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인성을 쌓고 사회성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특출난 아이들은 자신의 특수 관심 그룹 안에 들어가야 인성과 성장 둘다 잡을 수 있다. 여기서 특출나다는 것은 뛰어남을 의미할 수 있고 너무 부족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MBN 김주하 앵커는 21일 저녁뉴스 백강현 관련 보도에서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우러져 지내는 곳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천재' 백강현 군은 매우 어린 나이에 서울과학고에 진학했다. 이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관심이 높아 수학보드 게임을 만들어 수포자들을 도울 정도로 천재였다.
그는 왜 10세의 어린 나이에 과학고에 입학했을까? 수학 및 과학 천재들과 함께 어우러져 자신의 학문 세계를 더 넓히려고 했을 것이다. 그의 부모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대한 동료 학생과 학교측의 편견으로인해 그는 학폭을 경험했고 학교의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했다. 또한, 백강현 군에게 대한민국 과학고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연구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그는 굳이 과학고를 다닐 필요 없음을 느끼고 자퇴를 선택했다.
백강현은 일반 학교에서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친구가 기존 일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녔다면 학교는 천재를 교과서 안으로 묶어두고 급우들의 왕따를 당하는 걸 그저 지켜봤을 것이 분명하다. 교과서를 만들 친구에게 교과서 공부를 시키니 그렇게 의미없는 일이 어디 있는가. 또 '너무나 다른' 그를 받아줄 일반학교의 급우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천재나 독특한 사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나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을 이상한 학생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또래와 함께 공부도 하고 노는 게 90-95%의 학생에게는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천재이거나 독특한 사고를 갖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친구들이 건강하게 자랄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수학 보드게임을 만드는 친구에게 정석 수학을 공부하게 하면 그게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고 성장에 방해되는 일이겠는가.
그런 학생에게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규격화된 공부를 하고 또래들과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 아이의 실력과 인성이 모두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잔인한 일이 된다.
규격화는 90-95% 학생들에게만 적용하고 5-10%에게는 그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이다.
5세 때 강호동 씨가 진행하는 스타킹에 나와 현정화 감독과 당당히 탁구를 하는 신유빈 양. 사진 - SBS 스타킹 방송 장면 캡처
'탁구천재' 신유빈은 왜 중졸인가 라는 칼럼이 조선일보에 최근 떴다.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말까하는 선수가 중졸이면 어떻고 초졸이면 어떤가. 운동선수들은 엑셀과 워드도 제대로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칼럼니스트는 지적했는데 세계적인 탁구선수가 굳이 엑셀과 워드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
물론 90-95% 이상의 탁구 선수는 탁구로 대성할 수 없을 수도 있기에 탁구선수로 계속 살 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10대 초반에 국가대표가 된 선수(신유빈)가 즉 역대급 선수가 엑셀이 왜 필요하고 워드가 왜 필요하나. 꼭 필요하다면 나중에 1주일만 배우면 된다.
여기에 인성을 학교에서 키운다는 말은 요즘 같은 학폭 세상, 교사를 폭행하는 세상에서는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신유빈은 이미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 인성이 또래 친구들보다 훌륭하다.
그는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런 천재들을 규격화시키고 그 안에 구겨넣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옳지 않다.
우리 사회 구성원은 독특한 것을 튄다고 보고 이를 부정적으로 여긴다. 규격화 된 틀 안에 머물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백강현과 신유빈과 같은 사람들은 인성교육을 부모가 해야 하고 사회성은 천재성을 보인 분야 안에서 가꾸면 된다. 학교 안에서 또래와 함께 자라야 인성과 사회성이 자란다는 것은 90-95%의 아이들에게 해당된다. 나머지 아이들은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알다시피 손흥민도 중졸이다. 그는 사회성이 뛰어나고 인성도 부모로부터 훈련받아 훌륭하다. 그는 사회성이 너무 뛰어나 토트넘의 주장이 됐다.
사회성과 인성을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의 틀을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는 '천재'들을 '평범한 자'로 전락시키게 된다.
손흥민이 팀 동료와 필드에서 골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