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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히든 라이터] 13. 아이들의 성(性)스런 세계를 영어로 코칭하는 오미경 작가

- 영어를 가르치는 여교사가 어떻게 남학생들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됐을까?

등록일 2024년02월23일 09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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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불편하다. 내용도 그렇고 단어와 그림도 마찬가지다. 너무 직설적이라 이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나 싶다.”

 

소개로 만나게 된 이번 작가님의 책에 추천사로 올라온 내용이다. ‘대체 어떻길래 그렇지?’라는 의구심으로 책을 펼쳤는데, 그 말이 이해됐다. 매우 직설적이다. 하지만 그래서 현실적이라 느껴졌다.

 

불편하다는 표현은 ‘낯설다’라는 의미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 이 책에서 다룬 주제는 익숙하진 않더라도, 낯설지는 않다.

 

남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여교사가, 성(性)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에피소드를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근방법은 매우 낯설다. 일상 대화를 하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추천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편할 정도로 낯설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태도다. 장난스럽지 않고 사뭇 진지하다. 저자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어를 가르치는 여교사가 왜 남학생들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됐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Q.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나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한데요.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과 간단한 소개 먼저 해주실까요?

 

안녕하세요. 오미경입니다. 저는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역사를 전공하긴 했지만, 여행업에 종사하기도 했어요. 제가 그림을 좋아해서 그림도 좀 그렸죠. 서른을 넘긴 어느 시점에 보니까, 뭐라도 하려고 하면 다 영어로 돼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려고 방통대에 들어갔죠. 그리고 단국대 영어 교육과에서 공부했어요. 졸업하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그리고 중고등학교까지 가르쳤고요. 기업체와 대학에서 강의도 했어요. 지금은 방과 후에 진행하는 영어 수업을 하고 있어요. 사립학교인데요. 학원보다는 방과 후 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을 위해서 매일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학교가 특화한 부분인데요. 그래서 이 학교로 온다는 아이들도 많이 있어요.

 

 

Q. ! 그래요? 책의 내용을 보니 중학생 또래 아이들 수업에서 있었던 일 같던데요. 지금 학교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인가요?

 

네, 그렇죠. 그런데 최근 이야기는 아니에요. 제가 2016년에 이 학교에 갔거든요. 16년부터 시작해서 한 3년 정도 그러니까, 18년도까지의 에피소드예요. 이 책이 코로나로 인해서 늦어졌거든요. 그래서 바로 못 나왔어요. 19년도에 작업을 하다가, 코로나로 중단이 된 거죠. 7년이 걸린 거죠. 제가 좀 후회되는 게, 이 책 놔두고 다른 책을 먼저 작업했어야 했는데, 이 책만 바라본 거죠. 다른 책 원고도 있거든요. 그 원고 먼저 출간했어야 했는데, 이미 지난 시간이니 어쩔 수 없죠. 그런 면에서 제가 좀 많이 부족했죠.
 

 



 

Q. 정말 아쉬우시겠어요. 사실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 걸릴 주는 아무도 몰랐죠. 그럼 다음 책 원고는 어떤 내용인가요?

 

글쓰기 분야도 있고요. 학업과의 관계에 관해 쓴 것도 있어요. 그런데요. 가만히 보니까, 요즘 엄마들이 굉장히 많이 힘들어해요. 그래서 세 번째나 네 번째 책은 이왕이면, 엄마들을 대상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몇 군데 가서, 제 책을 얘기하면 이렇게 반응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나는 우리 아들 알고 싶지 않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뭐 굳이 그런 거를 알아야 해?” 또 어떤 분은 이런 분이 계세요. 제가 저번에 ‘위젤라 티비’에서 녹음을 했거든요. 지인이 와서 인터뷰하는데, 울음을 터트리는 거예요? 왜 그런가 봤더니, 자기 자신도 힘든데, 아들이 커나가는 거죠. 사춘기에 접어드니까, 아들을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거예요. 이렇게 엄마들의 반응이 극과 극인 거죠. 그래서 써놓은 원고를 이렇게 좀 고쳐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Q. ! 그러시군요. 그런데 쓰신 원고의 방향을 그렇게 바꾸셔서 무리가 없을까요?

