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hotos by NjT. 출마를 선언한 신진, 중진 정치인들. 그리고 정치를 이끌어가는 리더들.
하루에도 두세 명 이상 정치 신인들 또는 첫 국회 입문을 노리는 사람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한다.
대부분 총선 출마 선언문을 읽는데, 기자가 내용을 듣다보면 ‘이렇게 수정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최악의 총선 출마 선언문은 마치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는 듯한 내용이다. 국회의원에 출마를 한다면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주를 이뤄야 하는데 많은 후보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다음과 같은 유형은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어려운 출마 선언 유형이다.
1) 나라 전체를 바꾸겠다는 형: 국회의원이 어느 정도 힘을 갖는다면 나라를 바꿀 수도 있겠지만 이제 정치 입문을 하거나 첫 국회 입문을 노리는 사람들이 나라를 바꾸겠다는 선언문을 쓰면 공감이 되지 않는다. 기자도 사람이기에 공감이 되는 내용을 준비해야 후보자를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라 전체를 바꿔야하기에’ 출마 선언문도 무척 길다. 어떤 이는 주어지 20분을 모두 사용해 총선 출마 선언문을 읽는다. 하루 종일 기자회견장을 지키는 기자들에게는 20분 내내 연설문 읽는 것을 듣는 것처럼 지루한 일도 없다.
2) 온통 이전 정권, 상대당 비판만 하다가 끝나는 형: 정치 신인 또는 국회 첫 입문자는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온통 이전 정권, 상대당 비판만 하는 출마 선언문을 읽으면 ‘구태 신인 정치인이 또 한 명 나타났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3) 자기 자랑만 늘어놓다가 가는 형: 후보자들은 물론 자신을 어필해야 하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에 했던 일을 소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출마 연설문의 상당량이 자기 자랑, 자기 경험, 자신의 경력 소개이면 곤란하다.
4) 이루기 힘든 부앙부앙한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가는 형: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지역을 세계적인 대도시 어디처럼 만들겠다는 말은 상당히 부앙부앙하다. 초선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4년 만에 어떻게 세계적인 도시처럼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멋진 말만 늘어놓고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5) 종교적인 신념을 강력히 피력하는 형: 한 후보자는 ‘하나님 대한민국을 축복하여 주시옵소서’라는 말로 출마 선언문을 마쳤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생각하지만 총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종교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종교적인 신념이 있다면 그것을 철학적 용어에 녹여서 기자들이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고, 소개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기자와 독자 중에는 다양한 종교의 사람들이 있거나 무종교도 많은데 특정 종교의 언어로 말하는 것은 지혜로운 게 아니다.
그럼 예비 후보자들은 어떤 총선 출마 연설문을 준비해야 할까.
1) 지역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조사: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고 그것을 데이터화해서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통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확고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을 넘어선 변화를 추구할 경우에도 연구와 조사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연구 없이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것은 공부 없이 준비했다는 인상을 준다.
2) 화합과 통합 메시지: 구태 정치는 대결 구도로 정치를 이끌어갔다. 새로운 정치는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 신인들이 구태 정치인들의 발언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면 신선함이 떨어진다.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화합과 통합 메시지를 진심으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출마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3)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를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기자생활을 할 때 ‘맨땅에서 헤딩’하듯이 새벽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맡은 바 일을 해냈고 국회의원이 되면 그렇게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과거 자신의 경험, 경력을 소개하며 어떻게 국민, 나라, 지역을 위해 일할 것인지를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4) 소속당의 정강 정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당의 정강 정책은 일종의 정치를 위한 바이블이다. 바이블 읽지 않고 정치를 하겠다면 이는 도둑심보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정강 정책을 읽지 않는 것 같다. 그것만 읽으면 핵심적인 내용이 거기에 다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 신인 또는 첫 국회 입문자는 자신이 속한 당의 정강 정책을 숙지하고 그것에 따라 자신의 공약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예비 후보자들이 정강 정책을 읽어봤는지 궁금하다. 출마 선언문에 정강 정책을 어떻게 숙지했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