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페어런츠, 누굴 위한 사랑인가, 사진출처: 셔터스톡
몬스터 페어렌츠가 단순히 학교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인구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면 비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천천히 짚어보면 무리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작은 행위들이 거시적인 행태들의 결과를 얼마든지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몬스터 페어렌츠(Monster parent. モンスターペアレント)는 자녀를 과잉보호하며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학부모를 말한다. 자녀의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과도한 지적을 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사실 몬스터라기보다는 정신 질병에 걸린 환자라고 할 수 있다. 겉모습뿐이 아니라 정신적인 괴물인 셈이다. 이를 직접 대하는 일선 교사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비단 학교 교사만이 아니라 자녀들이 다니는 학원이나 과외 교사에게도 이러한 지적과 간섭은 계속 이뤄진다. 이는 강박 의식과 편집증이 작동하는 것인데, 그것이 문화 심리 차원에서 정당화되거나 본질의 위험성이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 작동하는 문화 심리는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녀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라는 점이 가족 심리다. 다른 하나는 고객은 왕이라는 심리다. 또한, 상대적으로 학력과 나이에 따라서 상대방을 하대하는 기형적인 장유유서 문화 심리가 작동한다. 하나씩 살피면 우선 자녀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라는 이유로 학교생활에 개입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에 비례해서 애정과 관심의 척도라고 여긴다. 이런 문화 심리를 공유하는 각 교육기관도 관대한 경향이 있다. 이들은 특히 나이가 어린 여성 교사들에 대해서 심한 고통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 인격 모독의 발언을 하는 것은 교사로 존중하기보다는 생물학적인 판단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더구나 학부모의 권리가 우선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권리는 간과한다. 심지어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을 각 교사에게 쏟아낸다. 공적 존재를 사적 존재로 착각한다. 공공조직은 특히 이런 행위에 대해서 취약하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부모의 개입에 학교 현장은 방어할 수 있는 체계가 되어 있지 못하다. 물론 학교 교사나 행정이 과연 질적인 수준을 과연 이루고 있는가는 별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학교 민원과 행정에 개입하는 행태는 익히 알려졌지만,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왜일까? 이러한 몬스터 페어렌츠 현상은 자녀의 자립은 물론 연애와 결혼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핵심 메커니즘은 간섭과 집착에 있다. 몬스터 페어렌츠의 경우 자산을 형성한 경우에 더욱 이는 치명적으로 심화한다. 우리 사회가 중상류층 이상의 자녀가 많아진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녀에게 웬만한 취업을 권하지 않는다. 직장이라고 해도 번듯하다고 여기는 곳을 선호한다. 몬스터 페어런츠는 그런 곳을 다니느니 집에 있으라는 투다. 따라서 자녀들은 취직해도 쉽게 그만둘 가능성이 크다. 취직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자녀들은 자립하지 않는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생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가 될 수 있고, 자발적 미취업자가 된다. 자립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 더구나 부모의 말에 따라서 배우자를 선택해야 한다. 결혼해도 자신이 스스로 자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몬스터 페어렌츠인 부모의 영향은 가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한다. 부모의 간섭과 지적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에 대한 과중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독립해 일가를 이루기보다는 안주하는 것이 더 편하다. 제대로 된 부모의 롤모델을 보고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몬스터 페어런츠로 인해 자녀는 애지중지 남아도 미래의 아빠와 엄마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몬스터 페어런츠가 사실 자녀를 위한다지만 이는 철저하게 자신을 위하는 행위이다. 자신이 자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 자신이 자녀를 위해 매우 노력하는 존재라는 점을 통해 외부적으로 과시하고 내부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 행태가 작동한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이렇게 자녀 교육에 따른 성공도 하나의 평판이 되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승자박이 되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을 다하려는 행위가 자녀의 자립은 물론이고 저출생 현상까지 낳고 있는 것은 자신만의 선한 의지가 공동에 미치는 악한 결말을 낳을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지만 정말 진정한 내적 동기는 상승욕망이다. 자신이 어느 정도 이뤘지만, 미처 이루지 못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자녀를 수단화하는 것이다. 그 수단화를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 행사에 따른 것일 뿐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전후 고속성장을 하면서 자수성가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작은 성공이 더욱 높게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스스로를 몬스터 페어런츠로 만들고 자녀들은 영원한 미성숙의 유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저성장기에 맞는 부모와 자녀의 롤모델이 필요하다. 우리가 당연히 옳다고 믿는 부모 가족의 문화심리가 파국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고받은 외부 칼럼은 자사의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