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클린스만호 때와 다를 바 없는 경기였다.
5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첫 경기에서 한국은 졸전 끝에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홍명보호는 클린스만호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직 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홍명보호는 이렇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무색무취의 평범한 경기였다. 즉, 클린스만호와 다를 바 없는 경기 내용을 보였다.
팔레스타인이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이집트 리그 득점왕 아부 알리와 조현우가 1대1로 맞서는 상황에서 알리는 조현우의 가슴에 안기는 평범한 슛을 때려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만약 득점이 됐고 0-1로 홈에서 졌다면, 홍명보 감독은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무승부도 용납할 수 없는 결과인데, 패배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국가대표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인범, 설영우 등 유럽파를 선발로 내보냈고, 황희찬은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했다. 전반적으로 지루한 경기였다. 한국 선수들은 조직력이 보이지 않았고, 손흥민은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이강인은 패스를 적절히 잘했지만, 중간에 공을 빼앗긴 적이 몇 차례 있었고, 결정적인 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김민재는 압박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두 차례 패스 미스를 기록해 불안한 센터백처럼 보였다.
교체된 선수들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교체 멤버 오세훈이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득점 기회를 몇 차례 얻었지만, 역시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손흥민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두 차례나 맞았으나, 한 번은 긴 드리블로, 한 번은 찬 공이 골대를 맞고 나가 득점에 실패했다.
경기 내내 "아시안컵 팀과 뭐가 다르지? 오히려 더 답답하다"는 느낌을 줬다. 팀워크도, 선수들의 컨디션도 별로였던 경기였다. 10일 오만 원정 경기에서도 비슷한 경기를 치르면, 홍명보 감독은 시작하자마자 거센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엄청난 비난 속에 감독직을 맡은 홍명보는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했으나, 첫 경기는 내용도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FIFA 랭킹 90위권 팀을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죽음의 조 C조의 일본은 중국을 7-0으로 완파하며 한국과 비교되는 결과를 냈다. 같은 조의 바레인은 호주를 1-0으로 누르고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P.S. 기자 개인적으로 홍명보 감독을 응원하는 1인이다. 물론 그가 감독이 되는 과정은 잘못됐고 축협은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정몽규 회장은 4선을 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홍명보 감독을 응원하는 몇 안 되는 기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아무리 10년만에 첫 대표팀 경기라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내용도 결과도.