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일론 머스크가 실제 모델이라고 알려져 있다. 얼핏 두 인물은 비슷하다. 나이는 40대 초중반이고, 재산은 어마어마하게 많으며 대단히 매력적인 외모에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버지가 공학자였고 그 영향인지 본인도 공학자이다. 또한, 공학자에만 머물지 않고 사업가이면서 많은 놀라운 새 제품을 만드는 혁신가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해 12살부터 비디오 게임 코드를 직접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500달러에 판매했다. 이후 전방위에 걸쳐 도전과 성공을 거두고 진행 중이기도 하다.
두 인물을 비교할 때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영화의 토니 스타크처럼 일론 머스크가 바람둥이인지 여성들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는 무기를 개발해 판매하고 그 때문에 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이러한 상처를 입은 후에 그는 핵융합 심장 모터를 달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물론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웨어러블 디바이스 장치를 개발하는 그는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전사로 거듭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무기를 제작해 팔지는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무기 때문에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는다. 직접 자신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장착하고 세계를 구하는 영웅 캐릭터가 되기보다는 우주탐사나 개발에 더 뜻이 많다. 그런데 우주개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그런지 그 열정의 이면에 직원의 고충이 큰 점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자신이 목숨이 위험한 지경에 처하지는 않지만, 다른 직원을 그런 위험에 처하고 있는듯싶었다.
그 내용을 보면, 2014년부터 자신의 기업 스페이스X 직원들의 부상이 대단히 심각한 것이 최근 폭로되었다. 작업 현장에서 600여 명이 작업 현장에서 죽거나 다쳤다는 것.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높기에 더 문제였다. 이는 우주산업 평균 사상자의 6배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로니 르블랑은 시설 현장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고의 천재가 이끄는 일류기업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천재라면 알고도 남음이 충분하다. 아니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두 가지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하나는 머스크의 개인적인 행태이다. 이른바 열정의 독이다. 더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전반적으로 우주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러한 점은 영화 ‘아이언맨’과 다른 점이다. ‘아이언맨’에서 다른 작업자들은 등장하지 않으며 기업 직원은 보이지도 않는다. 토니 스타크 옆에 있는 여비서도 작업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유일한 존재는 자비스라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자비스 인공지능 로봇이 작업을 다 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아무리 천재가 있어도 실제는 수많은 작업자가 관여해서 아이언맨의 장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것보다 더 규모가 우주탐사에 연구개발에는 더 많은 사람의 노고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점에서 같은 면이 토니 스타크와 일론 머스크에서 발견된다. 인류를 구하는 것은 자기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희생은 부차적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런데 머스크는 자기 혼자 감내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토니 스타크와 분명하게 다르다. 만약 토니 스타크가 지구를 구해야 하는데 왜 이리 최신 웨어러블 슈트나 핵융합 장치 업그레이드가 더디냐고 직원들에게 닦달을 하는 영화 내용이라면 폭삭 망할 것이다. 그것은 악당이나 하는 짓이 아닌가.
물론 머스크를 모델로 하는 영화가 ‘아이언맨’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0년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일론 머스크: 리얼 아이언맨'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이주민으로서 성장하고 굴지의 사업을 스타트업부터 여러 분야에 어떻게 경영해 나갔지 살펴보고 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생활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면의 모습은 주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가 전세계적으로 핫인 인물인 듯 이번에 또 영화 제작 소식이 들렸다. 이번에는 더욱 만만치 않은 영화가 될 듯싶다. 즉 그의 전기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영화에 그의 삶이 어디까지 반영될지 궁금증이 일었다.
무엇보다 원작이 따로 있었는데 월터 아이작슨의 책 '일론 머스크'라는 점 자체가 큰 화젯거리였다. 전기 작가 중에 드물게 익숙한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전기를 집필해 크게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더구나 스티브 잡스의 전기는 영화화되어 세계적으로 주목까지 받았다. 이 때문인지 일론 머스크는 전기 집필을 위한 2년 동안의 동행 취재를 허용했다. 머스크의 영화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하는데, 그 명성이 이미 대단하다. 그는 2008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더 레슬러'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영화 '블랙스완', '마더!', '레퀴엠' 등을 연출하며 강렬하고 세밀한 내적 심리묘사에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받아왔다.
과연 이 영화는 일론 머스크의 삶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것인지 궁금증이 인다. 연출자만 보면 심리묘사가 강렬하기에 머스크의 내적 갈등을 잘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프런티어 정신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천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사정이나 애환도 면밀하게 그려주는 영화였으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직원들을 위험에 노출한다는 내용은 사실인지 좀 더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토니 스타크 같은 영화 속 천재 히어로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지만, 현실의 천재는 그럴 수 없으며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이다. 아울러 무엇보다 미래를 위한 도전에서 경영의 모범적인 미래도 우리는 기대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열정과 꿈, 그리고 목표 때문에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결코, 소망스러운 미래가 아니며 인류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런 상태로 우주로 가고 새로운 개척을 해도 디스토피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