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2019년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보고 한 팬이 환호하고 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롤(LoL) 결승전에서 한국팀이 대만팀을 2:0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스포츠가 첫 정식 경기로 채택된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첫 우승국이 우리나라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e스포츠는 시범 종목이었다.
시범 종목에서는 우승을 해도 다른 혜택은 없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승리한 e스포츠팀 6명은 병역특례 규정에 따라서 병역 혜택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선수는 올림픽 3위 이내 또는 아시안게임 1위를 차지해야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가 이뤄지는데 기초군사훈련만 소화하면 병역을 대체한다.
병역 문제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러한 병역 특례는 논란이 될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기자회견장에서 '군대에 가게 된 청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한다.’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선수들은 대답을 서로 피했다. 마침내 미드의 '쵸비' 정지훈(22·젠지)이 대답을 했다.
그는 "저희가 병역 혜택이 있는데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하다.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라고 언급했다.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고 하며 신중하게 언급은 했지만, 이 말조차 자칫 오해를 줄 수도 있는 말이었다.
곧 병역 의무 이행은 한참 민감해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방탄소년단과 비교되는 담론이 쏟아졌다. 전자 게임을 잘하기 때문에 방탄소년단도 받지 못한 병역 특례를 e스포츠 선수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지는 K팝 팬들일수록 지지할 가능성이 컸다. 즉, 방탄소년단을 포함해 다른 아이돌 그룹이나 솔로 개별 가수들에게도 적용하는데 찬성할 수 있지만, e스포츠만은 아니라고 판단을 한다.
그런데 e스포츠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e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특례에 관해 팬들은 부담감 없이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 더구나 e스포츠 팬들은 대개 남성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젊은 남성들이고, 대개 군 복무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e스포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므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케이 팝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이들일수록 그 병역 특례에 관해서 좀 더 지지하고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문화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으려면 서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점이 있다.
다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사실은 일반적으로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여러 종목 가운데서 금메달을 받았을 뿐이다. 또한, 비인기 종목도 금메달을 받는 경우가 있으니 별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끝난 리그 오브 레전드(LoL) 2023 월드 챔피언십은 e스포츠 인식을 대중적으로 크게 바꾸었다. 경기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우리나라 팀이 중국팀을 맞아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렇게 우리 팀이 강한지 미처 몰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거리 응원전과 문화 행사들이었다. 월드컵 축구 경기와 같이 서울 광장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 응원전이 월드컵과 달리 매년 열릴 수 있다는 것은 더욱더 문화적 확산이 좋은 점이다. 디지털 공간이나 피시방에서나 한정되는 전자 게임이 물리적인 광장에 드러났기 때문에 그 시각적 파급 효과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비단 시각적 효과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게임을 보면서 응원하는 것이 이질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축구의 규칙을 몰라서 재미가 없고 몰입도 쉽지 않은 것과 같다. 게임의 룰과 원칙을 알면 더 응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무슨 e스포츠냐’라고 할 수 있지만 이에는 전체 5명의 인원에 감독과 코치가 있고, 자신이 맡은 필드에서 각자 구성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 조화와 협업을 해야 승리할 수 있는 집단적 경기라는 점에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물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집단적 협업과 대결만이 아니라 온라인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기에 물리적 공간의 응원과 지지가 같이 결합하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이 공진화하는 사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되었던 ‘시대를 잘 타고났다.’라는 말은 달리 바뀌어야 한다.
시대를 잘 타고난 것이 아니라 시대를 잘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e스포츠 때문에 시대는 물론이고 사회를 바뀌게 하고 있다. 케이 팝을 포함해서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면 병역은 누구에게나 자기 처지와 재능과 역량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온라인 디지털 공간과 함께 우리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케이 팝의 확산은 물론이고 롤드컵 문화가 보여주고 있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이 융복합하여 공진화해나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