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는 1997년 애플 CEO 인터뷰 후 작성된 것입니다.]
Photo by NJT. 박병기 편집장이 조선일보에 1997년 기고한 애플 회장 인터뷰 화면 캡처이다.
'무지개 사과' 애플이 시들어가고 있다.
주전 투수 길버트 아멜리오 회장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애플 구단을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비관론에 무게가 실려 있는 이 질문에 아멜리오 회장은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지난 1997년 3월 11일 이메일을 통해 아멜리오 회장과 나눈 인터뷰의 내용을 소개한다.
아무래도 첫 질문은 넥스트(NeXT)사 합병에 관한 것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폐쇄적인 운영체제였습니다. 넥스트사 합병으로 개방형 운영체제로의 전환에 자신을 갖게 됐습니다."
애플이 차세대 운영체제로 개방 중인 '랩소디'는 모든 PC에서 돌아가도록 돼 있다. 그 핵심은 넥스트의 운영체제 '넥스트 스텝'에서 빌려왔다. 아멜리오 회장은 랩소디가 그동안 애플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꺼리던 개발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멜리오 회장은 애플의 구원투수로 불세출의 컴퓨터 영웅 스티브 잡스를 영입했다. 최근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소문도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멜리오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아멜리오는 “스티브 잡스는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추켜세운 후 “애플의 정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능력 있는 사업가로서 잡스는 공동 창업자 워즈니액과 함께 고문으로서 회사의 두뇌 역할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경영진의 대대적인 물갈이와 함께 시작된 애플의 대반격 시나리오는 지난 1997년 1월 말 ‘기존 컴퓨터값 27% 인사’라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서서히 모양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교육용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현재 67% 수준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56%의 학교에서 계속 애플 컴퓨터를 구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데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달 애플 컴퓨터는 초등학생을 위한 노트북 컴퓨터 ‘이메이트(e-Mate) 300’을 출시했다. 무게 1.8kg에 가격도 7~8백 달러 수준에 불과한 이 컴퓨터는 IBM 호환 기종으로부터 위협 받는 교육용 컴퓨터 시장을 수호하기 위해 애플이 내놓은 야심작이다.
“작년 애플에 처음 왔을 때 은행 계좌에는 고작 60일을 버틸 수 있는 현금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대적인 감량경영으로 지금은 약 17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지요. 품질 개선에도 힘을 써 제품 수리율이 90%나 줄어들었습니다.”
자신의 긴축 경영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아멜리오 회장은 “97년엔 방만한 사업을 대폭 정리해 운영체제와 노트북 등 일부 핵심 품목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잡스 Photo by matt buchanan. This file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2.0 Generic license.
[후기: 2023년에 쓰는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애플]
스티브 잡스는 1976년에 워즈니액과 함께 애플을 창립했다. 이 둘은 1984년에 GUI가 장착된 최초의 대량 생산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출시해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매킨토시는 애플 레이저 라이터라는 프린터까지 함께 출시하며 데스크톱 출판 업계의 최고봉으로 우뚝 섰다.
잡스는 그러나 1985년 CEO였던 존 스컬리와의 권력 다툼 끝에 애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잡스는 이윽고 넥스트(NeXT)를 설립했다. 넥스트는 3대의 워크스테이션인 넥스트 컴퓨터(NeXT Computer), 넥스트 큐브(NeXTcube), 넥스트 스테이션(NeXTstation)을 개발, 판매해 업계의 태풍의 눈이 되었다. 잡스는 애플로부터 주식 150만 주와 현금 3억 7750만달러를 받고 넥스트를 넘겼다. 잡스는 고문으로 복귀했다가 곧이어 애플의 CEO로 복귀했다. 잡스가 CEO로 복귀하기 직전까지 아멜리오가 애플을 맡았는데 1997년 당시 필자와의 인터뷰 내용과는 달리 애플은 계속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애플의 주가는 10센트까지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애플이 몰락하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애플의 주가는 2023년 1월에 14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애플은 아멜리오가 회장으로 있었을 때 7억 800만 달러를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 1997년 7월 4일 스티브 잡스는 아멜리오를 몰아내는 일종의 경영 쿠데타를 일으켰고 아멜리오는 일주일 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잡스는 같은 해 9월 16일에 임시 CEO가 되었다.
잡스가 CEO가 된 후 애플은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애플 스토어, 앱 스토어, 아이맥, 아이패드,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즈, 아이튠즈 스토어는 연속으로 빅히트를 쳤다. 모두 IT 업계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애플의 주가는 1998년에 30센트, 1999년에 80센트로 조금 올랐고 2000년에 20센트대로 곤두박질쳤다가 2004년 1달러대로 오르면서 상승세를 탔다. 아이팟, 아이튠스 등으로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6년에는 2달러대로 올라섰고 이듬해 6달러로 급등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로인해 다시 2달러대로 폭락했다. 2009년 6달러대로 회복된 애플의 주가는 2010년에 9달러대, 2011년에 12달러대를 치고 이후 기록을 계속 경신했다. 2017년에 40달러대로 뛴 애플의 주가는 2019년에 70달러대, 2020년에 130달러대로 크게 뛰었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사망한 이후 팀 쿡이 회사의 경영을 맡았는데 쿡은 잡스가 만들어놓은 혁신 상품을 잘 경영해서 애플을 시가 총액 1위의 회사로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