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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GR" 맞은 잡스가 애플을 성공시킨 사연 [편집장 칼럼]

영화 잡스를 본 후 감상평

등록일 2023년07월27일 21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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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이번 주에 증강세계관학교 학생들과 함께 본 영화는 Jobs(잡스)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의 성공과 실패기를 담은 영화다. 2013년에 스크린에 공개된 이 영화는 큰 흥행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20여만명 관객 동원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전 세계적으로 4천21만달러 수준의 박스오피스 수입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는 큰 돈을 벌게 해준 영화였다. 제작비가 1천2백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기에 3배 이상 남는 장사를 했다. 

 

애쉬튼 커쳐가 잡스의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였다. 그가 세운 애플은 어떤 회사인가. 2023년 시가 총액 3조달러를 돌파한 회사다. 3조달러는 한화로 3580조가 넘는 액수다. 1조가 3580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1조 가치의 기업을 보통 유니콘 기업이라고 하는데 애플 회사 하나로 유니콘 기업이 무려 3580개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조달러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를 크게 넘어서는 엄청난 액수다. 만약 애플을 어떤 나라라고 본다면 3조달러는 국민총생산(GDP) 순위에서 세계 8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애플이 조금만 더 성장하면 GDP 6위 인도, 7위 프랑스도 넘어서게 된다. 

 

애플은 GPD 8위인 이탈리아, 9위 캐나다, 10위 한국보다 총생산이 훨씬 더 높다. 한국의 GDP가 1조9천100억 달러이니까 미국은 애플 회사 하나로만 한국의 1.5배의 생산수준을 자랑한다.  

 

애플은 i-시리즈로 전 세계를 지배했다. i맥(아이맥), i패드(아이패드), i튠스(아이튠스), i폰(아이폰)이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아이폰은 2007년 출시된 이후 애플의 주가가 5800% 상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모두가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잡스의 성격은 그야말로 ‘꽝(GR)’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애플의 공동 창업주인 스티브 워즈니액은 이 영화에 틀린 내용이 많고 잡스를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다뤘다고 말했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며 잡스를 전혀 영웅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의 연약한 모습이 이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었다. 어렸을 때 버림 받고 입양된 이야기, 대학 시절 방황, 회사 직원이나 동료를 인정하지 않음, 자녀(리사)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 워즈니액이 애플II를 만든 팀을 인정해달라고 해도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모습 등은 그가 인성면에서 문제가 있는 CEO임을 보여준다.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은 철저한 인터뷰와 리서치를 통해 대본을 만들었기에 현실에 매우 가까운 영화라고 주장한다. 물론 워즈니액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애플의 시가 총액이 3조달러가 넘는 GDP 8위 국가의 수준이기에 이는 미국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역사에서 애플은 현대 기술 산업의 상징적인 회사로 자리 잡았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기술력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애플의 창의성과 디자인은 미국과 전 세계 기술 산업의 중요한 주도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잡스는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직관’의 사람이었다. 다음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잡스를 인터뷰한 후 쓴 글이다. 

“잡스가 최초의 매킨토시 팀과 회식을 했을 때 한 직원이 ‘시장 조사를 해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볼까요’라고 물었을 때 잡스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는 "왜냐하면 고객들은 우리가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죠." 그는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하여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더라면 '더 빠른 말!'이라고 답할 겁니다."고 했다. 자동차를 본 적이 없는 고객은 자동차라고 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대해 깊이 신경 쓰기는 하지만 그는 이를 고객에 계속해서 물어보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객 안에 형성되지 않은 욕망에 대한 직관과 본능을 필요로한다고 생각했다. 잡스는 "우리의 임무는 아직 종이에 적혀있지 않은 것들을 읽는 능력입니다"라고 설명하며 시장 조사에 의존하는 대신 고객들의 욕망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력을 갈고 닦기를 요구했다. 그는 인도에서 직관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인도 시골의 사람들은 우리처럼 지성을 사용하지 않고 직관을 사용합니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직관은 아주 강력한 것인데, 내 의견으로는 지성보다 더 강력합니다."


 

 

잡스는 또한 수많은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우선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에서 잡스는 딸 리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네가 그 카세트 테입으로 음악을 듣지 않고 주머니에 천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는 간단한 장치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이팟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는 딸 리사가 어렸을 때 애플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직접 그린 그림에 영감을 얻어 후속 컴퓨터와 폰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지만 결국 자녀, 친구, 지인을 늘 마음에 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는 아픔 때문에 그렇게 ‘차가운’ 노선을 탔는지 모른다. 

 

그리고 미국 역사, 아니 세계 역사를 바꾼 잡스는 강렬한 리더십(때로는 GR처럼 보이는)을 선호했던 CEO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잡스에 관한 글을 기고한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에게 ‘사람들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경향’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잡스는 “결과를 보세요”라고 답한 후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나하고 일했던 사람들은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었죠. 그들 모두 다른 회사에 가면 높은 자리에 오를 사람들이었고 내가 가혹하다고 생각했다면 대부분 우리 회사를 떠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엄청난 일을 해냈죠.”

 

그는 아이맥, 아이팟, 아이팟 나노, 아이튠스 스토어, 애플 스토어,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앱 스토어, OS X 라이언뿐만 아니라 픽사(토이스토리 등 제작)의 모든 영화까지 동료와 함께 만들어냈음을 자랑스러워 했다. 

 

필자는 리더십을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얌전하고 싫은 소리 하지 않은 위대한 리더는 단 한 명도 보질 못했다. 그들은 개인과 단체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쓴 소리도 많이 하고 잡스처럼 때론 가혹하게 여겨질 정도로 동료와 부하 직원을 독려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존 우든 감독(전 UCLA 남자농구 헤드코치)도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지만 선수가 공항에 늦게 도착하면 스타 플레이어라도 혼자 공항에 내버려 두고 전세 비행기를 출발시켰을 정도로 엄격했다. 

 

지난 2016년 이민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와보니 우리 사회에서 잡스, 우든과 같은 리더는 꼰대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됐다. 잡스와 우든은 지금의 한국에서는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터프한 리더십을 보이면 엄마나 아빠가 회사와 학교에 전화를 걸어 거칠게 항의했을 것이다. 우리 아이 기죽이지 말라며. 한국은 그저 ‘나이스’한 말만 하는 아무런 힘이 없고 워라밸만 지켜주면 되는 리더를 원하기에 회사나 단체의 성장이 쉽지 않다. 개인의 성장도 쉽지 않다. 그나마 대기업은 사람들이 ‘강하게 해도 인정을 해주니’ 계속 세게 밀어부칠 수 있어 어쩌면 계속 고도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여기서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의 주인공과 같은 갑질십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구분해주시면 좋겠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 다 떠나고 없기에 일하기 만만치 않은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 역사를 바꿔놓은 잡스. 소위 말해 성격이 “GR" 같았지만 그것은 완벽함의 추구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걸 병처럼 여기고 조금만 뭐라고 해도 꼰대라고 하는 한국에서는 그런 리더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참으로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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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편집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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