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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어도어 사태에서 드러난 경영 리스크의 중요성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케이 팝 위기 경영 리스크가 불러오는 이유

등록일 2024년04월25일 13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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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위)와 아일릿(아래)


2023년 SM의 경영권 분쟁은 K팝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소유한 주식 향배가 중요하게 다뤄졌지만, 그것은 K팝의 본질과 정체성에 맞게 처리되어야 했는데 실제 결과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이브는 2월 10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 SM 1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카카오가 주당 15만 원에 SM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12만 원에 공매하던 하이브에 압박감을 주었다.

 

4천억 원대 이상의 자금을 들여 이수만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하이브와 팬들에게 바람직한지 의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3월 12일부로 인수 절차를 전격 중단했다. 이 중단으로 승자는 카카오가 되는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1대 주주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이브와 업무 협력도 약속받았다.

 

하지만, 카카오의 웃음은 잠깐에 불과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하는 과정을 두고 주가 시세조종 의혹을 받아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는 구속되어 갇히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부터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까지 시세조종 의혹을 받았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주식은 물론이고 SM의 주식 하락은 당연지사였다.

 

애초에 음악 비전문 플랫폼 기업이 1대 주주가 된 것에 대한 우려는 시작 전에 뇌관이 폭발한 셈이었다.

 

반면 하이브는 SM 인수 중단 이후 28%의 주가 상승이 있었다. 우려와 불안 요소를 불식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브라고 해서 경영 리스크가 없는가는 별도의 문제이고 이러한 부분은 상당히 있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하이브와 어도어의 경영권 분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에서 독립 경영을 실행했는가이다. 경영권은 최대주주 여부에 따라 구성이 되는데 하이브에서는 민희진 대표가 이를 획책했다는 것이다. 하이브가 80%, 어도어가 20%의 지분을 확보한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것이다. 우호적인 투자세력을 통해 하이브의 주식을 매수하고 이를 확보해 주식 과반 이상으로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뉴진스를 따로 데리고 독립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와 하이브의 전속 계약 중지를 할 방안을 모색했다고 본다. 이유는 뉴진스에 대한 관리와 처우가 부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들어 하이브는 내부 감사는 물론 주주총회를 통해 민희진 대표의 대표직 사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법기관에 경영권 탈취 혐의를 들어 고소했다.

 

민희진 대표 측은 두 가지 방향의 대응을 하고 있다. 우선 이런 조치들은 모두 아일릿이 뉴진스의 카피 그룹이라는 지적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주식 소유구조를 바꾸는 것이 현실 가능한지 되묻는다. 하이브가 다른 투자사에 지분을 매각하게 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뉴진스를 따로 독립시키려 한 점은 불가능하고 더구나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따로 독립을 실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개 부당한 대우 등 노예 계약을 증명하려는 단순히 스케줄 관리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수익 배분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적어도 뉴진스가 상당히 일찍부터 수백억 원의 정산을 받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의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노예 계약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다른 대응은 어도어 관계자의 대응이다. 하이브 측에서 내부 문건으로 제시한 자료는 자신의 개인적인 메모 수준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협의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민희진 대표도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단톡방에 오간 대화 내용도 단편적인 것들일 뿐 실제 대화 내용을 실행으로 옮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한 개인의 아이디어 수준일 뿐이라는 점에서 선을 긋는다.

 

어느 쪽이 진실이고 어느 방향이 맞는 것인지 그것은 향후 과정을 통해서 밝혀져야 하겠지만 SM 사태와 분명하게 같은 점이 있다. 바로 경영 리스크라는 점이다. 5월에 뉴진스가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오는 터에 이러한 내용을 그대로 노출해 팬들을 불안하게 하고 주가까지 폭락시키는 행위는 적절하거나 올바른 경영 행위라고 할 수가 없다.

 

특히 케이팝이 가진 팬덤 중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레이블 하나가 총괄 프로듀서의 독립된 스타일을 갖고 있기에 일시에 운영진을 교체한다면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뉴진스를 창조한 것이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충분히 진실이 밝혀진 후 조치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이다. 그 팬들을 위해 어떤 경영을 했는지 살펴야 한다. 특히, 멀티 레이블의 자율성과 독립성, 창조적 결과물의 권리 보장이 이뤄졌는지 헤아려야 한다. 어쨌든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이상을 실현하기에 현실의 케이팝 경영은 준비가 덜 된 듯싶어 씁쓸하다.

 

케이팝 콘텐츠가 아닌 경영 리스크가 우리 음악 산업을 뒤흔드는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경영 리더십을 다잡을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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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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