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NJT. 강성희 의원(오른쪽)과 윤희숙 진보당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사지 들린 후 입틀막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민 모두의 사지가 들려 나가는 장면 같았다.’
18일 오전 11시 전북 특별자치도 출범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고 국회의원 중에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있었다. 여기서 기괴한 일이 벌어졌는데, 전북 전주시을 국회의원인 강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인사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차례에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고 말을 했다. 이어 대통령은 씁쓸한 표정으로 옆으로 걸어갔는데 강 의원은 곧바로 경호원에 의해 사지가 들리고 입을 강제로 막힌 채로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리고 재입장을 시도했으나 경호원들에 의해 차단당했다. 경호원들이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안경을 빼앗기기까지 했다고 강 의원은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이 사건이 발생한 후 “강 의원은 대통령이 주요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던 중, 자기 순번이 되자 대통령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은 채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등 연이어 소리를 질러댔다”고 했다. 18일 언론은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영상에 보이는 장면은 강 의원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고 말하자마자 악수한 손은 놓았고 강 의원은 곧바로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갔다. 국회의원이 시민들 보는 앞에서 끌려갈 때 얌전하게 나가는 이가 어디에 있을까. 필자의 한 지인은 “나 같았으면 강 의원보다 소리를 더 질렀을 것”이라며 “이같은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창피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19일 오전 10시20분 국회 소통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언론은 이용호 의원의 말만 옮기지 말고 김수흥 의원(전북 익산시갑)도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의 말도 인용해주면 좋겠다. 이용호 의원이 주장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다. 그는 악수와 발언이 끝난 직후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가면서 발생한 일을 말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박 의원은 또한 “경호실은 대통령 ‘신변보호’를 한 게 아니라 ‘심정보호’를 한 것 같았고 전에는 국민의 ‘청각’을 시험하더니 이제는 ‘시각’을 시험한다”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가 “관심을 끌려는 운동권들의 버릇”이라고 18일 CBS 방송에서 발언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강 의원은)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말만 한 것이다. 모든 일은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발생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향해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고, 대통령이 원하지 않으면 법안도 내지 말라는 말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해 국민의힘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설명을 해야 하는데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어느 국민이라도 국정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지가 들려나갈 이유는 없다"며 "아무리 목청이 커도 목소리로 사람을 해할 수는 없다"며 "입을 막은 것은 실체적 위협에서 대통령을 지키는 목적보다 대통령 귀에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는 심기경호의 목적"이라고 논평했다.
이 사건의 장본인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19일 오전 11시40분 국회 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벌어졌던 사건은 매우 참담했다. 현직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짐짝처럼 끌어내는 데 힘없는 국민들은 어떻게 대했겠나,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어제 처음 한 번 경호원에게 들려나갔지만,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한두 번이 아니다. 엄동설한에 오체투지 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의 5군데 인체 부위를 땅에 대고 절하는 예경 방식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까지 했다. 그제는 삭발까지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그토록 절규했지만 역시 대통령은 그분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라며 윤 대통령이 국민을 돌보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고 말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요새 저는 전주 시장을 종종 간다. 거기서 수많은 자영업자분들을 만난다. 이대로 버틸 수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장사가 안 돼 폐업을 하고 싶은데, 계약 기간 때문에, 위약금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세가 나가지 않아서 장사를 접을 수 없다고 한다. 삼천동에 있는 청과물 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성실하게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일하면 먹고는 살게 해줘야 되지 않냐’라고 말씀하신다. 이대로 살 수 없고 이대로 버틸 수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신다. 저는 그분들 말씀을 듣고 뭐라고 답해야 하나? 드릴 말씀이 없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이 저의 임무이다. 경호원들에게 막혀서 더 말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죄송할 뿐이다.”
강 의원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 입을 막은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반드시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갈 것이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강 의원은 회견 후 백브리핑에서는 “소통을 통해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그 자리에 국민의힘 의원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라북도 도민 2천 명이 있었고 그리고 영상을 통해서 전 국민이 다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 행위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이 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특히 국민의힘이 얘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여당의 반응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영상을 보면 누군가 강 의원을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는 제보가 있는데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저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영상을 보고 알았다. 그 영상에 나오는 가격 행위가 있는 시점이 제가 사지가 들리는 순간인 것 같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지가 들리면서 바로 입이 막히고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무런 경황이 없었다. 누가 나를 가격했다라는 것을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이후에 대책을 논의해 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이 오게 되면 악수 정도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악수를 하면서 무슨 말을 할까 많이 고민을 했다. 그 자리가 특별자치도 출범식이기 때문에 '좋은 잔칫날 손님이 오는데 손님한테 날선 비판을 하는 것이 맞을까'라고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그래서 고민해서 나온 것이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발언이었다. 제가 예상했던 것은 아마 그런 정도의 발언을 하면 대통령 경호실에서 제지는 하겠지라는 정도의 생각은 했다. ’이 정도 하시고 앉으시지요‘ 내지는 ’그만하시지요‘ 이런 정도 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사지를 들어’라는 말과 함께 제가 사지가 들려서 끌려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고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야당 국회의원을 2천 명이 모인 자리에서 카메라가 있는데 사지를 들어서 바깥에 내동댕이 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이 맞냐 라고 하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알렸다.
강 의원은 “나는 다시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혀서 들어가지 못했고 행사장을 떠나오는 순간까지 대통령실 경호실은 저를 감시했고 심지어는 타고 나오는 차량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것이 정말 야당 국회의원한테 대통령 경호실에서 할 수 있는 행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많은 분이 제보를 하고 있다. K 경호처장이 영상에서 보인다라는 제보가 있어서 저희가 그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또한 다른 각도에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있는지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추후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강 의원은 “이번 사건은 진보당에 국한된 문제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삼권이 분리되어 있는 나라에서 야당 의원을 대통령 경호실에서 폭력적으로 이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눈과 귀에 이어 입까지 막으려고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진보당 차원에서는 당연히 대응하지만 야당들과 함께 그리고 국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윤희숙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수석 원내부대표가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다음 주 25일에 국회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때 야당들이 공동 결의안을 발표하는 수준으로 추진해야 되지 않나 라고 진보당은 생각하고 있다. 관련해 야당들과 함께 논의해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다음 수순을 설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라는 야당 의원의 고언이 경호상 위해요소라니 기가 막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셀프 불통 대통령도 부족해서 이제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참된 독재자의 길로 가고 있다. 참담하다. 더욱이 독재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통령실은 해괴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노점 흐리지 말고 경호처장을 당장 경질하고 직접 국민께 사죄하십시오. 성난 민심은 국민의 목소리는 입을 틀어 아문다고 잦아들지 않습니다. 2024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독재 국가로 되돌리지 마십시오. 독재자들이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 역사 공부 하십시오"라며 대통령실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