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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이 끝났다? 영화의 위기인가 [김헌식 칼럼]

개인의 감정, 생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목소리가 부족한 오늘날 영화

등록일 2023년10월16일 09시2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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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Scorsese. Photo by Shutterstock.

 

“영화산업은 끝났다.”

 

이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연출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최근 미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왜 그는 영화산업이 끝났다고 하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말에 그의 의중이 담겨 있다.

 

“(영화) 스튜디오는 더 이상 많은 예산을 들여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목소리를 지원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가 언급한 ‘개인의 감정, 생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목소리’는 아마도 창작자들의 다양한 영화적 시도나 작품에 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영화 자본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러한 맥락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2019년 <뉴욕 타임스>에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기고해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라 테마파크’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서 마블 영화 연출가들은 집단적인 반발을 일으켰다. 당연한 저항인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은 아마도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현란한 볼거리를 집중하는 방식을 두는 것을 비판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영화산업은 멀티플렉스 시스템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주변 어디에나 들어선 멀티플렉스에는 언제나 여러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들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비춰졌다. 더구나 그 안에는 여러 유휴 시설이 편의를 더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의 영화산업은 성장하는 것으로 보였고 한해 2억 명의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해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탄생하고 어느 해는 여러 편이 천만 관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초기 산업적 성장의 결과는 확연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가 발생시킨 부작용도 상당했다. 일단 다양한 영화가 사라졌다. 꼭 천만 관객을 동원할 영화가 아닐지라도 대규모 흥행을 위한 작품들만 상영되었다. 더구나 독과점 체제가 확립되어 멀티플렉스 기업이 영화제작까지 겸하고 있어 자사의 영화는 오랫동안 스크린에 남겼다. 이 때문에 관객들이 보기 싫은 영화를 억지로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른바 수직 계열화에 따른 스크린 독과점이었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심화 되었다. 성공 가능성을 생각해 흥행 코드를 조합하고 여기에 유명 감독과 배우들을 배치하는 블록버스터형 시네마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럴수록 신예 창작자의 중소 영화나 독립영화들이 선을 보일 기회가 없었다. 이미 단관 영화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다양성 영화 전용관도 유지하기 힘들었다. 새로운 영화제작사들이 생겨나거나 버틸 수도 없었다.

 

이럴수록 우리 영화는 국내에 틀에 갇혔고 오히려 그동안 폄훼했던 드라마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으로 한류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결정적으로 확증한 것이 코로나 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제 관객들은 꼭 멀티플렉스를 가지 않아도 문화 향유를 할 방법과 수단을 나름 찾았던 것이다. 이는 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자신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능동적인 문화적 선택을 하는데 이제 주저함이 없어졌다.

 

무엇보다 비대면의 상황은 오히려 대면 경험에 대한 열망과 만족감을 더 갈구하게 했다. 뮤지컬이나 콘서트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반복적이며 일방적인 문화 행위 양식보다는 살아 숨 쉬는 쌍방향의 문화 행위 양식에 대한 갈망의 폭발이었다. 영화관은 여러 사람과 보지만, 여전히 일방적이라는 데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영화관은 온라인과 달리 댓글조차 달 수 없으며, 유튜브 채널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벽에 걸린 스크린만 쳐다보다가 온다. 매번 영화 ‘아바타’와 같은 영상콘텐츠가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해주는 것이 아니며 모든 영화를 그렇게 만들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 영화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최근 ‘거미집’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화에 대한 무기력함, 식었던 사랑, 혹은 열정 등을 잃지 말자는 응원이다. 내 바람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혹시나 이 영화로 인해 의문의 시선, 불안한 형태로 식은 마음이 회복된다면 최고의 성취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향한 개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구조와 환경, 시스템이 모순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 열정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은 많다. 즉, 영화산업의 위기이지 영화의 위기는 아니다. 영화상영관의 위기일 수 있지만, 영화의 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사람들이 이런 것을 함께 경험하고 싶어 하므로 영화는 항상 존재하리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이런 것은 바로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목소리.”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때문에 “하지만 동시에 극장은 사람들이 가서 즐기고 싶거나 감동을 주는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과연 극장은 그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미래는 더는 이전의 갇힌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감상하는 영화가 아닌 형태가 주목을 받을 것이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헌사를 하며 그가 예전에 언급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표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큰 박수를 끌어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마스터톡”의 '기생충' 상영회에 온라인 화상으로 참여해 영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일반영화 상영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인들이 곳곳에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영화를 보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 영화상영관이 설치되었으며 영화의 선택과 구성, 프로그램에 관객들이 참여했다. 모든 것이 관객 주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들이라는 희소성과 한정성, 차별성이라는 것에 더해 주체적인 만족감까지 준다.

 

이러한 영화제들이 전국적으로 220여 개나 생긴 것은 영화 유통방식에 대한 관객들의 문화적 저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영화제가 많다고 무조건 타박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영화제의 내실 있게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욱 과제이다.

 

영화의 미래는 테크놀로지에 있는 것에만 아니라 얼마나 상호작용을 창작자와 관객이 나눌 수 있는가에 달린 것이다. 영화제 같은 영화 상영이 앞으로 상영관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관객이고 국민일 수밖에 없다. 영화인과 관객이 분리되는 미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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