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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부산 엑스포 vs. 리야드 엑스포, 상상력 대결 완패

부산의 과거 지향 vs 리야드의 미래 지향: 세계관의 대조적인 풍경

등록일 2023년12월07일 12시5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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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JT.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부산 시민들이 크게 실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1월 30일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었다. 전 국회의장인 박병석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대통령과 재계가 원팀 코리아가 되어 뛰었다는 것, 실패했지만 경제영역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판단이 크게 빗나간 이유는 무엇인가?” 

박진 외교부 장관은 “엑스포는 (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이미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었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한 것이고 정부로선 최선을 다했다”라고 답했다. 

박병석 의원은 자신의 질문에 박진 장관이 제대로 답을 하지 않자 내용을 살짝 바꿔 질문을 반복했다. 

“우리는 발표 마지막 날까지 희망적인 진단을 했다. 유수 방송사들은 현지에서 생방송을 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1주일 전에 파리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결과는 119대29가 나왔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박진 장관은 “시작할 때 열세에 있었고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쟁 상대국을 추격했다. 1차는 어렵고 2차는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임했다. 경쟁 상대국의 공세가 마지막에 치열했고, 정부로서는 그런 판단에 따라서 최선을 다했다.”라고 답했다. 

박병석 의원은 장관이 제대로 답을 하지 않자 추가로 질문을 했다. 

“실패한 책임에 관해 묻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이 ‘사우디의 오일머니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늦게 출발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국민을 구차하게 만들고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이번에 정확한 분석을 해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대통령께 보고되는 각종 사항이 진실과 사실에 따라서 보고되는가?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보고만 하는가? 나는 이번 실패에서 국정 운영의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패인을 심층 분석해서 올바른 교훈을 얻도록 하겠다. 이번 엑스포 도전이 실도 있지만 득도 있었다. 외교망이 확충되고...”라고 답을 했다. 아직 심층분석이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실패 원인은 오일 머니 때문, 늦은 출발이었지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는 분석만 있다. 

박병석 의원은 덧붙였다.

“대통령께서 마지막까지도 대역전 기회를 가질 것으로 판단하게 한 것이 엑스포 하나뿐일까? 이런 근본적인 의문을 갖는다. 용산은 모든 사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가? 근본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앞날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팀이 되어 재계가 총력을 다했는데 재계 리더들이 시간 쓰는 것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었는가? 경제가 중요한 이 시점에서 몇 달 동안 재계 대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 세계를 누비게 하는 게 한국 경제 발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결국 외교부에서는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차라리 이번 유치에 나선 재계 관계자들이 제대로 답을 하는 것 같다. 한 재계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상당수 표가 사우디 쪽으로 넘어간 흐름이었는데 나중에 책임론이 발생할 수 있어 아무도 직언하지 않은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묻어가는 건데, 정부와 다른 기류의 얘기를 했다가 얻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

즉 재계에서는 이미 답이 나왔지만,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객관적인 내용을 보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컷뉴스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경제계 내부에선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국제대회 유치전에서 이러한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조직을 분화시켜 유치 성과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쓴소리'를 낼 수 있는 내부 레드팀 운영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 측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내부에서 조직을 여러 개로 쪼개 경쟁 체제를 만들고 유치 성과 경쟁을 시키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유치 성과라는 특정 목표를 두고 경쟁시키면 당연히 위에서 듣기 좋은 말 위주로 보고서를 쓰게 된다는 점을 이번 실패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MBC 시사 라디오 방송인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의 신장식 진행자는 “지인이 대기업에서 일해 물어보았더니 재계 총수들이 유럽에서 유치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실무자들은 이미 사우디에 가 있었다. 사우디로 확정되면 로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재계에서는 이미 부산 엑스포 유치가 어렵다고 봤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국민 담화에서 “96개국 정상과 한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했지만, 저희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가 어떤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느꼈던 입장’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전달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다”라고 했는데 실제 유치를 위해 정부가 너무 강력하게 뛰어든 것, 객관적인 데이터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그의 리더십 스킬 부족 탓이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저희가 이야기한 우리가 전쟁의 폐허에서 이만큼 성장해 오는 데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돌려주려고 한다. 그래서 부산 엑스포는 나눔의 엑스포고 연대의 엑스포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대외 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우리의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기조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했는데 ‘뜻’은 좋으나 ‘어떻게’ 돌려주려고 하는지, ‘어떻게’ 나눔의 엑스포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 없었다. 오히려 사우디가 나눔의 엑스포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영국 매체인 ‘디 아티클’은 유치국 발표 하루 전날 “사우디의 인권 유린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기록을 고려할 때, 리야드가 2030년 세계 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권 유린의) 야만성에 대해 눈을 감게 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사우디의 인권 기록, 좋지 않은 기후는 잠재적 수천만 명의 방문객들에게도 경고 신호가 되어야 한다. 리야드 엑스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본 텅 빈 스탠드의 반복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라면서 “한국은 모든 면에서 2030년 세계 박람회 개최지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지난 8월 월드 스카우트 잼버리가 PR 재앙으로 변한 것은 한국이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할 능력에 대한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시설은 비위생적이고 부족했으며, 곤충과 질병이 만연했고, 많은 사람이 일찍 현장을 떠났다. 서울이 43,000명의 스카우트를 수용하는 데 실패했다면, 엑스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2800만 명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디 아티클의 기사 일부 캡처