 

지금 써 놓은 원고가 아이들을 관찰한 내용이거든요. 제가 두 번째 책을 내면서 든 생각이, 결국은 제 타겟은 아들을 둔 엄마 그리고 자녀를 둔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경험한 내용을 엄마들에게 알려주는 거죠. 저는 수업시간에 이렇게 해요. 예를 들어서, 소리치고 책상을 뒤엎는 애들이 있어요. 자기 안에 올라온 화에 못 이겨서 그런 건데요. 제가 뭘 잘못한 게 아니고, 옆에 친구랑 어떤 문제가 생긴 거예요. 전체가 다 하는 수업이니까, 일단 가만히 지켜봐요. 저는 애들한테 소리를 지른 적이 없거든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따로 불러요.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는 거죠. 자신 안에 있는 억압된 화를 누르지 못해서, 제정신이 아닌 거예요. 그런 부분을 보면, 결국 부모랑 연관이 많이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제가 글쓰기 감정 코칭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요. “일단 네가 왜 화를 났는지에 대해서 한번 써봐!” 그다음에는 자신이 낸 화에 대해서 한번 지켜보라고 해요. 저희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아세요? 저랑 하는, “토킹 어바웃(talking about)”이에요. (작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글쓰기 시키는 것을 “토킹 어바웃”이라 명명했다) 아이들한테 “선생님하고 가서 ‘토킹 어바웃’ 한번 해볼래?”라고 하면 아이들은 절대로 그거 안 한다고 해요. 왜냐하면, 자기를 직면하는 작업이니까요. 제가 글쓰기로 직면하는 작업을 시키거든요.

 

만약에 이걸 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사실에 대해서 엄마한테 이야기하겠다고 협박하는 거죠. 아이들은 자신의 어떤 것을,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랑 얘기하게 되는데요. 질문을 주고 그 질문에 관해 하루 정도 시간을 주고, 써오라고 해요. 써오면 소리 내서 읽어보라고 해요. 자기가 쓴 글을 소리 내서 읽는 작업은 또 다르거든요. 소리 내서 읽으면, 제가 또 그에 관해 질문해요. 이렇게 5일에서 7일 정도 꾸준히 하면, 아이들의 행동이 바뀌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3년 동안 꾸준하게 많이 바뀌었고, 이런 효과도 있어요.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선생님하고 토킹 어바웃 한번 해야겠네?”라고 하면, 하려던 행동을 멈추는 거죠.

 

이런 상황들을 겪어보니, 친구들과의 관계는 결국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시작이 되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영어 리딩 수업을 하는데, 비교에 관한 내용이 나왔어요. 제가 비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까, 한 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우리 엄마는 자꾸 옆집 애랑 비교해요. 저는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그리고 형하고도 비교해서, 저 자신이 너무너무 작아져요.” 제가 지침을 줬어요. 엄마가 또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도 똑같이 한번 해보라고요. 옆집 엄마는 뭐가 어떻고 누구 엄마는 어떻게 해주는데 엄마는 왜 그렇게 못 해주냐고요. ‘거울 치료’ 비슷한 것을 해보라고 제시를 해 봤죠. 1주일 후에, 그 아이가 찾아왔어요. 선생님이 말한 대로 얘기했더니, 엄마가 말 한마디를 못 하셨다고요. 왜, 그렇잖아요? 내가 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내가 똑같은 것을 당하면 당황스러운 거죠. 엄마가 그 뒤로는 아이에게 비교하는 말을 안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지문 같은 경우는, 심리학 경제 철학 예술 스포츠 글쓰기와 독서 등등 이런 게 아주 많아요. 수업할 때 제가 이런 지문을 가지고, 인문학적으로 풀어서 얘기를 해봤어요. 굉장히 효과가 좋고, 아이들 동기부여도 많이 되더라고요. 우리 글로 된 것 중에도 좋은 지문이 많지만, 영어 원서로 된 고등학교 리딩 부분 보면 좋은 글이 많거든요. 동기부여라든가 자기계발이라든가. 그런 부분을 실험적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줘요. 아이들의 반응이나 변화를 보는 거죠. 아이들이 변화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지문에서 인문학적인 걸 다룬다는 말씀이요. 지문을 단순히 해석하는 게 아니라, 좀더 깊이 들어가서 그 내용에 관해 나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네, 그렇죠. 예를 들면, ‘코이피쉬(koi fish)’라는 짤막한 지문을 읽어요. 제가 방학 동안에는 특강을 하거든요. “여러분은 지금 영어로 독서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하는데요. ‘코이피쉬’가 어떤 내용이냐면요. 어항이 작으면 5cm밖에 자라지 않지만, 넓은 강에 있을 때는 2m까지 자란다는 게 ‘코이 법칙’이거든요. 이렇게 연결해서 이야기해줘요. “여러분의 생각이 자꾸 작아지는 이유는, 자기 스스로 한계 짓기 때문이에요. 자기 생각이 한계를 짓는 것, 자신이 넓은 강에서 산다면 어떨지에 대해서 노트에 5줄 이상 쓰고 나와서 발표해볼까요?” 영어 시간이지만, 중학교 1학년이니, 우리말로 이야기하라고 해요. 이렇게 아이들의 사고를 조금 더 확장하고 깊이 있게 하는 게 제 목표거든요.

