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요즘 젊은 세대는 ‘노맨스’(Nomance)를 원하는 것으로 관련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미국 LA 캘리포니아대(UCLA)와 스토리텔러센터(CS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 해당하는 Z세대들이 성적인 관계가 없는 콘텐츠를 원한 응답자가 51.5%를 차지했다. 이들은 우정의 콘텐츠를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콘텐츠에 성관계가 많고 로맨스 이성애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 피로하다는 언급도 있었다. 44.3%는 미디어 콘텐츠에서 로맨스가 지나치게 쓰이고 있다고 했고 영화에 47.5%는 성관계 장면이 필요치 않으며, 39%는 성적 지향 없는 콘텐츠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연구자들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따뜻한 인간관계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별적인 고립감이 컸기 때문에 오히려 관계에 대한 욕구가 커졌음을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욕구는 비단 꼭 이성 간의 욕구만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다는 분석일 수 있다. 이는 비대면 문화가 퍼질수록 그에 대응하는 카운터 트렌드인 대면 문화에 대한 욕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일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우정이나 인간애에 대한 정서적 확장성만이 젊은 세대에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이성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성관계마저 그들에게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관찰되었다. 일본가족계획협회와 일본 후생노동성 연구팀은 코로나 19 확산 방지 긴급사태 두 달 사이 '성관계 전혀 없는 비율이 49.8%였다. 가장 큰 이유는 '외출을 삼갔기 때문'이 남성 45.7%, 여성 42.1%이었다. 당연히 사회관계 내지 인간관계가 없을수록 성관계의 필요성도 줄어들게 된다.
한국은 어떨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팩토리에 따르면 한국 성인 24.9%가 코로나19 이후 2년간 성(性)생활의 횟수가 감소했다고 했다. 이유는 스트레스 증가(43.4%)가 1위였다. 뒤를 이어 시간 부족(30.5%), 개인 생활 공간의 부족(30.1%) 순이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가 증가했고 바빠졌으며 사람은 덜 만났고 그렇게 해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아니어도 전반적으로 젊은 세대들은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 2021년 연세대 염유식 교수와 최준용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대가 60대만큼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20대 남성은 ‘1년간 성관계를 했다.’라는 응답(58%)이 전 연령층을 볼 때 가장 낮았다. 20대 여성도 ‘성관계를 했다.’라는 응답(57%)이 60대(47%)에 이어 낮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물론 다들 너무 할 일이 많고 마음의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관련하여 한 성 문제 전문가는 젊은 세대들이 성관계를 인생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덧붙여 남성들은 성관계를 시도할 때 무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고, 여성은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위험부담에 대한 정보가 그들의 판단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적 인식이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의 또 다른 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견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요인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이미지 의식(image consciousness)”의 작용이 미치고 있다는 것인데, 그들이 잘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연계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남들의 사진과 영상을 많이 볼수록 자기 신체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남과 자신의 신체를 비교할 때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자신이 없을수록 성관계에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두려움과 공포감이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평가에 대한 불안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몸에 평가를 이성에게서 받는 것보다는 동성들에게 편안한 관계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 남성의 경우에는 인터넷에 범람하는 신체 이미지들로 인해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현실의 이성에게는 관심이 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이 많이 지적하는 음란물의 역작용인데 결국 신체 이미지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미디어 이론의 연구를 흔드는 것일 수 있다. 2004년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 코프'의 행동과학자 레베카 콜린스의 연구팀 성적인 내용이 있는 TV 프로그램을 많이 보는 10대 청소년들이 더 일찍 성관계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이제는 이런 단순 영향 관계는 힘들어지게 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단순히 단일의 매체를 통해서 정보를 접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관계를 시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관계를 적게 하는 ‘섹스리스’를 넘어 아예 성관계하지 않는 ‘섹스오프’ 상황을 지적한다. 하지만 과도한 섹스에 대한 환상이 사그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 소통의 효과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성관계를 하나의 산업으로 비즈니스화하면서 강박증을 불러일으킨 면도 있고 불행과 우울감을 가중한 바도 있다.
아울러 성적 관계를 넘어 우정을 생각한다는 것은 범 인류애로 진화해나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이 심화하겠지만, 한편으로 원하지 않는 출생이 늘어나는 것에 따른 비극은 줄일 수 있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미래 세대가 스스로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문화적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은 분명 있을 것이고 이를 긍정의 방향으로 선순환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