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시연 숙대총장이 8일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이 지난 9월1일부터 총장직을 맡았을 때 숙대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문 총장은 총장 선거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을 신속히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학생들로부터 압도적인 96%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총장 후보 정책토론회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며 총장이 되면 김건희 논문 검증이 왜 지연되었는지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의적 검증 지연 의혹을 부인하며 경쟁했던 장윤금 전 총장과는 대비되는 입장이었다.
이번 총장 선거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숙명여대 구성원 전체의 직선제로 치러졌다. 문 총장은 1차 투표에서 39%, 2차 투표에서는 5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최종적으로 이사회에서 선출됐다. 그는 “숙명여대의 명문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어느 구성원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가 화합하여 학교 행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며 총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8일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문 총장의 말투나 표정에 그런 결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여러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 석사 논문에 대한 검증 상황을 반복해서 물었는데 그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만 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결과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숙명민주동문회는 "학생들의 96% 지지를 가슴 깊이 새기고, 종합 국감에서 더 나아간 답변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촉구했지만 문 총장은 완전히 힘이 빠진 다리를 저는 레임덕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의 답변 태도는 외압이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한 의원은 외압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문 총장은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날 국감장에 있었던 대부분 사람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표절 논란은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제출한 논문 '파울 클레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숙명여대는 2022년 2월 예비조사에 착수했지만, 2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숙명민주동문회와 숙대 교수들은 2022년 자체 표절 조사를 통해 김 여사의 석사 논문의 표절률이 48.1%에서 54.9%에 이른다고 발표했으나, 학교는 계속 결정을 미뤄왔다. 이로 인해 동문들은 논문 검증의 신속한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동문들은 문 총장의 국감에서의 모호한 답변에 실망감을 표하며, 학문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가했다. 동문들은 숙대가 논문 검증을 책임감 있게 처리해야 하며, 학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공정한 결론을 도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년 넘게 진행되지 않은 논문 검증은 숙명여대 내외에서 지속적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문 총장이 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되고 있다.
54.9%의 논문 표절률이 나왔는데 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문 총장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총장직에서 물러나야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