 

 

Q.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들어보면, 작가님은 영어를 기본으로 해서 여러 가지로 파생되는 교육을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작가님을 신뢰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책을 읽고 궁금했던 내용을 여쭤볼게요. 영어 선생님이신데, ‘성교육을 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가 여자로 살아오면서, 성추행을 좀 많이 당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여름이었는데요. 학교에 늦었어요. 평일은 아니고 주말이었을 거예요. 예전에는 토요일에도 수업했잖아요? 그래서 택시를 탔는데요. 합승이었어요. 뒷좌석에 손님이 있어서 앞 좌석에 앉았는데요. 뒷좌석 손님이 먼저 내렸어요. 여름이라 얇은 옷과 치마를 입고 있었어요. 학교 앞에 도착해서 택시비를 치르는데, 그때 택시 기사가 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거예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택시에서 내렸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택시에서 내렸는데 눈물이 막 나오는 거예요. 너무 놀랐던 거죠.

 

대학생 때, 서울에 갔다 올 일이 있었어요. 서울 갔다가 광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를 탔는데요. 뒤에서 손이 쫙 옆 가슴으로 오는 거예요. 그리고 제 가슴을 막 만지는데요. 그때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냥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밖에는요.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말도 못 하고 얼굴만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어요. 정작 뒷좌석 가해자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의자에서 잠자는 척하고 있더라고요. 7년 전에 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제가, 아이도 낳고 아줌마도 됐잖아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성과 인문학을 연결해서 가르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렇게 소리쳤어요. “야! 이런 짓은 그만하지! 이건 범죄야!”라고 크게 소리쳤어요.

 

그랬더니 뒷좌석에 있던 남자는 얼굴을 좌석에 파묻으면서 안절부절못하더라고요.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 지른 저를 모두 쳐다봤어요. 무슨 일이지 하면서요? 그때 누군가가 저에게 엄지 척을 해줬어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뻔뻔하게 사는 게 아니라, 부끄러운 행위라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거죠. 30년이 지났는데도 고속버스에서 같은 일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는 게 기가 막혔어요. 미투 사건 이후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줄 알았는데 제가 겪은 사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게 있었어요.

 

남자들이 성에 대해서 굉장히 잘못 알고 있구나! 지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다 남자인데, 이 아이들이 커서 성에 대해서 올바른 생각을 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사회에서 예의를 지키면서, 품위 있게 자라지 않을까? 애들한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정말인 거에요. 아이들이 폭력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런 거라는 걸요. 그러니까 제가 당한 이런 일들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의 성적인 욕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한 거예요. ‘N번방’ 같은 일은, 이런 한 사람에 의해서 일어나잖아요?. 잘못된 성적인 생각 때문에,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여자들이 힘들어하고요. 제가 가르치고 있는 남학생들이 다 커서 사회로 나갈 건데, 내가 가르치는 남학생만이라도 제대로 좀 가르쳐야 하겠다고요. 뭐, 사명감까지는 아니고요.

