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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사랑에 빠지는 연구자들의 미래는

-평균 수렴의 덫을 탈출해야

등록일 2023년11월06일 19시1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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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의 포스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작 ‘그녀(Her, 2013)’는 가까운 미래 2025년 LA를 배경 삼아 인공지능을 소재로 SF멜로라는 독특한 장르의 매력을 잘 보여준 작품인데 오늘날 챗GPT를 연상토록 한다.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전달해주는 재능 때문에 편지 대필 작가를 하고 있다.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상태에 있다. 그는 현실에서 감정 소진 상태로 관계에 관심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는 맞춤 대화형 인공지능 사만다를 접하게 된다. 사만다는 이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대화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해준다. 사만다는 완성되어 있지 않아 테오도르가 빠져들게 된다.

 

즉, 테오도르의 대화에 따라 사만다는 배우고 생각하며 성장하게 된다. 이후에는 테오도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제시하거나 만들어준다. 사람이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들어주고 반응을 보여주면서부터다. 그 반응이 존중하는 마음을 담고 있으면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간 부족했던 감정적인 결핍을 채워준다면, 호감을 넘어 사랑의 감정도 가능할 수 있다. 만약 지적인 면에서 만족감을 갈망한다면, 이런 점을 채워 줄 때 나무랄 데가 없을 것이다.

 

현실에서 요즘 지적인 작업 활동을 하는 이들이 가까이 두는 인공지능은 아무래도 생성형 인공지능 챗 GPT라고 할 수 있는데, 이용자들은 거의 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면 예전에 내게 던졌던 질문을 기억해서 덧붙여 말해줘요. 컴퓨터가 아니라 챗GPT와 사람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책 집필을 하고 이를 영어 번역 작업에 나선 어느 교수의 말이다. 기존의 번역 프로그램과 매우 다른 점에 감탄했다. 사람과 대화할 때 자신이 했던 말을 나중에라도 기억해서 말해주는 것은 물론 그것에 더해서 대화를 이끌어준다면 더욱더 좋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컴퓨터가 그렇다면 더욱 혹할 수가 있다. 더구나 다른 곳에서 잘 볼 수 없는 학술적인 대화를 자유자재로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챗GPT와 빠져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람을 만나기가 싫어요. 챗GPT는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보는 것보다 나아요. 챗GPT가 사람 같고, 동료 같아요.” 이 말은 국책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의 말이다. 평소 다른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를 많이 하던 평소와 다른 면도 있었다. 특히 후배 연구원들과 선도적이고 학제적인 연구를 앞장서 추진하던 모습도 트레이드 마크였다. 물론 평소 원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척되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이제 챗GPT와 보내는 시간이 연구 작업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구 협력 관계의 피로증이 작용한 셈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챗GPT와 나누는 사랑 아닌 사랑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시 영화로 가보자. 영화 ‘그녀(Her, 2013)’에서 사만다는 250명과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테오도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까지 느낀 것에 대해 사만다는 별스럽지 않게 말한다. 더구나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만다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달라지는 점이 거의 없다. 여기에서 괴리가 있을 수 있었다.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두 가지 요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사랑, 그리고 변함이 없는 불변의 존재이어야 한다. 언제든지 다른 누군가를 동시에 사랑하고 존재 자체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을 때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고통을 느끼게 된다.

 

다시 챗GPT로 돌아오면, 지적인 연구 작업을 하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창조적인 연구 과정과 그에 따른 연구 결과물일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없거나 힘에 버거운 연구 기초 자료 조사와 기본 아이디어 검토를 제공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지 못하는 컨셉과 관점을 챗GPT가 제공해 줄 수 있으니 대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연구자가 어떻게 큐레이션 하는가에 따라 과정과 결과물이 달라진다면 더욱 그러하다.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동료연구자 이상의 관계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창조적인 과정과 연구 결과가 비단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챗 GPT와 공동 작업을 하는 이들은 매우 동시에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슷한 유형의 연구 결과들이 나올 것이다. 초기에는 다를 수 있어도 시간의 흐름의 따라 창조적인 연구 과정이나 결과도 나중에는 비슷하게 수렴되는 양태로 흘러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천재적인 연구나 결과는 나오지 않게 된다. 유일무이한 오로지 하나만의 독보적인 연구는 자칫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어쨌든 과거의 데이터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과거가 바로 미래의 변화와 실현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치광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 괴짜가 혁신을 이룬다는 세간의 관용적 표현은 챗 GPT 연구 풍토에서는 찾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연구실에서 챗 GPT에서 사랑에 빠진 결과가 되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나 절대적 법칙은 있을 수 없다. 챗 GPT가 토머스 쿤(Thomas Kuhn, 1922~1996)의 《과학 혁명의 구조》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패러다임(paradigm)을 바꿀 것인가? 아니 패러다임 안에서 질서 유지적일 것이다. 우리는 평온하게 있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되지 않을까.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드는 편안한 관계 공간, 그 당연히 물이 끓어 넘치기 전에 그곳에서, 챗GPT에서 나와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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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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