수비가 원망스럽겠네요. 뭐라 하지는 못하고.”


“그럴 수도 있지만, 한 게임만 보고 그렇게 단정 지을 수도 없어. 어떨 때는 본인이 잘 못 던져도 수비가 잘 막아줄 때도 있고, 타자가 점수를 많이 내서 승리할 때도 있으니까.”


“하긴 그러네요. 그러고 보면, 투수가 승을 따내는 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그렇지! 쉽진 않겠지만, 투수가 수비의 실책을 잊고 자신의 투구에만 신경을 썼다면, 좋은 투구를 할 수도 있지! 어떤 경기에서는 수비가 어이없는 실책으로 이닝을 끝내지 못했는데, 투수가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해서 끝내는 경기도 있었거든. 그렇게 이닝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더라고! 그런 선수를 우리는 에이스라고 부르지!”

 

본부장님은 말씀을 멈추시고, 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을 이으셨다.


“참, 야구 씨는, 우리 부서 에이스가 누구라고 생각해?”


“네? 에이스요? 갑자기 질문하시니 좀 당황스럽네요. 근데 야구에서 에이스와 회사에서 에이스는 좀 다른 거 아닌가요?”


“아주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 야구도 팀플레이고, 우리 일도 팀플레이로 이루어지잖아? 그리고 평가도 마찬가지고. 야구도 팀플레이로 이루어지지만, 성적은 개인별로 세분화해서 기록되는 것처럼 우리도 팀플레이를 하지만 평가는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하거든. 그렇지 않으면,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기준이 없어지게 되니까. 무임승차라고 알지?”


“돈 안 내고 타는 거요?”


“그래! 그런 것처럼 누군가는 공동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데, 누군가는 거기에 묻어갈 수 있거든!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는 같이 하지만, 평가는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하는 거야. 열심히 잘하고 있는 사람이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면 안 되니까!”

 

회의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관련된 이야기를 하신 기억이 났다.


기여도를 측정한다고 하셨다. 프로젝트별 난이도와 매출금액 그리고 업무에 참여한 기여 등을 따져서 개별적으로 기여도 평가를 하고 그것을 연말 평가에 반영하신다고 하셨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자! 팀을 구성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의 실수로 타격을 받게 돼 있어. 선임의 실수로 후임이 고생할 때도 있고, 선임이 잘 이끌고 있었는데 후임의 어이없는 실수로 프로젝트가 난항에 빠질 때도 있지! 그럴 때는 정말 힘 빠지거든! 온 힘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실수로 프로젝트를 망치거나, 아예 거래가 끊길 때도 있으니까.”

 

본부장님은 하시던 말씀을 잠깐 멈추시고, 음료수를 와인처럼 음미하듯 한 모금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나는 그런 경험을 좀 했어. 그 기분은 정말 허무해.”


“실수로 인해 거래까지 끊기는 경우가 있다고요? 그 말씀을 들으니까, 바짝 긴장되는데요?”


“하하하! 야구씨 위치에서 하는 실수로 그러진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아…. 네!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다른 사람의 실수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거기에 너무 신경 쓰면 안 돼. 타인의 실수가 나의 실수가 되기 때문이야. 타인의 실수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기 어렵거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야.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하지 돼지. ‘이게 다 저 사람 때문이야!’”

 

“맞는 말 아닌가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지! 그 사람의 실수가 나에게 영향을 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실수를 한 건, 본인이지 않아? 이유가 어찌 되었든 실수라는 결과를 낸 건 본인이잖아! 이걸 부정할 순 없는 거야. 그래서 상황이 어떻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해! 그러면 다른 사람의 실수까지 묻히게 할 수 있는 거야. 아까 얘기한 투수 기억나지? 수비 실책으로 이닝을 못 마쳤는데, 투수가 삼진으로 이닝을 마친 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에이스야! 알겠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에이스의 무게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직 감이 오진 않지만, 대단히 어렵고 힘든 역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짐을 짊어지기 위해 겪어야 할 많은 어려움이 두렵기도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에이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뀐 투수는 다음 타자들을 평범한 땅볼과 플라이로 순서대로 아웃시키고 길고 길었던 2회 말을 마감했다.
 

 

*** Change & Chance ***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드는 방법》

 

스포츠 중계를 보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징크스를 듣게 된다.

징크스는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실제 연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난날의 안 좋은 기억이 각인돼서 느끼는 감정이다. 징크스라고 불리는 상황과 선수의 플레이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나오는데, 까마귀 우는소리를 들으면 실수를 한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아침에 까마귀 우는소리와 플레이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선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게 추정할 수 있다.

 

어느 날, 아침에 나오는데, 까마귀 우는소리가 들렸다.


그날따라 선명하게 들리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도 가끔 들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기분 나쁘게 느껴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하지만, 그 소리가 계속 귀에 맴돈다. 기분 탓인지 진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리고 그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이 선수는 실수의 원인을 컨디션이 아닌, 까마귀의 울음소리로 단정 짓는다. 그때부터, 까마귀 울음소리가 징크스로 굳어지고, 까마귀 울음소리만 들으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징크스는 어떤 상황이나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가정을 세우고 증명하고 확신을 하게 되는 거다. 아침에 정화조 차를 보면, 그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침부터 불쾌한 냄새를 맡았는데, 어떻게 좋을 일이 있겠는가? 이 말을 몇 번 들으면서 생각해 봤다.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

상쾌해도 모자랄 아침 시간에 매우 불쾌한 냄새를 맡는다. 나쁜 기분이 올라오면서,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마음으로 고쳐먹고,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그렇게 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도 기분 좋게 넘길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심포지엄 현장에서, 협력업체가, 준비과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니!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러는 거예요?” 협력업체 담당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떤 의미인지 알아채고 잘 준비했다. 그리고 그날 심포지엄은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었다. 한참이 지나고, 그때 담당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정말 고마웠다고 한다. 안 그래도 준비가 원활하지 않아서 불안했는데, 그렇게 말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말이다. 만약 나까지 불안해하고 재촉했으면, 큰 사고가 났을 거라는 말도 보탰다. 그 정도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줄 몰랐는데, 듣고 내심 뜨끔했다.

 

준비과정의 문제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면, 아마 잘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불길하다고 느껴지거나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볼 것을 추천한다.


“아니!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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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객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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