 

제가 그런 일을 당해서 성을 공부하고, 여성과 남성의 몸을 공부하면서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아이들한테 얘기하는데요. 남학생들은 자기 몸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굉장히 강하더라고요. 자기가 야동을 보고 자위를 하면서, 자기가 더럽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자신을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시각을 좀 달리하도록 이야기해요.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요. 다만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고 말해요. 성을 잘못 다루면, 큰 문제가 생긴다고요. 아마 아실 거예요. 제주 지검장이 제주도에서,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했던 행동을 이야기해 주거든요.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겠니, 그런데 성에 대해서 잘못 이해해서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무너트리지 않았냐고 말이죠. 너희들이 아무리 공부해도, 자기 몸을 잘못 다루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요. 그렇게 수업시간에 5분 정도 잠깐씩 성교육을 해요. 그런 에피소드를 골라서 정리했어요. 그것도 수위를 좀 낮춘 거예요. 실제로는 수위가 엄청 높거든요. 사람들이 제 책을 보면 굉장히 불편하다는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아이들한테 이런 거를 많이 하니까, 불편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 책을 도저히 못 읽겠다는 분도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못 읽겠다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Q. . 그럴 수도 있을 듯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 아이들에게 글쓰기하는 거 말씀주셨잖아요? “토킹 어바웃이요. 교직에 계신 분들이 이 방법을 알면 큰 도움이 될 듯한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수업하는데 소리를 질렀다든가 욕을 했다든가 혹은 계속해서 지각한다든가 한다고 하면요. 먼저 경고를 해요.

 

“그렇게 행동하면 내가 너를 아주 사랑할 거야. 토킹 어바웃이라고!”세 번 경고해도 변화가 없으면 그때 들어가죠. “선생님하고 토킹 어바웃하자!” 수업 끝나고 오라고 해요. 오면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수업시간에 왜 그렇게 소리를 질렀지?” 제가 질문을 먼저 주는데요. 질문 세 가지를 줘요. 왜 소리를 질렀는지, 소리를 지른 자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앞으로 너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소리를 지를 건지를요. 이렇게 질문지를 세 개 주고, 10줄에서 15줄을 써오라고 해요. 써오면 그걸 읽으라고 해요. 읽은 부분에 대해서 제가 궁금한 걸 물어요. 또 질문지가 만들어지는 거죠. 질문지를 주고 다시 한번 써오라고 해요. 그런 과정을 서너 번 하면서, “네가 진심으로 쓰지 않으면, 이거 계속할 거야!”라고 협박해요. 아이들은 이제, 글쓰기로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작업을 처음 해보는 거죠.

 

그 누구도 자기한테 이런 것을 해보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화낸다고 저도 똑같이 화내면, 어린아이밖에 안 되잖아요? 어떻게 하면 어른 노릇을 할까 생각했고, 본질로 들어가서 행동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성격이 되는 거잖아요. 어릴 때 자신을 직면하면, 교정할 기회가 있으니까요. 이런 과정을 해서 바로 바뀌진 않지만, 아이가 조심하게 되고 조심하는 습관이 생겨서 고등학교 올라가서 바뀌기도 하는 걸 봐요. 성적인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여기는 고등학교와 연결돼 있거든요. 고등학교에 가서 수업할 때가 있었는데요.

 

제가 가르친 학생이었어요. 수업하다가, 무슨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고등학교 2학년이었거든요. “지금 그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는 게, 남자들 유혹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 개성을 따라서 입는 거지요?” 그래서 그랬죠. “그렇지!” 그런데 옆에 있던 아이가 이렇게 말해요. “야! 그거 남자 꾀려고 그러는 거야.” 그러자 제가 가르친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니야! 그건 우리가 어떤 옷을 입을 자유가 있듯이, 여성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거야! 우리가 그걸 만져도 되는 건 아니야!” 교육의 효과가 나타난 거죠. 이 학생이 사회인으로 성장했을 때,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맙더라고요.

