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NJT. 국회 앞에 붙어 있는 배너.
이른바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두 건의 특검법이 지난달 28일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8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통과시킨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재석 181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고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김건희 특검법)도 재석 18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야당은 28일 특검 파견 검사를 기존 10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등 내용의 수정안도 상정해 의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5일 오전 “도이치 특검(여당과 정부가 김건희 특검을 이렇게 표현함)은 문재인 정권 기간에 탈탈 털어도 소환도 못 한 사건이었다. 재판 관련자 인권 침해가 예상되고 허위 브리핑으로 여론조작 등 문제가 있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어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드는데 이는 민생과 무관하며 법집행기관 운영에 지장이 예상된다. 또한 헌법 가치를 보호해야 하고 공정선거 책무도 있기에 쌍특검법 재의를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야당 측은 “대통령이 가족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윤 정부에서 폐지했던 제2부속실을 국민이 원하면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배우자 특별감찰관을 국회서 여야 합의로 뽑으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던 28일 토론자로 나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법원의 1심 판결도 총선용 586 운동권 판사의 오판이라고 하겠는가. 뉴스타파가 최근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관계자와의 대화 녹취록에는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하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증권사 직원은 통정매매세력끼리 매매를 주고받으며 주가를 조작하고,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하는 불법 매매 기법가 있었음을 인정한 바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녹취록과 검찰이 직접 작성한 진술조서의 내용도 가짜뉴스라고 하겠는가? 도대체 얼마나 증거가 차고 넘쳐야 대통령 배우자의 중대하고 유력한 범죄혐의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단 말 말인가?”라고 질문하며 김건희 특검의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28일 투표 당일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 힘 임이자 의원은 “죄가 있어서 특검하자는 게 아니라 특검을 만들어서 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 법안을 반대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 공작 법안이기에 반대한다. 이는 총선용 공작법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2년 동안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봤는 데도 문제가 없었던 사건이었다. 권력이 덮었다면 문재인 정권이 덮었다는 말인가.”라고 항변했다. 임이자 의원이 발표하는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계속 소리 내 반대 의견을 피력했는데 한 의원은 “역사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소리쳤다.
임 의원은 이어 “증거가 없어서 소환을 못 한 사건이다. 한 톨의 증거라도 있으면 기소했을 텐데 증거가 없었다”라고 하자 야당 의원은 “윤석열 정치 검찰이 덮은 것”이라고 외쳤다.
야 4당은 윤 대통령 거부권 발표 직후인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쌍특검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 규탄 대회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헌법에 기초해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민생과 경제 등 국가적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대통령 자신과 김건희 여사만을 지키기 위한 방탄 국무회의를 운용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정부가 있을 수 있나. 대통령 스스로 ‘특검을 기피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되니까 그 말을 다 잊었나. 역사상 본인과 가족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윤 대통령이 그 첫 대통령이 됐다. 총선용 특검이라고? 이 법안은 지난해 4월부터 국회에 올라왔으나 총선까지 끌고 온 것은 정부 여당이었고 그들이 끝까지 외면하고 회피한 결과다. 민생을 생각하지 않고 특검을 외친다고? 민생에서 주가조작은 중대한 범죄이다. 정부 여당은 국민의 70%가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법 앞에 누구든 예외는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든 적용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어도 안 나왔다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의해 사유화된 검찰이었는데 제대로 수사가 이뤄졌겠는가. 왜 특검을 거부하나? 대통령과 가족은 죄가 없으면 죄가 없음을 특검에서 입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