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수 교수가 긴급 토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좌장인 추미애 의원. 사진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개발 추진과 관련하여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정부의 추진 방식과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좌장이 되어 진행된 이 토론회는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창수 명예교수와 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최경식 교수의 발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장혁준 오일퀘스트 대표, 이진동 뉴스 버스 대표, 주하은 시사IN 기자가 참여했다.
전문가들, 과학적 검증의 필요성 강조
신창수 교수는 ‘석유·가스 부존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탄성파 탐사 자료 처리 결과 검증 방법’을 발제하며, 과학적 검증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파형역산(Full Waveform Inversion) 방식의 검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번에 정부에서 파형역산 검증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고 만약 했다면 그것을 그대로 발표하면 된다고 신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이어 “파형역산 방식의 검증을 안 했으면 하실 것을 권고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탐사를 할 때 “국내 인력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높은 확률을 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과학적인 기술과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 석유 개발 자체가 약간의 도박성을 갖고 있다. 그 점은 국민 여러분이 이해를 해주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경식 서울대 교수. 사진 - 뉴저널리스트투데이
최경식 교수는 ‘동해 심해탐사광구 사업 추진과정을 지켜보며’라는 제목으로 제도적 문제점과 인적·물적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혁신을 제안했다. 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기술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탐사성공률 20%라는 숫자는 너무 적은 게 아니냐고 사람들은 생각하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저 정도만 나오는 게 이상한 게 아니다. 액트지오의 판단, 우드사이드의 판단은 주관적인 판단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석유공사는 이런 내용이 공론화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국 업체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자주적, 독자적 해저에너지자원 탐사 개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세계적 석유 탐사 분야 전문가 육성을 위한 재원 및 제도 마련이 필요하고 메이저 석유회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왜 작은 회사에 맡겼느냐’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회사의 규모보다는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일이다. 공식 갖고 계산기 두드리며 숫자를 내는 일이 아니다. 아브레유와 같은 메이저에서 일하다가 나온 분이 개인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들, 정부와 석유공사에 의문 제기
장혁준 대표
오일퀘스트의 장혁준 전 대표는 해당 지역에 ‘석유보다는 가스가 더 많을 것’으로 보았는데 “아브레유 박사도 가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는 생각이 든다. 석유는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그도 보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한 아브레유 박사와 같은 전문가는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보다 회사 안으로 들어와서 일하도록 하는 게 석유공사 직원들에게도 유익하다고 보았다.
뉴스버스의 이진동 대표는 ‘동해 유전 쟁점 의혹들’을 주제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의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석유공사의 발표와 실제 탐사 결과 사이의 불일치와 평가 용역을 맡은 액트지오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와 석유공사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동 대표는 특히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왜 그렇게 급하게 발표를 했는가?
-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은 어떤 근거로 발표되었는가?
- 액트지오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 용역을 맡게 되었는가?
-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시사IN의 주하은 기자는 ‘영일만 시추 계획을 둘러싼 의혹과 남은 과제’라는 제목으로 액트지오의 입찰 비리 의혹과 석유공사의 계약 절차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특히 액트지오가 법인 자격을 회복하기 전 석유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점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투명한 절차와 정당한 계약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하은 기자는 또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 우드사이드가 동해 탐사 사업에서 철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 액트지오의 법인 자격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었는가?
- 한국석유공사와 액트지오 간의 계약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가?
이진동 대표(왼쪽)와 주하은 기자.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향후 과제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개발 과정에서의 과학적 검증과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정부와 석유공사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좌장인 추미애 의원은 “정부는 액트지오의 평가 결과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으로부터 신뢰성을 검증 받았다고 하지만 자문단 회의록과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우드사이드가 실시한 용역결과는 물론 탐사방식과 결과, 분석자료 제출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석유공사는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과학적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적 의혹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과학적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유전개발은 정치 아닌 과학’이어야 한다. ‘국책사업은 무속이 아닌 기술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