 

 

Q. 이 기사는 작가님을 소개한다는 것보다, 교직에 계신 분들게 알려드리면 좋을 듯하네요.

 

아이들에게 고마운 게, 저한테는 거짓말을 안 해요. 왜냐하면, 제가 야단이나 소리를 쳐본 적이 없으니까요. “네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하고 이해해줘요. 그렇다고 마냥 두는 건 아니고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도 습관에 대해서 좀 많이 얘기하죠. 요즘 아이들은 결석이 좀 많아요. 그래서 제가 그랬거든요. “뭔가 하기 싫으면 몸이 아파. 내 몸이 그렇게 반응을 해서 아픈 거야. 그런데 아픈 것도 습관이야. 습관은 뭔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자꾸 그렇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해요. “출석이라는 것은 나와 너의 약속인데 그걸 자꾸 어기면 안 돼. 그냥 싫어서 안 오고 눈 오니까 안 오고 몸이 안 좋으니까 안 오고 늦잠 자서 안 오면, 그게 습관이 된다!” 그러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된다고 말해요. 이렇게 얘기하면 다음에는 결석도 좀 덜 하고, 늦게라도 오게 되더라고요. 처음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도 미성숙해서, 소리치고 야단치는 일도 있었어요. 공부하고 글쓰기를 쓰면서 저도 변화했죠.

 

 

Q. ! 좋은 피드백의 요건을 다 갖추셔서 말씀해 주신 거네요. 대단하세요. 이처럼 아이들의 변화를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학생에 대한 존중이 가장 기본이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학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에 대한 존중이죠. 요즘에 교권에 대해서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애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나는 교권을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인권을 좀 지켜주면 어떨까? 인간에 대한 도리를 지켰으면 좋겠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어!” 교권보다 인권을 말하는 게 아이들에게도 훨씬 설득력이 있어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요. 저는 교권을 지켜달라는 얘기를 안 해요. 인간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지켜달라고 해요. 그러면 조금 낫더라고요.

 


 

Q. ! 좋네요. 저도 어감으로 교권보다는 인권이 더 와닿네요. 교권은 좀 권위적인 느낌이라면, 인권은 존중의 느낌이랄까요? 교직에 계신 분들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선생님으로서 작가로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책을. 어떠한 지식을 쓰는 게 아니라, 제 삶에 관해서 써요. 내 삶이 어떻게 변화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쓰는 거죠. 그래서 책과 저는 같이 가는 것 같아요. 『몸여인(몸으로 여행하는 인문학)』을 쓸 때도 그랬어요. 제가 ‘인문 의역학’을 배웠는데, 그걸 소화하기 위해서 쓴 거거든요. 내용을 소화하기 위해서 제 나름대로 쓴 거고요. 이 두 번째 책도 제가 아이들하고 있었던 일을 기록한 거죠. 그냥 놔두면 휘발되더라고요. 제가 성에 관련된 책을 살펴봤는데요. 저같이 쓴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기획해서 썼고요. 세 번째 책도 그래요. 제가 아이들하고 있었던 에피소드로, 날아가지 않게 기록으로 남기려고요. 이렇게 제가 살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계속 써나갈 계획이에요.

 

현장에 있었던 일들이라, 엄마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요.

 

엄마들이 정말 잘 모르시고 계시구나 싶거든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존하기 얼마나 힘든데요. 그래서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애들하고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현장, 그걸 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많이 지내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는 선생님이고 집에서 부모님과 형제들인데요. 부모님과 형제들의 갈등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학교에서 선생님하고 있을 때, 그 부분이 악화하지 않고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의 숨통을 좀 튀어줬으면 좋겠다고요.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좀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도 있어요.

 

엄마 자신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자신을 긍정하고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 아이의 부족한 점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어요. 아이들의 부족한 점이,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이니까요. 부족한 점을 탓만 하지 말고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지, 상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엄마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못 보기 때문에, 아이를 그렇게 바라봐요. 자기 자신의 꿈을 이루는 수단이랄까요? 이런 생각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엄마만 모르는 아들이 있거든요. 그 아들을 존중할 때, 알게 돼요.

 

 


 

<기자의 나가는 말>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독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반면 그것을 약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약으로 만든 경험을 나누는 사람도 있다. 오미경 작가님이 그런 분이라 느껴졌다. 여자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겪은 힘든 상황을, 약으로 잘 만드셨다. 그런 내용을 잘 적용했고 잘 기록하셨다. 그리고 나누고 계신다.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그리고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몰라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설명해서 잘 알게 해주셨다. 이 내용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잘 기록하면 좋겠다. 그 기록이 자신에게는 물론,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주고 계신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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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전문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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