 

미국의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한국의 비즈니스 전략은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국제기구에서의 투표 패턴은 대부분 상호주의에 기반한다. 한국의 제안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이념적이며 비전적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은 기술 이전 및 기후 변화, 어업, 식량 안보, 재생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한국의 경제적 급성장에 대한 전문성 공유의 수사는 희망적이지만 상투적이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실질적인 제안을 했다. 예를 들어, 리야드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한 사우디 수출 및 개발 계획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부채 탕감과 갈등 해결을 제안했으며, 250억 달러의 투자도 약속했다. 경제적 혼란과 만연한 테러리즘 시대에 사우디의 계획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서울의 말은 좋았지만, 사우디의 구체적인 제안에 비해 실질적 가치가 떨어졌다.”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의 정철환 파리 특파원은 유치 시도를 위한 현장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 아프리카 외교관은 ‘내 임기 후에나 받을 혜택을 원하는 관료나 정치인은 드물다. 국가판 ‘자기개발서’를 내민 한국보다, 우리 눈높이를 맞춘 사우디가 더 반가웠다’고 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오만에 빠져 개도국들을 너무 ‘내려다봤다’는 말로 들렸다. 현장에는 다른 비판도 있다. 일부 유치위 인사는 의전 업무를 양산하고, 기업에 갑질을 하는가 하면, 냉정해야 할 판세 분석을 주관적 판단으로 덧칠했다. 동료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여성 교민들과 술자리를 벌이고, 가라오케까지 간 공무원, 유치 활동보다 와인에 더 관심을 보인 민간 위원이 있었단 말도 나왔다. 무엇보다 ‘전문가보다 낙하산의 입김이 더 셌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조선일보는 또한 “유치 교섭 일선에서 ‘아직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수적인 보고를 올렸는데, 정부 고위층에선 ‘왜 사기를 꺾는 보고를 올리느냐’는 질책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과 주요 유치 위원들이 실적 경쟁을 벌이며 자신이 담당하는 국가의 입장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하면서 우리 측 지지표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보도했다. 

엑스포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도 사우디와 비교해 부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래 두 영상을 비교해보라. (그런데 아래 영상은 추후에 비공개 처리되었다. 따라서 다른 영상을 추가했다.)

어떤 차이를 볼 수 있나? 

부산 엑스포 영상은 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World(세상을 변화시키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항해하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데 그 ‘뜻’은 틀린 게 아니었지만, 메시지가 구체적이지 않고 비전 제시하는 수준이었다. 필자가 표를 주는 사람이라면 감동도 없고 유익도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리야드 엑스포 영상은 바로 변화된 세상과 더 나은 세상을 영상에서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를 자랑하며 미래에 대한 구호만 외쳤지만, 리야드는 변화된 세상을 보여줬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오일 파워가 아니라 세계관에서 크게 밀린 좋은 예다. 사막 위에 세워진 미래의 도시, 미래의 기술이 이 영상에서 보여진다. 개발도상국 투표자의 경우 ‘우리도 저렇게 바뀔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 미래학자는 미래교육 관련 단체 카톡방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우리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이 현상을 진영의 문제로 치환해서 보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이 가진 거버넌스는 진영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리디야 프리젠테이션은 'foresighted tomorrow(선견지명의 내일)'를 머리에 맴돌게 한다. foresight는 열린 미래 예측이다. 미래가 다양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음을 지식의 차원으로 인식하고 문화적으로 수용하여,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열려 있는 미래를 인식하고 함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의미이다”라고 조언했다. 

부산 엑스포에는 미래라는 말은 있었지만, 미래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사우디에 세계관에서 밀렸고, 상상력에서 완패했다. 오일 머니 이슈는 작은 부분이었다.  

세계관은 ‘어떤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이다. 한국은 과거 지향적 세계관을 보여줬다면 사우디는 미래 지향적 세계관을 보여줬다. 그리고 사우디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했고 매우 실질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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