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힘 당원과 당직자들에게 충언을 하고 있는 김웅 의원. Photo by NJT.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해병대원 사망 사고 이후에…”
김웅 의원이 불출마 선언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해병대원 사망 사고에 대한 정부와 당의 반응 때문이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말끝을 흐린 이유는 울먹여서였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울음이 나오는 것을 멈추게 한 뒤 “수사단장에게 가해졌던…”이라고 말한 후 다시 고개를 숙이며 또다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 행태들이 있었을 때부터 과연 내가 생각했던 정치를 할 수 있는가 생각했다”라며 간신히 답변을 마쳤다. 그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이는 것으로 보였다.
국민의힘 송파갑 김웅 국회의원은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그러나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웅 의원은 “제가 이렇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까지 당과 당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지금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 잡겠다고 헌법상의 제도를 그렇게 우습게 여기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근대 보수주의가 시작한 것은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반발, 그것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안으로 했던 게 미국의 독립혁명과 영국의 의회주의 혁명이다. 이것이 보수주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체포동의안 제도는 17세기 초 제임스 1세 때 의회가 절대왕정을 상대해서 첫 번째로 거둔 승리였고 기념비적인 일이고 제도였다. 그 제도를 고작 이재명 잡겠다고 보수주의 정당에서 우습게 여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힘이 우경화되는 것과 상식적이지 않게 운영되어가는 부분을 우려했다.
"전체적인 질서를 위해 개인이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 우경화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명령이나 위계질서를 지키기 위해 억울하게 죽어가는 병사와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고 했던 수사단장에 대해서 항명이라고 이야기하고 당에서는 항명이 맞다고 여러 의원이 발언을 했다. 분명히 서면으로 이첩을 하라고 했는데 구두로 한 게 맞는 명령이라고 이야기하면,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질서를 헤치고 무너뜨리는 일이다. 누가 그런 걸 납득을 할 것이고 앞으로 누가 서면을 인정할 것인가. 전화 한 통이 무게가 있는 명령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인가. 그리고 그렇게 잘못된 게 있으면 잘못을 시정해야지 오히려 해병대 수사단장을 공격하는 모습은 우리 당이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 김웅 의원은 "이게 블랙홀이 되었다. 대통령이 빨리 정리하고 가는 게 바르다고 본다. 사실 특검법은 이전에 조국 교수가 지적했던 포토라인 제도와 비슷하다. 포토라인 자체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요소가 강하다. 다른 사람이 포토라인에 섰을 때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자기가 그 라인에 섰을 때 위법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쉽게 공감을 못 하듯이 특검법은 사실 헌법상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관행적으로 해왔고 지금 문제를 제기하면 국민들이 못 받아들이신다. 언젠가는 특검법의 내용(수사기관의 권한을 최대한 강화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 지금은 그 진위를 믿어주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당이 개혁되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수도권, 중도층에 매우 취약하다. 그 이유는 수도권에 사는 도시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에게 우리 당이 현실적인 도움을 못 주고 있다. 이념적으로 볼 때 홍범도 장군을 느닷없이 역사에서 끌어내려서 과거에 잘못이나 한 사람처럼 여기게 하는 것은 우리가 우경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런 것을 바꿔야 한다. 우리 당이 나가야 할 길은, 노동, 복지, 환경을 가져오는 것인데 그것이 생존과도 연관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신당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정치적 고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준석 대표하고는 통화도 하고 그런다. 이준석 대표가 당원 모집 처음 할 때 ‘형, 저희 2만명 넘을 것 같아요’라고 하자 제가 ‘웃기지마 1만2천명 넘으면 소고기 사줄 게’ 했는데 소고기 사주게 생겼다”라며 이준석 대표를 응원하고 있고 두 거대 정당이 이제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선택 폭을 넓히는 의미에서 새로운 당이 생기는 것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